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강제동원 피해자 돕기 시민모금, 20일 만에 3억 돌파
입력: 2023.07.18 14:55 / 수정: 2023.07.18 14:55

강의료‧생명 살린 포상금‧근속 기념 금반지 등 기부 훈훈한 미담도 이어져

김순흥 민족문제연구소 광주지부장이 16일 대학교수 20년 근속 근속기념으로 받은 금반지와 가족이 함께 모은 금붙이를 기부하고 있다./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김순흥 민족문제연구소 광주지부장이 16일 대학교수 20년 근속 근속기념으로 받은 금반지와 가족이 함께 모은 금붙이를 기부하고 있다./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더팩트 ㅣ 광주=박호재 기자] 정부의 제3자 변제에 반발하며 판결금 수령을 거부하고 있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응원하기 위한 ‘역사정의를 위한 시민모금’이 모금 운동 19일 만에 3억원을 넘어섰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이하 평화행동)에 따르면, 18일 12시 현재 시민모금 운동에 참여한 인원수는 4845건, 모금액은 3억 558만 3천원이다.

정부가 판결금 수령을 거부하고 있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채권을 소멸하기 위해 법원에 신청한 공탁이 잇따라 퇴짜를 맞고 있는 가운데, 초반 우려에도 불구하고 모금 운동이 순항을 하고 있는 모양새다.

진행중인 시민 모금 운동은 고령에 이른 피해자들의 투쟁을 응원하기 위해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을 비롯한 60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주축으로 지난달 29일부터 시작됐다. 피해자 및 유족에게 지원하기 위한 모금 목표액은 10억원으로 오는 8월 15일을 전후에 1차로 피해자들에게 지급될 예정이다.

제3자 변제를 거부하고 있는 피해자들의 투쟁을 지켜내기 위한 시민사회단체의 연대행동이 구체화 되면서 정부의 대응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 3일 전격적으로 법원 공탁을 제기한 것은 시민사회단체가 모금 운동을 시작한 것이 주요한 동기였다. 시민사회단체가 모금 운동을 통해 피해자 지원에 나설 경우 정부의 제3자 변제 설득 작업이 더욱 난망한 상황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정부는 결국 '공탁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러나 공탁은 국민들의 반발을 사면서 오히려 모금 운동에 속도가 붙는 계기가 됐다. 7월 4일 모금액은 1억원을 넘어선 뒤 이틀만인 7월 6일에 2억원을 돌파했다. 이후 12일 만인 이날 3억원 돌파 실적을 기록했다.

이와 함께 모금행렬에 동참한 시민들의 훈훈한 사연도 이어지고 있다.

NH농협은행 광주본부에 근무하는 백광화씨는 포상금으로 받은 100만원을 시민모금에 기부했다. 백씨는 지난달 15일 NH농협은행 광주본부를 찾은 40대 A씨가 입구에서 갑자기 쓰러져 숨을 쉬지 못하자, 뛰어가 A씨의 기도를 확보하고 119 구급대가 올 때까지 20분간 심폐소생술을 진행했다. 병원으로 옮겨진 A씨는 다행히 의식을 되찾았다.

소중한 생명을 살린 일로 회사로부터 포상금 100만원을 받은 백씨는 모금 소식을 듣고 포상금 전액을 선뜻 모금 운동에 기부했다.

강의료를 모금 운동에 기부한 경우도 있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이정희 변호사는 여수시청 직원들을 상대로 강의한 강사료 전액을 시민모금에 보탰다. 장헌권 서정교회 목사도 광주교도소 수용자들을 상대로 교육한 강사료와 광주시 인권증진위원회 참석 수당을 모두 시민모금에 기부했다.

20년 근속 기념으로 받은 반지를 모금 운동에 기부한 사례도 알려졌다. 김순흥 민족문제연구소 광주지부장은 16일 금붙이 5개를 시민모금에 사용해 달라며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을 통해 기부했다. 김 지부장은 광주대학교에서 20년 근속 기념으로 받은 금반지를 장롱에서 찾아 모금운동에 보태기로 했으며, 취지를 전해 들은 부인과 자녀들도 본인들이 가지고 있던 금붙이까지 모두 모아 모금운동에 내놓았다.

개별적으로 모금에 동참한 시민들의 잔잔한 사연도 이어지고 있다. 시민 김석준(65·광주광역시 북구 양산동)씨는 "신문을 통해 모금 소식을 들었지만 어떻게 참여할 수 있는지 방법을 몰라 직접 신문사로 전화했다"며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사무실로 전화해 기부 방법을 문의했다.

퇴직 후 제2의 생활을 시작하고 있다는 그는 "광주지방법원 한 공탁관이 정부의 공탁을 받아들이지 않는 걸 보고 우리 사회에 아직 빛과 소금과 같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보고 희망을 느꼈다"며 "적은 금액 밖에 보낼 수 없지만 외롭게 싸우는 피해자들에게 조금이라도 응원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의 고향 나주에서도 모금 운동이 시작됐다. ‘나주 출신 양금덕 할머니 등 투쟁지지 나주시민모임’은 17일 나주 나빌레라 문화센터에서 지역 예술인들의 재능기부 공연으로 ‘나주시민 한마당’을 열고 본격적인 모금 운동에 나서기로 했다.

forthetru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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