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람회 후 도로 원복 이행 질문에 "누가 걷어낸다 그랬냐?" 펄쩍
지난해 9월 22일자 공문·시의회 답변에서는 원상복구 계획 밝혀
지난달 30일 노관규 순천시장이 취임 1주년 기념 언론 브리핑에서 시정 현안에 대해 설명한 뒤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순천시 |
[더팩트 순천=유홍철 기자] 노관규 순천시장이 지난달 30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 공식 석상에서 거짓말을 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노 시장의 거짓말 논란은 순천시 오천동 동천 4차선 강변도로 1km 구간을 정원박람회 개최 기간 일시 폐쇄하고 조성한 '그린아일랜드'에 포설한 잔디광장의 향후 처리 방안에 대한 기자의 질문 과정에서 빚어졌다.
당시 <더팩트> 기자는 "당초 그린아일랜드 잔디를 박람회 끝나면 걷어내겠다고 했는데 (반응이 좋다고 판단한 때문인지) 지금에 와서는 여론조사를 통해 결정한다는 얘기가 들린다"며 질문을 이어갔다.
노 시장은 기자의 질문 도중 끼어들어 "누가 걷어낸다고 했나. 사실과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면서 "시민 의견 들어서 결정한다 그랬지 누가 걷어낸다고 했나. 그런 얘기 뭐하려 하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노 시장은 이후 기자의 질문이 끝난 뒤 답변에서 "편하게 다니던 도로를 이렇게(잔디광장으로) 바꾼다고 하니까 반대만 하고 시민들도 그런가 보다 했는데 이용해 보고 나면 생각이 바뀔 수 있고 시민들의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으니 (시민) 의견을 들어서 결정한 것이 맞다고 시의회에서도 답변했다"고 말했다.
논란은 기존 4차선 도로 위에 깔아놓은 잔디를 걷어내고 원상회복하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말한 대목이다.
순천시는 지난해 9월 그린아일랜드 조성을 위해 도로를 폐쇄하려던 상황에서 이에 극렬히 반대했던 ‘강변로 녹지조성사업 반대 비상대책위’에 보낸 지난 9월 22일자 공문에서 "녹지조성사업은 정원박람회 주 행사장으로 행사기간 동안 임시 사용할 예정이며, 박람회 행사 후에는 차량이 원활히 통행할 수 있도록 복구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순천시가 도로를 잔디광장으로 만든 그린아일랜드에 대해 정원박람회 이후 원상회복하겠다는 내용으로 보낸 공문의 일부. 순천시는 이 공문과 시의회 답변 과정 등에서 도로로 환원하겠다고 여러차례 밝혔음에도 그런 사실이 없는 것 처럼 호도하고 있다. /독자 제공 |
순천시 주무관, 팀장, 과장, 국장 등이 사인한 공식 문서를 통해 박람회 이후 원상회복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난해 10월 17일자 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양동진 시의원은 "기존에 있는 도로를 그대로 원상복구한다는 얘기죠?"라는 질의를 했다.
이에 당시 정창영 도로과장은 "예, 그렇습니다"라고 답변했다.
사실이 이러함에도 노 시장은 '사실과 다른 얘기'라고 잡아떼고 한술 더 떠서 '그런 얘기를 뭐하려 하냐'며 질문하는 기자에게 핀잔을 주기도 했다.
이런 전후 사정을 고려해 노 시장이 원상회복 약속을 하지 않았다는 말이 사실과 다른 거짓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는 것이다.
국가정원 뒤편 마을 주민 문모씨는 이와 관련해 "지난해 9월 전후로 도로를 폐쇄할 때 겪게 되는 불편 때문에 완강하게 반대했지만 국가적인 대사인 국제정원박람회에 꼭 필요하다고 해서 박람회 이후 도로로 원상회복 약속을 받고 양보했다"며 "양보는 하되 박람회 이후 도로 원상복구 시점이 명확하지 않아서 서로 의견충돌이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인제 와서 노 시장이 전혀 딴말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웃 마을 신모씨도 "노 시장이 인제 와서 시민 의견을 듣고 그린아일랜드를 도로로 원상회복할지, 현 잔디광장을 그대로 유지할지 결정한다고 말하는데 멀쩡한 도로를 폐쇄하기 전에 시민 의견을 들은 적이 있느냐"고 반문하며 "특히 가장 큰 불편을 겪는 오림, 오산, 홍두 등 3개 마을 주민들을 상대라 공청회조차 하지 않은 마당에 상황이 불리하니까 시민 의견 운운하며 시민을 끌어들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은 해괴한 논리"라고 비판했다.
기자회견 장면을 녹화 영상으로 보았다는 순천환경단체 전직 임원 김모씨는 "기자회견에서 질문하는 기자에게 '그 얘기를 뭐 하러 해요'라고 한 것은 노 시장의 오만함의 일단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노 시장이 언제부터 시민 의견을 그렇게 존중해 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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