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 "안전규정과 심판인력은 주최·주관인 MBC경남과 한국파워보트연맹이 알아서 할 일"
[더팩트ㅣ창원=김채은 기자] 경남 창원시가 12년째 매년 수억원의 혈세를 들여 추진한 ‘창원 국제모터보트그랑프리대회’가 경기규정과 안전규정도 없이 강행해 논란인 가운데 심판진 도 상당수를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을 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14일 <더팩트>취재를 종합하면 ‘2023 창원 국제모터보트그랑프리’대회는 MBC경남과 (사)한국파워보트연맹(이하 연맹)이 주최·주관, 창원시가 후원을 맡았고 대회 첫날인 지난달 25일 오후 4시쯤 진해루 앞 해상 특설경기장에서 제트스키 2대가 충돌해 스웨덴 선수 1명이 중상을 입는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에 대해 해당 경기에 참여한 선수들과 운영진들은 "터질 것이 터졌다"며 "이미 예견된 인재였다"고 입을 모은다.
<더팩트>취재를 종합하면 창원시는 이번 국제대회를 대내·외적으로 홍보에 열을 올리면서도 정작 국제대회에 필수적인 ‘경기규정과 안전규정’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또 창원시는 "국제대회인 만큼 외국선수 5명 이상을 형식적으로라도 참여시켜 보여주기식 대회라도 해야 한다"며 연맹에 채근해 연맹도 급하게 외국인 선수를 초청하다보니 차질을 빚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파워보트연맹이 대회요강에 선수안정장비와 출전장비 검차를 명시하고 경기에서는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창원=김채은 기자 |
실제 지난달 25일 참가하려 했던 외국인 선수 가운데 2명은 비행기 결항 등으로 이날 경기에 참여하지 못하고 다음 날 뒤늦게 참가했다. 이는 시합 전 선수브리핑과 선수등록, 검차 등의 경기규정을 모두 지키지 않은 셈이다.
또 이번 대회 운영에 투입된 수상심판 6명 가운데 인명구조 자격증 소지자는 단 1명, 제트스키 선수 경험이 있는자는 2명뿐이었고, 기록심판조차도 경기경험이 전혀없는 일반인을 투입해 무전기 사용법이나 경기장에서 사용하는 깃발의 색상과 용도조차 모르고 있었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연맹은 선수들의 안전과 직결되는 선수 안전장비에 대해 ‘대회요강’에 반드시 착용할것을 명시해놓고, 경기 당일 선수들의 안전장비 검사와 출전장비 검차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대회에 참여한 심판 관계자는 "연맹이 대회요강에 명시한 선수 보호장비검사와 검차기준을 모두 무시하고, 각종 구조장비와 안전장비도 없이 대회를 강행했다"면서 "수상심판들이 경기장에서 사용하는 신호깃발의 색상과 용법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전했다.
파워보트연맹은 국제기구(IJSBA)규정을 따르는 단체라 알리고 있다/한국파워보트연맹 홈페이지 |
이에 대해 연맹 회장은 "창원대회는 승인받은 대회가 아니고, 국내 로컬경기라 국제기구(IJSBA) 규정을 따를 필요없다"면서 "예산에 맞게 수상안전구조사 등 인력을 배치해 문제없다"고 일축했다.
창원시 관계자는 "창원시가 후원으로 사업비 1억 800만원을 내준 건 맞지만, 안전관리나 규정 등은 주최·주관인 MBC경남과 대한파워보트연맹이 알아서 할 문제다"고 답했다.
사고 당시 창원시와 연맹측은 대회규정대로 처리했고, 사고는 스웨덴 선수가 한국 선수를 뒤에서 추돌해 사고 책임은 스웨덴 선수에게 있다는 입장을 냈다.
당시 현장에서 이를 목격한 해양경찰은 이날 사고가 프로암 런어바웃 오픈 경기에 출전한 한국 제트스키 국가대표 김모 선수(50대)가 자신이 속한 인코스에서 출발과 동시에 아웃코스로 진입해 사고가 난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영상 등을 근거로 사고가 난 선수들은 김모 선수와 직접적인 충돌은 없었지만, 고속주행하는 선수들 앞을 가로질러 선두그룹 선수들이 급정거하면서 사고를 발생시킨 결과를 냈다고 해경은 설명했다.
해경은 이번 사고와 관련 업무상 과실 혐의가 드러나면 관련자를 입건할 방침이라며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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