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는 화상 치료, 입으로는 마음 치료
교향악단과 환자들의 앙상블로 마음 치유도 함께해
대구 중구의 한 병원에서 음악회가 열리고 있다/대구=김채은 기자 |
[더팩트ㅣ대구=김채은 기자] "입원 중 음악회를 볼 줄은 생각도 못했어요. 매주 공연이 열렸으면 좋겠어요."
대구 지역의 화상병원으로 알려진 광개토병원에는 주말이면 병원이 공연장으로 변한다. 지난 4월 첫 공연을 시작으로 한달에 한두번은 병원에서 클래식 공연이 열린다.
지난달 28일 오후 1시 광개토병원 17층에서는 클래식 악기로 연주되는 ‘베사메무초’가 건물 전체에 퍼졌다. 대구에 적을 두고 있는 교향악단인 ‘인어스브라스앙상블(Inus Brass Enesemble)’팀이 광개토병원에서 재능기부로 공연을 하는 날이었다.
한 단락이 끝나자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학생이 마이크를 받았다. 교향악단이 영화 ‘The Sound Of Music(사운드 오브 뮤직)’의 OST인 ‘도레미송’을 연주하자 능숙한 창법으로 고음까지 소화하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두 번째 노래인 에델바이스에서는 관객들이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양손을 들고 율동으로 화답했다. 중간중간에 귀에 익은 가곡이나 팝송으로 지루할 틈새가 없었다.
김주성 광개토병원장이 교향악단 사이에서 트럼펫을 연주하고 있다./대구=김채은 기자 |
다음 공연은 한 중년 남성의 트럼펫 연주였다. ‘꽃피는 봄이 오면’을 연주하겠다며 트럼펫을 불었지만 왠지 모르게 전문 교향악단 치고는 서툴렀다. 간간이 음 이탈이 있었지만 마지막까지 애를 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 남성은 광개토병원의 대표원장이었다. 그는 "연습기간이 일주일 밖에 안돼 미흡하다"며 "다음 공연에는 더 연습을 하겠다"고 말했다. 관객들은 그제서야 병원장인 것을 알고 휘파람을 불며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광개토병원이 이같은 음악회를 시작하게 된 것은 우연한 기회였다. 문화예술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김 원장이 박해준 인어스브라스앙상블 단장에게 트럼펫을 배우던 중 ‘능숙하게 다룰 줄 알면 환자들 앞에서 공연을 할 것’이라고 꿈을 밝힌 것이 시작이었다. 박 단장은 "환자들에게 공연을 하는 목표라면 우리도 재능기부로 공연을 시작하겠다"고 제안했다.
몇 달간 준비한 끝에 4월 말 첫 공연이 시작됐다. 첫 공연은 김 원장과 교향악단의 공연으로 시작됐다. 작은 공연이었지만 첫 공연부터 환자들과 의료진들의 참석열기로 관심을 모았다. 두 번째 공연부터는 환자들과 지인들이 재능기부를 하겠다는 이들이 늘어 지금의 공연까지 이어오고 있다. 공연시간이 1시간이 훌쩍 넘지만 자리를 뜨는 사람이 없을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인어스브라스앙상블 팀이 무대를 시작하기 전 인사하고 있다/ 대구=김채은 기자 |
한 환자는 "딸의 첫 연주회를 가기 전 화상을 입어 병원에 입원해서 우울했는데 이 공연을 봤다는 것을 알고 딸도 참석하고 싶어한다"며 "재능기부로 이렇게 음악회가 이뤄진다는 것을 알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의료기관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주성 광개토병원장은 "환자들을 위한 공연을 통해 화상환자들이 입은 마음의 상처까지 보듬어주고 싶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럭스 감염증(코로나19)도 펜데믹 선언이 발표된 만큼 다양한 방안으로 공연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tktf@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