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퇴직금 떼먹고도 당당한 광주 B요양병원
입력: 2023.05.25 17:04 / 수정: 2023.05.25 17:04

직원 대부분 40대 후반 60대 중년여성...고용승계 약속하고 한 달 반 만에 다른 사업자에 넘겨

간호사 및 간호조무사들의 퇴직금을 미정산하고도 당당하게 영업을 하고 있는 요양병원이 있어 논란이다. 이 병원은 대표자 전환을 통한 편법 퇴직금 체불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사진은 광주 북구에 위치한 B요양병원 전경 / 광주 = 나윤상 기자
간호사 및 간호조무사들의 퇴직금을 미정산하고도 당당하게 영업을 하고 있는 요양병원이 있어 논란이다. 이 병원은 대표자 전환을 통한 편법 퇴직금 체불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사진은 광주 북구에 위치한 B요양병원 전경 / 광주 = 나윤상 기자

[더팩트 l 광주=나윤상 기자] "최저임금으로 버티면서 고용승계 믿었는데 임금⋅퇴직금 못 준다니 억울해요"

광주 북구에 위치한 B요양병원이 직원 20여 명에게 임금과 퇴직금을 주지 않고도 당당하게 영업을 이어가고 있어 논란이다.

25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B요양병원의 전신은 S요양병원으로 2022년 10월경 E요양병원을 인수했지만 그 해 12월 중순경 B요양병원으로 사업권을 넘겼다.

문제는 S요양병원이 E요양병원을 인수한지 한 달 보름 만에 B요양병원으로 넘기면서 기존 직원들에게 포괄승계를 약속했음에도 임금과 퇴직금을 정산하지 않아 책임을 방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통상적으로 사업자가 사업권을 인계할 때는 기존 직원들이 퇴사절차를 밟고 퇴직금을 정산한 후 재취업을 통해 고용을 이어가는 구조로 진행된다.

그런데, S요양병원 관계자는 기존 간호사 및 간호조무사들에게 개별면담을 통해 포괄승계를 약속하면서 임금 및 퇴직금 관련 부분을 믿고 따라 줄 것을 부탁했다.

이에 피해자들은 이 말을 믿고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항변했다.

A 간호조무사는 "당시 S요양병원장의 부인인 간호부장이 개별적으로 만나서 걱정하지 말고 믿으라고 했다. 퇴직하고 다시 새 계약을 하는 과정이 번거롭기도 하고 일단 퇴직하고 나서 재취업을 받아 줄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고용과 퇴직금도 다 승계해 주겠다고 하니 믿을 수밖에 없었다" 고 말했다.

그렇게 고용승계가 무난히 이뤄지는 듯 했지만 S요양병원장이 파산을 선언하면서 B요양병원에게 사업권을 넘기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직원들은 바로 퇴사하고 퇴직금을 받으려 했지만 병원을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 들어온 인사의 뒷소문이 매우 흉흉했다. 다른 요양병원에서 임금과 퇴직금 체불로 마찰을 빚어 문제가 됐던 전력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후 S요양병원장은 파산을 했기 때문에 체납 임금과 퇴직금을 줄 돈이 없다며 손사래를 치고 B요양병원은 새로 이어받은 사업자이기 때문에 지급 의무가 없다며 당당하게 나섰다.

한 전문가는 이는 전형적인 대표자 전환을 통한 조직⋅상습적 의료인력(간호사⋅간호조무사) 임금 및 퇴직금 체불 사건으로 볼 수 있다며 의혹의 눈길을 보냈다.

또한, 지역에서 요양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다른 한 원장은 "그런 수법들이 워낙 많았지만 수면 아래서 쉬쉬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고 다른 사업장에서도 대표자 전환 수법이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현재 S요양병원장은 B요양병원에 한의원장으로 근무하고 있고 부인인 간호부장도 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더팩트>는 B요양병원을 직접 찾아가 병원 측 입장을 들으려고 시도했지만 입구에서부터 강한 반발에 이뤄지지 못했다.

어렵게 이뤄진 박 이사와의 통화에서 "S요양병원장은 기존에 8억 빚을 지고 있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10억을 더 차입해 병원을 인수했지만 사기를 당해 3달만에 파산하고 말았다" 고 말했다.

간호사들에게 직접 개별 고용승계를 말한 사실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일"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한편 최저임금을 받고 일했던 요양병원 간호사 및 간호조무사들은 정부의 대지급금 제도를 이용하고 향후 법적 대응을 이어나간다고 밝혔다.

이들을 돕고 있는 한 시민은 "피해자들은 사회적 약자인 중년의 여성분들이어서 법과 사회에 대해서 무지한 부분이 있는데다 이들에게 법은 한없이 위에 있는 존재일 뿐이다" 며 문제해결이 쉽지 않음을 내비쳤다.

kncfe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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