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사업계획 승인 때 기부채납 이행 조건 미포함
시행사 부도·가압류 등 땐 도로 이용 제한 등 악영향
사진은 특정 기사의 내용과 무관함. 아파트 건설현장 모습./더팩트DB |
[더팩트 ㅣ 광주=이종행 기자] 광주시의 한 민간임대주택 아파트 앞 도로가 공공성을 띈 도시계획시설임에도, 서구의 행정 착오로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이 나면서 임차인과 일반인이 자유롭게 오갈 수 없는 시행사 소유의 개인 도로로 전락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구가 (주)광신주택 측에 민간임대아파트 건설 사업 추진에 대한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을 내줄 당시 '도로 개설만'을 허가 조건으로 내세운 채 '기부채납'이라는 문구를 넣지 않으면서다.
5일 서구 농성역 광신프로그레스 임차인 A씨 등에 따르면 서구는 지난 2020년 7월 22일 민간임대아파트 건설 사업을 추진 중인 (주)광신주택이 신청한 주택건설사업계획을 승인했다.
승인 조건에는 '아파트 앞 도로 개설 후 기부채납한다'는 통상적인 이행 조건과 달리 '기부채납'이라는 문구를 뺀 채 '도로 개설' 조건만 담겨 있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광신주택이 기부채납을 하지 않더라도 서구에선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얘기다. 현재 이행 조건에 명시된 도로 개설 부지(93㎡·28.13평)는 도시계획시설 미지정 상태로, B교회 소유의 주차장으로 사용 중이다.
주택건설사업계획에 기부채납 조건이 빠지면서 시행사 부도 또는 제3자에게 팔릴 경우 해당 부지는 개인 도로로 전락하면서 공공의 이용이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높다.
기부채납이 이뤄지지 않을 땐 해당 부지의 소유권은 시행사가 갖게 되는데, 시행사의 부도 또는 가압류 등에 따라 도로 이용제한 등 이동 편의에 제한을 받을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해당 도로의 기부채납 조건이 포함돼 있어야 하는 이유다.
임차인들의 다른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해당 아파트 입주 세대는 모두 146세대 중 대략 87세대(67.82%)로, 이들 임차인은 '동별 사용 승인'을 받은 뒤 사실상 임시 거주를 하고 있다. 해당 아파트는 이날 현재 도로 개설 등 허가 조건을 이행하지 않아 공식 사용 승인을 받지 못한 상태다.
'동별 사용 승인'은 사용 승인(준공)을 받지 못한 상태를 말하는데, 일부 시중 은행들이 전세 대출 시 대출 제한 또는 한도 등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임차인들은 입주 시 필요한 전세자금 대출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임차인 A씨는 "서구가 '도로 개설 후 기부채납'을 이행(허가) 조건으로 하지 않고 도시계획시설로써 지정하지 않은 점은 명백한 절차상 하자"라면서 "임차인 권리보호 등을 위해 사용 검사 전 임대보증서를 발급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선 기부채납지 확보이행 보증을 위한 예치금을 납부 받고 도시계획시설 부지에 대한 확보현황 관리 및 신탁 등기를 통해 임차인의 권리를 보고하고 있지만, 서구의 절차상 하자로 인해 임차인들은 관련법에 따라 보장된 권리를 제한받으면서 막대한 손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팩트> 취재진은 지난 3일 서구 측의 입장을 전해 듣기 위해 담당 공무원과의 전화 통화를 시도한 뒤 연락을 기다렸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편 광신주택이 시행하고 광신종합건설에서 시공한 광신프로그레스는 총 146세대로, 지난 4월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임대보증금은 평수에 따라 적게는 3억3700만원에서, 많게는 4억3700만원이다.
이 아파트는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건설되는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으로, 사업 시행자인 광신주택은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운영하는 저금리 대출상품인 주택도시기금대출의 특혜를 받아 사업비를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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