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10 기원' 이름 지은 호랑이 3마리 중 2마리 폐사
성적도 7위→6위→9위→5위 등 중하위권 멤돌아
사진은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 전경./더팩트 DB |
[더팩트 ㅣ 광주=이종행 기자] 한국판 '밤비노의 저주'일까?
한국 프로야구 기아 타이거즈의 10번째 우승을 기원한다는 의미에서 이름을 지은 벵갈호랑이 '아이(I)', '러브(Love)', '기아(KIA)'가 최근 수년 새 연이어 폐사한 뒤 성적이 곤두박질치자 '호랑이 저주'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22일 광주우치동물원에 따르면 '아이'(수컷·당시 11살)와 '기아'(수컷·당시 14살)가 지난 2019년 12월30일과 지난해 1월4일 각각 질병사(패혈증)와 노령사(심부전)으로 죽었다.
우치공원은 지난 2009년 6월6일 벵갈호랑이 3마리가 기아 타이거즈의 상승세가 이어지던 중 태어난 점과 기아 타이거즈의 한국시리즈 10번째 우승을 기원한다는 의미에서 이름을 '아이', '러브', '기아'로 지었다.
이후 기아 타이거즈의 홈구장인 광주-기아 챔피언스필스에 초청돼 그라운드를 누비는 등 홈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현재 유일하게 생존한 호랑이는 암컷 '러브'(15살)뿐이다. 벵갈호랑이의 평균 수명이 15~20년인 점을 감안하면 '러브'도 노령에 접어든 셈이다.
'아이'와 '기아'가 연이어 폐사한 뒤 기아 타이거즈 성적도 중하위권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기아는 이들 호랑이가 태어난 해인 지난 2009년 9번째 우승 이후 2017년 꿈의 'V10'을 이뤄냈다.
하지만 '아이'가 죽은 첫 해인 2019년 7위를 시작으로 △2020년 6위 △2021년 9위 △2022년 5위 등 중하위원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또 각종 사건·사고 등 악재도 끊이지 않고 있다.
장정석 전 단장이 지난 3월 새 시즌을 앞두고 'FA 뒷돈 논란'에 휩싸이면서 물러나는가 하면, 나성범·김도영 등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수개월간 결장하고, '팬 기만 논란'에 사과하는 등 구설수가 잇따르고 있다.
기아 타이거즈의 성적은 이들 호랑이의 생사와 무관한 우연의 일치이겠지만 팬들 사이에선 기아 타이거즈가 '밤비노의 저주'처럼 '호랑이의 저주'에 걸린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기아 타이거즈 팬 정모(46)씨는 "우연의 일치겠지만 '아이'와 '기아'가 죽은 해 기아의 성적은 하위권이었다"며 "기아의 성적만이 팬들의 오해를 풀 수 있는 길일 것"이라고 말했다.
'밤비노의 저주'는 미국 최고의 야구팀인 보스턴 레드삭스가 홈런왕 베이브 루스를 뉴욕 양키스에 트레이드한 뒤 86년간 우승을 하지 못한 데서 생겨난 풍자용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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