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하는 지식인’의 사표 고 송기숙 소설가 기념사업회 창립 ‘첫걸음’
입력: 2023.07.14 07:13 / 수정: 2023.07.14 07:13

10월 출범 앞두고 발기인대회…전국 각지에서 200여명 참여 ‘성황’

13일 열린 고 송기숙 소설가 기념사업회 창립 발기인대회에서 최현주 교수(순천대)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광주=박호재 기자
13일 열린 고 송기숙 소설가 기념사업회 창립 발기인대회에서 최현주 교수(순천대)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광주=박호재 기자

[더팩트 ㅣ 광주=박호재 기자] 저항의 작가정신으로 한국 민족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긴 고 송기숙 소설가 기념사업회가 창립될 예정이다.

송기숙기념사업회 창립발기인대회 준비위원회(이하 준비위)는 13일 발기인대회를 열고 창립 절차에 착수했다.

이날 오후 5‧18민주화운동기록관(광주 금남로)에서 열린 발기인대회에는 전국 각지에서 100여명의 발기인 및 관계자들이 참여해 기념사업회 창립에 뜻을 함께 했다.

대회 당일까지 참여를 신청한 발기인들은 200여명이며, 준비위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발기인들을 모집할 예정이다.

창립 준비위원장에는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단국대 석좌교수), 부위원장에는 김상윤 윤상원기념사업회 고문이 발기인들의 총의로 선임됐다.

준비위는 창립 발의문에서 "19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40여년을 선생은 대학에서 교수이자 소설가로, 민주화운동가로 쉼 없이 살아왔다"며 "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해 투옥과 교수해직 등 고초를 마다하지 않았던 행동하는 지식인의 전향이었다"고 기념사업 발의에 나선 의미를 알렸다.

발기인 대회는 임원 인준 등 토의 안건 심의, 최현주 교수(순천대)의 ‘개벽의 소설가, 송기숙의 삶과 문학의 정치’ 주제발표 순으로 치러졌다.

최 교수는 "작가는 시대와의 불화, 불의에의 저항정신으로 점철된 실천의 삶과 문학정신을 구현해왔다"며 "작가는 폭력에 대응하는 ‘불패자의 결기’로 민중이 정치적 주체로 나서는 ‘개벽의 정신’를 추구해왔다"고 선생의 작품속에 일관되게 드러난 주제의식을 ‘개벽의 미학’으로 분석했다.

1978년 국민교육헌장을 비판하는 ‘우리의 교육지표 발표’ 사건으로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체포돼 고인과 고초를 함께 겪었던 이홍길 명예교수(전남대)는 고인에 얽힌 일화들을 소개해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이 교수는 "당국의 수배 전단에 쓰여진 ‘미남형’ 이라는 문구를 내세우며 자신은 정부가 인정하는 미남이라고 너스레를 떨던 고인의 모습이 생각 난다"며 "(그처럼)고인은 아무도 범접할 수 없는 불굴의 기개와 더불어 해학과 유머, 그리고 인간미를 함께 갖춘 폭넓은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이날 발기인대회를 마친 준비위는 오는 10월 창립총회를 치를 예정이며, 향후 △송기숙 생애사 사료의 수집 및 편찬 △시대정신 함양을 위한 학술연구사업 △‘송기숙 문학상’ 제정 및 운영 △기념관 건립 및 운영 등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전라남도 완도 출신인 고인은 1965년 ‘이상 서설’(현대문학)을 통해 평론가로 등단했으며, 1973년 소설 ‘백의민족’으로 제18회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1978년 전남대 교수 10명과 ‘우리의 교육지표’ 발표 사건으로 체포돼 청주교도소에서 옥고를 치렀으며, 수형기간 동안 암태도 소작투쟁을 다룬 소설 ‘암태도’를 집필했다.

1980년 6월 5‧18민주화운동 기간에 시민수습위에 참여해 ‘내란중요임무종사’ 위반죄로 징역 10년을 구형 받았으며 광주교도소에 복역 중 1981년 4월 형 집행정지로 출감했다. 출감 후에도 고인은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를 창립하는 등 군부독재에 맞선 민주화운동에 가열차게 동참했다.

1994년 대하소설 ‘녹두장군’(창작과 비평사) 12권을 완간, 리얼리즘 민중문학사에 분수령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업적을 토대로 제9회 만해문학상(1994), 제13회 요산 문학상(1996)을 수상했다.

참여정부 당시 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회 위원장(2004)을 역임했으며, 2021년 12월 5‧18민주화운동 고문 후유증으로 투병 중 별세했다.

forthetrue@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