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전경/더팩트 DB |
[더팩트ㅣ군위=김채은 기자] "정치자금법을 전혀 몰랐습니다"
정치자금법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영만 전 군위군수가 16일 대구지법 의성지원 1호 법정에서 마이크를 잡고 한 말이다. 1991년 제4대 경북도의원으로 당선된 이후 제8대 경북도의회 의원을 지낸뒤 민선 6기에는 군수에 무소속으로 도전해 당선됐고, 7기에 재선에 성공했다. 30년 넘는 그의 굵직한 정치 경력만 봐도 정치인으로 살아온 사람이 정치자금법을 몰랐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30년 동안 식당을 경영하면서 지역에서 손꼽히는 맛집을 일궈낸 요리사가 식품위생법을 전혀 모른다고 한다면 그런 식당의 위생을 믿을 수 있고 음식을 사 먹을 수 있을까? 그런 식당에 가는 것 자체가 꺼려지는 것과 다를바 없어보인다.
본인주장대로 정치자금법을 정말 몰랐다면 더 큰 문제다. 얼마나 자신의 직무에 대한 이해도나 전문성이 떨어지는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라 충격을 자아낸다. 보수 지역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최측근들과 수십년간 손발을 맞추었고 군수에 2번 당선된 이력까지 가지고 있다. 지역에선 지금도 ‘신화’로 회자된다.
정치자금법을 전혀 모르는 후보와 그의 지지자들이 손발을 맞춰 선거를 치르다가 함께 기소가 됐다. 그들이 단체로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다"고 고백하고 실제로 그렇다 하더라도 위법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진정성도 약해 보인다.
오랫동안 선거를 치른 선거 전문가가 "법을 몰랐다"는 끔찍한 고백을 재판정에서 그것도 마이크를 들고 당당히 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 든다. 사실이라고 믿어보자. 택시 운전을 해도 교통법을 숙지하고, 의사는 늘 새로운 의술을 공부하고 익힌다. 김 군수는 도의원과 군수를 각각 2회씩이나 한 사람인데 선거와 관련해 가장 기본적인 법조차 무지하다는 것은 지역 정치인들의 수준이 말 그대로 밑바닥이라는 고백의 방증일 뿐이다.
기자가 만난 지역 정치인들 중 지역 발전을 위해 힘쓰겠다는 유능한 이들이 정말 많았다. 각자 자기 분야에서 나름의 업적을 이루고 주변에서 두루 인품을 인정받은 분들이었다. 김 전 군수가 스스로를 정치인을 대표한다고 말한 적은 없으나, 본인이 그렇게 생각하든 생각하지 않든 도의원 두 번에 군수 재선 성공이면 꽤 성공한 정치인에 속한다. 같은 범주에 속한 이들이라면 누구라도 적잖은 심적 충격을 받았으리라 생각해본다. 동료 정치인들에게 사과할 의향이 없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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