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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오전 11시쯤 이재민 임시대피소로 사용 중인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오송복지회관. /청주=이주현 기자. |
[더팩트 | 청주=이주현 기자] "허망해요. 건질 게 하나도 없더라고요. 우리 이제 어떻게 살아요?"
17일 오전 11시쯤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오송복지회관에서 만난 조모(80대‧여‧궁평리) 씨는 지난 15일 내린 폭우로 주택이 잠기는 상황을 설명하던 중 하늘을 올려보며 연거푸 한숨을 쉬었다.
말을 이어가던 조 씨는 폭우 당시 남편 김모(80대) 씨와 거실에서 물을 퍼 나르고 있었다. 어느새 거실엔 물이 조 씨의 발목까지 차올랐고 밖으로 대피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던 찰나 옆집 이웃 청년(20대)이 문을 두드렸다.
"할머니, 할아버지. 빨리 나오세요. 이러다 다 죽어요."
이 소리를 들은 노부부는 정신이 번쩍했다. 용기를 내 현관문을 열었다. 밖은 배수가 안 된 터라 물은 150cm 되는 조 씨의 허리만큼 고인 상황이었다.
겁에 질려 주저하던 중 이웃 청년은 양손에 노부부의 팔을 잡고 침수지역을 끌고 나왔다.
조 씨는 "너무 경황이 없어서 휴대폰 하나 들고 나왔다"며 "이웃 청년이 아니었으면 정말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회상했다.
임시대피소에서 지낼만하냐는 질문에는 "가릴 처지가 아니다"며 "비를 피할 곳과 구호물품 덕분에 잠시 생활하는데 지장은 없지만 침수된 집에 가보니 성한 게 아무 것도 없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하다"고 한숨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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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궁평리 주민 이모 씨가 주택에 물이 차오르기 전 촬영한 당시 상황. /주민 이모 씨. |
조 씨 옆집에 사는 이모(50대‧여) 씨도 이 상황에 대해 분통을 터트렸다.
이 씨는 "침수 직전 남편이랑 강아지 두 마리 데리고 무작정 차에 올라탔다"며 "물이 SUV 엔진룸 높이까지 차올라 정말 죽기 살기로 피신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임시대피소 신세를 지고 있는 이재민들의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당시 물에 잠겼던 집안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려 밤잠을 설쳤다고 한다.
현재 이곳에는 30명 안팎의 이재민이 생활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에서 지원한 재난 구호 쉘터와 바닥에 돗자리 또는 매트리스를 깔고서다.
전날엔 이보다 더 많은 이재민이 생활을 했지만 침수된 주택을 정하러 일찌감치 복귀한 이들이 많다는 게 주민들의 전언이다.
청주지역에 오는 19일까지 예상 강우량이 300㎜ 이상일 것으로 예보돼 이재민들은 언제 집에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