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소금생산 85% 차지 ‘중요 지역산업’…전방위적 생산안정 전략 마련해야
신안군 증도면 태평염전. 국내 최대 천일염 생산지인 이 염전은 1953년 조성돼 2007년 대한민국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태평염전은 우리나라 천일염 생산량 1위(85%)를 차지하고 있으며, 국내 단일 염전 중 최대 크기(462만㎡)로 여의도 면적의 2배가 넘는다./신안=홍정열 기자 |
[더팩트 | 신안=홍정열 기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사실상 눈앞에 다가서면서 소금 생산업자들의 걱정이 쌓이고 있다. 오염수 방류가 한일 간 핫 이슈로 부상한 초창기부터 사재기 현상과 가격 널뛰기 등 안정수급에 이상 현상이 발생한 전조가 있었던 터라 염업 관련 업계는 후폭풍에 더욱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전남은 관내 신안 일대를 생산 거점으로 전국 소금 유통의 85%를 떠맡고 있는 지역이기도 해서 위기의식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현재로선 오염수 방류가 소금에 끼치는 직접적인 위해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으로 학계가 보고하고 있지만, 소비는 심리에 기대는 측면이 많기 때문에 염업산업 안정적 성장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전남도는 그동안 신안 바다소금 생산의 산업적 전망을 확대하기 위해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신안 천일염은 현재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를 앞두고 있는 시점이기도 하다. 전남도에 따르면 신안 갯벌이 2021년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만큼 천일염도 등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신안 천일염은 바닷물을 갯벌에 조성한 염전에 끌어들여 농축시킨 후 햇볕과 바람을 이용한 자연 방식으로 수분만 증발시켜 소금을 생산하는 전통 어법이다. 이 과정에서 함수(짠물) 제조 기술과 소금 내기, 체렴(수문을 열고 바닷물을 건조해 소금판 위에 소금을 모으는 작업) 등 다양한 노하우가 필요하다.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도 이러한 생산 과정에 주목하고 있다.
세계 농업유산에 등재되면 천일염업 장인 양성과 명품화 교육을 통해 천일염업을 보존하고 그 가치를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염업산업 육성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후 우려되는 후폭풍이 이러한 긍정적인 전망에 찬물을 끼얹을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세계자연유산 등재가 가져올 시너지 효과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걱정 때문이다.
그 걱정의 밑바탕에는 방류 이후 불안한 소비심리에 따라 해양소금이 아닌 내륙소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깔려있다.
육지 소금은 암염(돌소금), 정염(지하수 속 소금) 호수염으로 나눠진다. 예전에 바다였던 곳이 지각변동으로 육지로 바뀌며 소금 호수가 되거나 다시 지각변동으로 소금 결정이 지층으로 매몰되면서 형성된 것들이다.
‘소금의 성’이라는 의미의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는 기원전 1000년부터 암염을 개발한 곳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소금 광산이 있다. 지금도 천연 암염 외에 암염을 정제한 후 요오드, 불소 등 여러 가지 미네랄을 첨가하거나 로즈메리, 마늘, 양파 등을 가미한 가공 소금도 판매하고 있다.
철이 유난히 많아 철이 산화된 분홍색을 띠고 있어 ‘핑크 솔트’라고 잘 알려진 히말라야 암염은 철, 브로민, 인, 규소, 망가니즈 등 미네랄이 여느 암염보다 많이 함유돼 있어 지금도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히말라야 파키스탄 케우라 지방의 소금 광산은 연간 약 35만t의 핑크 솔트를 생산하고 있다.
튀르키예는 흑해를 비롯한 바다 사이에 돌출된 지형이라 융기로 발생한 소금 호수가 많다. 이는 미네랄이 풍부한 소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이어서 튀르키예 전국 소금 생산량의 6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바다소금에 기대온 국내 가공염업이나 유통업이 불안해진 소비심리에 따라 내륙소금이 수입으로 관심을 옮겨갈 가능성도 결코 배제할 수 없다. 염업에 종사하는 도민들이 생계유지와 염업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한 전남도의 특단의 대책이 시급한 시점이다.
남도인이 즐겨 먹는 모든 음식의 간을 맞추는 양념인 천일염은 전남이 지켜야 할 ‘소울 푸드’나 다름없는 먹거리 유산에 다를 바 없다. 천일염의 우수성을 알리고 청정식품이라는 국민적 공감대를 확장할 수 있는 전방위적인 전남도의 생산안정 전략이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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