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미린 아파트 단열 문제로 바닥에 물이 새고 온 집안에 곰팡이가 가득...아이들 병원 진료만 600회
전북혁신도시의 우미린 아파트 한 세대가 곰팡이로 얼룩져 있다. /전주=이경민 기자 |
전북혁신도시에 아파트가 조성된 지 어느덧 10년.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지만, 여전히 아파트 하자 문제로 수년째 골탕을 먹는 입주민들이 있다. 입주 초기부터 단열 문제로 인해 집안 전체가 곰팡이로 얼룩지고 아이들이 호흡기 질환으로 3년 동안 600회가 넘는 병원 진료를 받았지만, 건설사는 아파트 시공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원인을 밝히기 위해 자신의 사비를 투입해 아파트 부실 공사 현장을 찾고 있다는 입주민들을 <더팩트>에서 만나봤다. <편집자 주>
[더팩트 | 전주=이경민 기자] 2013년 전주시 중동의 우미린 아파트를 분양받은 정 모 씨.
정 씨는 입주 당시부터 아파트 단열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건설사에 단열에 대해 끊임없이 하자 수리 요구했으나 건설사는 막무가내로 처리를 거부했다고 한다.
당시 정 씨는 그때마다 건설사로부터 "정상이다. 문제 있으면 소송해라"라는 답변만 받았다고 했다.
정 씨는 "한겨울에 보일러를 최고 온도로 올려놨지만, 침대에 앉아 숨을 쉬면 입김이 나올 정도로 한기만 감돌았으며, 매서운 외풍과 곰팡이로 인해 이 집에서 태어난 자녀들이 호흡기 질환에 시달려 매일 병원에 다녔다"면서 "진료를 마치고 돌아올 때마다 접수센터에 들러 단열에 대한 하자 수리를 지속해서 요구했으나 막무가내로 거부당했다"고 하소연했다.
당시 정 씨는 궁여지책으로 아이들을 안방이 아닌 다른 방에서 재우거나, 외풍을 막아줄 붙박이장과 창문에는 겹겹이 암막 커튼을 설치했다고 했다. 하지만 추위는 해결되지 않았고, 온 집안에는 물방울과 곰팡이로 얼룩졌다.
입주 후 연년생(2014~2015)으로 태어난 정 씨의 두 아이는 매일 감기로 고생했으며, 3년 동안(2014~2016년) 소아청소년과와 이비인후과 등 병원 진료만 600회를 넘게 받았다.
정 씨는 "이러는 와중에도 건설사는 하자에 대해 ‘따뜻하다. 정상이다’라는 답변을 뒤로하고는 해결해 주지 않았으며,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이유가 어설프게 하자 수리를 진행하다 다른 불법행위가 발각될 것을 우려해 수리를 진행하지 않은 것 같다"고 주장했다.
입주한 아파트의 하자보수 기간이 끝났지만, 여전히 하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고통받는 정 씨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2020년 자신의 사비를 들여 원인을 밝히기 시작했다.
그 결과 정 씨는 "건설사의 사기극에 가까운 충격적인 시공 현장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우미린 아파트 세대에서 사용한 단열 스티로폼.정 씨는 "원래 도면상에는 스티로폼 틈새가 발생하지 않게 시공 규정을 지켜야 했지만, 그마저도 지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주=이경민 기자 |
정 씨는 "원래 도면상에는 스티로폼 틈새가 발생하지 않게 시공 규정을 지켜야 했지만, 그마저도 지키지 않았고, 출입문 천장 위 벽체는 벽돌로 쌓아서 막아야 하는데 막지 않았다. 또 안방 중문은 규정에 맞지 않게 틀어지게 시공해 그 옆으로 외부 공기가 그대로 들어오고, 그 옆 벽돌은 미장도 하지 않은 채로 단열재를 붙여 놓아 집안에 곰팡이와 한기가 감돌았던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단열 불량으로 인해 벽체부터 곰팡이가 번식해 이 세균이 천장을 타고 온 집안을 감싼 뒤 가족들의 옷과 호흡기까지 침투했다"고 부연했다.
이러는 사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같은 해(2020년) 3월 바닥 보일러 배관이 터져 누수가 발생해 아래층에서 물이 샌다고 연락이 온 것. 해당 누수 지점은 하자보수 기간(3년 차)에 정 씨가 수리 요청을 한 부분이었다.
당시 방바닥이 1cm가량 내려앉았던 것인데 건설사는 역시 "통상적인 걸레받이 침하 현상이다"라는 답변과 함께 실리콘으로 임시 조처만 해줬다고 한다.
이 역시 정 씨는 바닥을 철거해 원인을 찾았다고 했다.
정 씨는 "바닥을 뜯어 (누수가 발생한) 보일러 배관을 확인해 보니, 손만 대면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불량 제품으로 시공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법원 감정도 자재 불량으로 추정했다.
법원은 "일반적으로 플라스틱이라고 부르는 자재(보일러 엑셀파이프 배관)는 장시간 야적했을 경우 햇빛에 포함된 자외선에 노출돼 그 영향으로 인해 변색과 유연성이나 탄성이 저하되는 경화현상으로 인해 충격에 쉽게 파괴되는 특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 씨의 보일러 하자 배관 외관 상태를 조사한 바에 의하면 정상적인 엑셀파이프 제품은 반투명 백색인데 반해 감정 목적물은 반투명 백색과 불투명 백색이 함께 발견돼 경화에 의한 변색이 발생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감정했다.
정 씨의 주장처럼 단열 자재가 바꿔치기 되고 불량 제품으로 보일러가 시공댔다면 이를 감시해야 할 감리단은 어떠한 역할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 씨는 "내가 입주한 아파트 세대의 모든 부분의 감리보고서는 ‘적합(정상)’이었다"면서 "감리가 한 번만이라도 제대로 살펴봤어도 이렇게 하자로 고통받지 않았을 것 같다. 감리사는 이름만 빌려주고 전혀 현장에 와보지 않은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하며 "하자로 고통받는 다른 입주 세대와 함께 공동으로 법적 대응을 진행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정 씨가 외풍이 심한 부분을 철거하자 곰팡이와 함께 벽돌이 구멍이 뚫린 채 엉성하게 쌓여있다. /전주=이경민 기자 |
◇우미건설 "도면과 다른 제품을 사용하거나 다르게 시공된 것 없어"
우미 건설 측은 아파트 공사에 대해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하자가 발생한 부분에 대해서는 보수 기간이 지났지만, 도의적으로 수리해 주겠다는 입장이다.
우미건설 관계자는 "보일러 엑셀 난방 기관은 설비로 들어가고 이에 대한 법적 담보책임 기간은 3년이다"면서 "정 씨 세대는 6년(7년?)이 지나서 배관이 터져 누수가 발생했다. 햇볕에 노출이 됐는지 누군가 밟았는지 어떤 원인인지 모르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보수를 해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 씨가 부분 수리가 아닌 전체 수리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 씨는 아기가 태어나서 아파서 병원에 간 모든 부분도 청구했다. 하자보수 비용과 자녀 병원비 등 위자료 등을 합산하면 2억1000만 원으로 집값을 넘어선 금액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우미건설은 해당 아파트에 대해서 정 씨의 주장처럼 도면과 다른 제품을 사용하거나 도면과 다르게 시공된 부분은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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