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석유화학고, 괴롭힘 학폭 신고 수 차례 뭉개
학교 측 "잘 모른다, 기억나지 않는다" 책임 회피
여수석유화학고등학교 전경./김현정 기자 |
[더팩트ㅣ나주=김현정 기자·김남호 수습기자] 학교폭력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드라마 ‘더 글로리’와 ‘정신순 아들 사태’를 비롯해 최근 차기 방송통신위원장으로 거론되는 ‘이동관 특보 아들의 학폭 은폐 논란’까지 연이어 터지면서 비판 여론이 들끓는다.
전남 여수지역에서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뀐 학교폭력(학폭) 사연이 광주지법 심판대에 올라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부당한 학폭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여수석유화학고에 재학 중인 5명의 여학생이 여수교육지원청을 상대로 한 행정소송은 지난달 19일 첫 변론기일이 열렸고 오는 7월 14일 다음 재판을 앞두고 있다.
이 사건은 소송을 제기한 5명의 학생 중 일부가 먼저 위(Wee)클래스 상담교사를 통해 A 학생의 지속적인 괴롭힘을 호소했지만, 학교 측이 "너희들이 참아야지 어떡하겠니?"라고 회유한 데 반해 이 사실을 알게 된 A 학생이 오히려 피해를 주장하는 학생들을 포함한 11명을 집단 따돌림으로 먼저 신고하면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며 사건이 시작됐다.
당시 학생들은 피해 진술에서 A 학생이 '빨간 안경을 쓴 찐따', '여우같은 X', '남자에 환장한 X' 등의 언어 폭력을 지속적으로 일삼고 친구들 사이를 이간질하며, 기숙사 내 전열기구 사용 등 생활 규정도 위반했다고 호소했다.
반면 A 학생은 '기숙사 청소나 빨래가 되지 않은 날', '책을 가져다 놓으라는 심부름을 하지 않은 일', '급식실에서 자리를 옮긴 일' 등을 집단 따돌림 피해라고 주장했다.
청소와 빨래를 하라는 지시와 책을 가져다 놓으라는 심부름을 시켰는데 하지 않은 것 등을 학교폭력으로, 급식실을 이용하기 위해 서 있는 줄을 A 학생이 이탈해 놓고 그것을 집단 따돌림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지난 9일 <더팩트> 취재진과 만난 여수석유화학고 교장과 교감, 학생부장은 "그 당시 책임자가 아니어서 모른다. 기억이 나질 않는다" 등 책임 회피에만 급급한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했다.
또 학부모들이 학교를 상대로 ‘자녀 상담일지 등 학폭사건 관련 자료’를 공개하라는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학교는 ‘비공개 또는 자료 부존재 결정’으로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학교장은 자체 해결을 위한 중재안을 제시하며 노골적으로 학교발전기금과 관련된 돈을 학부모에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학교 측은 "먼저 상담을 했던 학생들은 어려움을 토로하는 정도에 불과해서 학폭 신고로 접수되지 않았던 것 같다"며 "A 학생은 정식으로 학폭 신고를 요청해 관련법에 따라 절차가 진행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지난해 상담교사와 학생부장 등 관련 교사들이 퇴직한 상황이라 사건 내용을 정확히 알 수 없다"면서 학부모에게 돈을 요구한 사실에 대해서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폭법)’에 따라 구두 상담 등도 피해 신고로 접수해야 하는 학폭 처리 절차를 위반하고, 학교폭력 사안 조사 보고서를 사실과 다르게 작성하는 등 공문서를 위조한 의혹도 받고 있다.
<더팩트>는 학교 측의 반론을 더 사실화하기 위해 서면질의서를 추가로 보내기로 했으며, 학교 측은 퇴직한 관계자들의 답변을 들어 해명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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