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법 전경./부산=조탁만 기자. |
[더팩트ㅣ부산=조탁만·김신은 기자] 1986년 민주화 시위에 참여했다가 경찰이 쏜 최루탄에 의해 왼쪽 눈이 실명된 대학생이 37년이 지나서야 국가로부터 3억8000만원의 손해배상을 받게 됐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동부지원 신헌기 부장판사는 지난달 28일 국가가 A(59)씨에게 1억4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1986년 11월7일 집회에 참석하다 시위진압에 나서 경찰이 쏜 최루탄에 왼쪽 눈을 다쳐 두 차례 걸쳐 수술했으나, 결국 실명됐다. 37년 전인 1986년 11월 당시는 대통령 직선제 개헌 요구 등 민주화 운동이 거센 시절이다.
이에 A 씨는 보상 관련, 민원을 제기했으나, 경찰은 내사 종결을 했다. 이후 1988년 7월 A씨는 다시 민원을 제기했는데, 경찰은 이미 종결된 사건으로 추가 조사할 수 없다며 민원을 종결 처리했다.
그런 와중에 2020년 A 씨의 아버지는 진실화해위원회에 진실규명을 요청해 최루탄 발사로 A 씨가 실명한 것으로 보고 배상 등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답변을 얻어냈다.
이후 A 씨는 부산지법 동부지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국가는 A씨의 손해배상 청구 시효가 지났다고 주장했다. 이는 민법에 따라 1987년 경찰에게 민원 통지 결과를 받은 때로부터 3년 내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해야 하거나 국가재정법도 5년의 시효를 두고 있다는 내용에 따른 해석이다.
하지만 신 부장판사는 국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이 사건은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에 해당한다"며 "민법의 장기소멸시효와 국가재정법의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hcmedia@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