한국국학진흥원, 소장 한글 자료 특별전 열려
18세기 전국 사투리 분석 '찬집감영록'도 소개
풍산 류씨 하회마을 화경당(북촌)이 한국국학진흥원에 기탁한 류운의 한글 편지./한국국학진흥원 |
[더팩트ㅣ안동=이민 기자] '서애 류성룡 선생의 6세손인 류운(柳澐, 1701~1786)이 의금부도사를 역임할 당시 서울 출신의 며느리 연안 이씨에게 보낸 한글 편지에는 어떤 사연이 담겼나.'
경북 안동의 한국국학진흥원은 조선시대 편지, 내방가사 등 자체 소장 한글 자료를 선별해 특별전을 열고 있다고 2일 밝혔다.
2023년 정기기획전인 이번 한글 자료 특별전의 주제는 '모두의 글자, 한글'이다. 특별전은 지난달 25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오는 12월 17일까지 이어진다.
한국국학진흥원은 국내 국학 자료 최다 소장 기관으로 현재 60만점이 넘는 자료를 기탁받아 보존 관리하고 있다. 한글 자료 특별전은 이번 전시가 처음이다.
경북 안동의 한국국학진흥원이 마련한 한글자료 특별전./한국국학진흥원 |
◇ 한국국학진흥원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한글 자료들
이번 전시의 백미는 한국국학진흥원에서만 볼 수 있는 한글 자료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18세기 전국의 사투리(土俚, 방언)를 비교 분석해 기록한 강후진(康侯晉, 1685~1756)의 '찬집감영록(권7)'은 지금 우리가 알기 어려운 당시 평안도·함경도·황해도의 사투리를 확인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서애 류성룡의 6세손 류운(柳澐, 1701~1786)이 서울에서 의금부도사를 역임할 당시 막 맞이한 서울 출신의 며느리 연안 이씨에게 보낸 50여 의 한글편지도 선보인다.
조선시대 지방인 안동 출신의 시아버지와 서울 출신의 며느리는 어떤 사연으로, 어떤 이야기들을 나누었는지 한글 편지를 통해 확인해 볼 수 있다.
도산서원 내사본인 '소학언해'와 논어·맹자·대학·중용의 언해본들도 눈길을 끈다. 이 자료들은 선조(宣祖) 당시 교정청에서 간행한 것으로 16세기 말엽의 국어 자료로서 큰 가치를 지닌다.
함안 조씨 해창 조병국가(家)가 한국국학진흥원에 기탁한 송기식의 봉양가./한국국학진흥원 |
◇ 모두의 글자 '한글'에 담긴 우리 모두의 삶
시아버지와 한글 편지를 주고받은 며느리 연안 이씨는 내방가사의 대표적인 작품 '쌍벽가'의 작가로도 유명하다.
이번 전시에서 연안 이씨의 작품 '쌍벽가', '부여노정기'와 김우락 여사의 '조손별서' 등 내방가사 자료들도 관람할 수 있다.
내방가사는 지난해 2022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 목록에 등재됐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 해창(海窓) 송기식(宋基植, 1878~1949)과 해창(海蒼) 조병국(趙柄國, 1883~1955)의 같고도 다른 삶을 보여주는 한글 자료도 만나볼 수 있다.
기독교를 전파했던 조병국의 '종교창가별집'과 봉양서숙을 운영하며 유교를 교육했던 송기식의 '봉양가'인데, 두 사람은 만세운동으로 감옥에 수감되었을 때 만난 인연이 있다.
정종섭 한국국학진흥원 원장은 "한문 위주의 시대에 중앙 정부의 한글 보급 노력은 어떠했는지, 근대전환기와 일제강점기의 한글 교육은 어떠했는지, 그 속에서 배우고 익힌 한글을 사람들은 일상에서 어떻게 사용했는지 그 생생한 현장을 이번 전시에 담아냈다"며 "본원 소장 한글 자료 특별전을 통해 한글의 본고장 '경북 안동'이 더욱 알려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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