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상인들 전업 고려, 국내 수산업 바닥부터 붕괴 ‘우려’
수산물 특화 시장인 남광주시장은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했다. 하지만 정작 믿을만한 정부의 대책이 없다며 발만 구르고 있는 상태다/ 광주 = 나윤상 기자 |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정부 대응에 야당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가뜩이나 힘든 지역경제는 더욱 타격을 받고 있다. 특히 서남해안을 끼고 있는 광주‧전남은 수산업이 지역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막대해 오염수 방류 위기감이 주는 악 영향은 더욱 심각할 수밖에 없다. 상인들이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지역 수산물 시장은 벌써부터 붕괴 조짐을 보일 정도로 ‘폭풍전야’와 같은 긴장감에 휩싸여 있다. <더팩트>가 시름이 깊어가는 지역 수산업계 현장을 탐사하고, 그 위기적 상황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더팩트 l 광주=나윤상 기자]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를 올 여름부터 방류할 예정으로 알려진 가운데 광주⋅전남 수산업자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광주 남광주 시장(동구)은 시민들의 발길이 가장 잦은 수산물 시장이다. 수산물 구매뿐만 아니라 회감을 안주로 내놓는 음식점도 많아 샐러리맨들이 퇴근 후 즐겨 찾는 먹거리 시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더팩트> 취재진이 찾은 남광주 시장은 상인들의 한숨으로 가득차 있었다. 모두들 표정이 어두워 ‘폭풍전야’와 같은 긴장감이 느껴졌다.
남광주 시장에서 30년 넘게 수산물 유통업을 했다는 이 모씨(61)는 "원전 오염수 방류는 무조건 반대다. 방류하겠다는 기사만으로 수산물을 안 사는 손님이 많다." 고 걱정을 토로했다. 이어 "거래처 3곳이 이미 문을 닫았고 한 군데는 전업을 고려한다고 했다. 이유를 물어보니 멍게나 해삼 등은 이미 손님들이 거부한다고 하더라" 며 미구에 자신에게도 닥칠지 모르는 불안감을 털어놓았다.
남광주 시장에서 30년 장사했다는 수산물 유통 사장님은 일본의 후쿠시마 방류 결정 이후 거래처가 세군데 이상 사라졌다며 미래에 대한 걱정을 털어놓았다/ 광주 = 나윤상 기자 |
시장에서 전복판매를 하는 상인 김 모씨(55)도 방류소식 이후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김 씨는 "코로나 시절 힘들었어도 끝이 있겠지 하고 버텼다. 하지만 오염수 방류 소식을 듣고 난 후에는 미래가 가늠이 되지 않을 정도로 절망적이다" 라며 "정 안되면 가게를 접으려고 마음먹고 있다" 고 생업을 접을 각오까지 밝혔다.
수산물 가게만 사정이 이런 것은 아니다.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곳은 횟집이다. 단골이 많아 인기를 끌었던 횟집도 최근 문을 닫았다.
횟집 사정을 잘 아는 옆 점포 주인은 "장사가 잘 되는 횟집이었는데 사장이 오염수 방류결정으로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은 것 같았다. 업종을 변경해야 되겠다는 이야기를 입버릇처럼 했는데 이렇게 빨리 가게를 접을지 몰랐다" 고 안타까워 했다.
시장에서 냉동수산을 유통하고 있는 수산업자는 "수산업자들의 우려가 너무나 크다. 오염수가 바로 우리바다로 밀려드는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사람 심리가 그렇지 않다" 며 "냉동수산은 국내산 뿐 아니라 수입 산도 취급하는데 아무래도 외식산업부터 무너지기 시작할 것" 이라고 우려했다.
한 달 전까지 성업중이었던 횟집에 붙은 임대 현수막/ 광주 = 나윤상 기자 |
2022년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가 국내 수산물 소비에 미치는 영향’ 이라는 논문에 따르면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은 수산물 안정성 및 신뢰도에 영향을 미쳐 국내 수산물 소비시장의 위축을 일으킬 수 있다" 고 보았다.
오염수 방류에 대한 국내 수산물 소비자에 대한 인식 조사에서 ‘방사능에 대한 우리나라 수산물의 안정성’에 대한 질문에 ‘별로 안전하지 않다(31.3%)’, ‘전혀 안전하지 않다(14.7%)’로 다수의 응답자들이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원전사고 발생 이후 수산물 구매를 줄였던 경험이 있느냐’ 는 질문에 긍정의 응답이 49.8%로 나타나 원전사고 이후 수산물 소비를 줄였던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없다면 피해는 국내 수산업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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