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로고. /더팩트DB

[더팩트 | 청주=이주현 기자] 지난해 4월 24일 오전 3시쯤 충북 청주시 상당구의 한 아파트.

당시 A(28)씨와 B(당시 26)씨는 늦게까지 술을 마시다 사소한 이유로 말다툼을 벌였다. 술을 마신 탓인지 상황은 더욱 악화돼 결국 몸싸움으로 번졌다.

같은 체급의 태권도 선수로 활동했던 이들. B씨는 A씨에게 싸울 생각이 없다고 몇 번이나 얘기했다. 하지만 A씨는 B씨의 목을 다리로 감아 조르는 등 폭행을 멈추지 않았다.

B씨는 A씨가 힘이 빠진 틈을 타 문을 박차고 도망쳤다.

B씨는 11층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현장을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속도가 너무 느렸다. 급했던 B씨는 계단을 이용해 아래층으로 내려가다 A씨에게 가로막혔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 B씨. 그는 11층과 10층 사이 계단 창문으로 도망치려다 추락해 숨졌다.

구급대원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B씨는 머리와 허리 쪽을 크게 다친 상태였다. 호흡과 맥박 역시 없었다.

이후 경찰은 수사에 나섰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을 통해 B씨의 얼굴 등에서 폭행 흔적을 발견했다. 장 파열과 골절 등이 있었다는 1차 소견도 있었다.

경찰은 A씨의 폭행 등 일부 혐의를 확인하고 2022년 4월 25일 상해치사 혐의로 구속했다.

문제는 B씨가 타의에 의해 추락한 것인지, 자의에 의한 것인지 명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런 의문점을 남긴 채 A씨는 재판에 넘겨졌다.

대전고법 청주재판부 제1형사부는 지난 6일 상해치사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다. 폭행과 추락사 사이에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아 상해치사가 아닌 상해 혐의만 인정한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론 피고인이 피해자를 추적했다는 점을 인정하긴 어렵다"며 "상해와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합리적인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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