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관광지 방문이 연수?...부산시의회 '제주 관광 연수' 논란
입력: 2023.05.30 08:57 / 수정: 2023.05.30 08:57

부산시 교육위, 31일부터 내달 2일까지 제주서 상반기 연수
일부 시찰 제외한 나머지 일정은 제주 관광 명소 방문 일정


부산시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시의원들이 2박 3일 간 국내 연수를 떠나는데, 대다수 일정이 유명 관광지를 방문하는 것으로 짜여진 것으로 드러났다..사진은 부산시의회 제312회 임시회./부산시의회
부산시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시의원들이 2박 3일 간 국내 연수를 떠나는데, 대다수 일정이 유명 관광지를 방문하는 것으로 짜여진 것으로 드러났다..사진은 부산시의회 제312회 임시회./부산시의회

[더팩트ㅣ부산=조탁만 기자] 부산시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시의원들이 2박 3일 간 국내 연수를 떠나는데, 대다수 일정이 유명 관광지를 방문하는 것으로 짜여진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더팩트>가 입수한 부산시의회 교육위원회의 '2023년 상반기 교육위원회 국내연수 계획' 자료를 보면 이달 31일부터 내달 2일까지 2박 3일 일정으로 제주도에서 국내연수를 진행하는데 대부분의 일정이 관광 명소 방문으로 구성돼 있다.

예상 비용은 모두 871만 5000원이다. 참가자는 부산시의회 교육위 소속 7명의 시의원들과 함께 교육전문위원실 8명, 입법정책담당관실 1명, 정책지원담당관실 1명 등 총 17명이다. 연수는 상반기 상임위원회 의정활동 운영방안에 대한 업무 연구 등 실시를 목적으로 두고 있다.

문제는 이들의 연수 일정이 제주도 유명 관광지로 채워져 있다는 점이다.

연수 첫날인 31일 부산에서 제주도로 도착하자마자 첫 일정은 점심 식사다. 공항 인근 제주 애월 바다 뷰를 끼고 있는 '고등어쌈밥' 가게인데, 제주도민들이 한번씩은 맛을 봤다고 할 정도로 정평이 나있다. 관광객 역시 제주도를 방문하면 많이 찾는 가게로도 유명한 맛집이다. 점심 식사 후 1시간 정도 이동, 도착하는 장소는 휴양림이자 산림욕장으로 널리 알려진 제주 서귀포에 있는 '치유의 숲'이다.

산림욕을 한 뒤, 곧바로 '꽃구경' 코스로 유명한 제주 서귀포시 월평동에 있는 ‘답다니 수국밭’으로 이동한다. 이 장소 또한 이 맘 때 제주엔 작은 꽃들이 모여 큼지막한 다발을 이루는 수국을 보러 오는 관광객들로 붐비는 명소이다. 이어 시의원들은 숙소에 짐을 풀고 휴식을 가진 뒤 인근 제주흑돼지 가게에서 저녁 식사를 한다. '점심 식사→산림욕→꽃구경→저녁 식사'를 소화하는 게 첫날 일정의 전부다.

둘째 날인 6월 1일 오전 일정으로 IB인증학교인 표선초등학교 방문이 잡혀 있다. 1시간 동안 이 학교에 머물다가 점심 식사 자리 겸 간담회를 이어진다.

이후 제주 서귀포시에 있는 한 유명한 갤러리, 그리고 옛 국가 기간 통신시설이었던 벙커를 문화재생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국내 유일 몰입형 예술 전시관으로 각각 이동한다. 모든 관람이 끝나면 다시 숙소로 돌아와 휴식을 취한 뒤 자연산 횟감을 취급하기로 유명한 횟집에서 만찬 겸 평가회를 가진다.

마지막 날인 6월 2일엔 오전 9시 숙소에서 퇴실한 뒤 첫 일정으로 1시간 거리에 있는 함덕해수욕장으로 간다. 이어서 제주 풍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함덕 서우봉을 찍고 공항 인근의 제주고기국수 가게로 이동, 점심을 먹고 부산으로 향한다.

이렇듯 우수 교육시설 시찰 및 상반기 상임위 의정활동 방향 모색하기 위한 이번 연수의 세부 일정을 보면 당초 취지와는 다른 일정이 상당수다.

2박 3일 연수 일정 동안 IB교육 추진경과 및 성과공유를 위해 우수 교육시설인 표선 초등학교(IB교육 인증학교)의 방문 일정만이 그나마 연수 취지에 부합하는 듯한데 이조차도 횟집에서 저녁 자리를 만들어 만찬 겸 평가회를 가지기로 해 연수 목적을 무색하게 한다.

표선초등학교 방문을 제외하면 사실상 관광지 관람으로 봐도 무관한 연수 일정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일정표만 보면 이게 도대체 무엇을 하러 가는 일정인지 전혀 알 수 없다. 홈쇼핑에나 나올 듯한 관광상품 내지는 일반인들의 여행 계획을 떠올릴 정도"이라며 "정치, 경제, 외교, 안보가 위태롭고 부산의 경기가 어려워 너나 할 것 없이 힘들어하는 이 마당에 굳이 제주도까지 가서 여행 그것도 힐링에 가까운 여행을 가는 것은 시의원의 의정활동이라 볼 수 없고 의원의 책임과 의무를 망각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꼭 가야 한다면 출장비 즉 시민의 세금이 아니라 자비로 가야 할 것이고 세금으로 갈 것이라면 계획과 일정을 수정하고 연수의 목적을 정하고 그것에 맞게 연수 일정을 짜고 결과물을 제대로 내놓아야 할 것이다"면서 "이런 일정을 내놓고 버젓이 연수라고 말할 수 있는 의원들의 뻔뻔함이 어디까지 갈지 참 개탄스럽다"고 덧붙였다.

hcmedi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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