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60년만에 이런 불난리는 처음" 홍성 산불에 이재민 한숨
  • 김아영 기자
  • 입력: 2023.04.03 17:03 / 수정: 2023.04.03 17:03
1054ha 소실, 주택 등 67동 피해
홍성 서부초등학교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이재민들이 불길이 꺼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 홍성 = 김아영 기자
홍성 서부초등학교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이재민들이 불길이 꺼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 홍성 = 김아영 기자

[더팩트 | 홍성=김아영 기자] 충남 홍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갑작스러운 불에 몸만 겨우 피한 주민들은 마을 인근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뜬눈으로 밤을 보내야만 했다.

3일 찾은 홍성 서부초등학교 대피소. 대피소에는 이재민들을 위한 재난 구호쉘터가 수십개 설치돼 있었다. 구호쉘터 내에는 2~3명의 이재민들이 모여 불이 꺼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재난심리회복 지원센터 관계자가 쉘터를 돌아다니며 이재민들의 심리 회복을 위해 애쓰고 있지만 두고 온 집 생각에 연신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80대 주민 A씨는 밤새 발생한 불길에 겨우 몸만 피했다. 20세부터 80이 넘은 지금까지 60년을 넘게 이곳에서 살았지만 이런 불은 처음이다.

불은 순식간에 건조장과 창고를 모두 태우고 집앞까지 번져왔다. 집안 가득찬 연기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지만 집을 두고 떠날 수 없어 발만 동동 굴렀다.

마을 주민들과 소방관들에게 구조돼 다행히 다친 곳은 없었지만 집 생각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A씨는 "불길이 순식간에 번지면서 창고 안에 연장이며 비료 등이 다 타면서 연기가 엄청나게 났다"며 "다행히 아들 친구와 소방관들이 달려와 물을 뿌리는 통에 집까지는 불이 붙지 않았지만 연기가 가득차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밤새 불이 휩쓸고 간 홍성군 한 마을에는 불에 탄 비닐하우스만이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내부에는 검게 그을려 한순간에 쓰레기가 되어버린 가재도구들만 나뒹굴고 있었다.

일부 축사에도 불이 붙으면서 미처 피하지 못한 돼지와 소들이 검게 타버리거나 연기를 마시기도 했다. 2년 전에도 마을에 불이 나면서 연기를 흡입한 소들이 잇따라 유산했던 기억에 마을 주민 B씨는 아찔했다.

그저 소들을 지켜야겠다는 마음으로 밤새 물을 퍼다 날랐다. 다행히 축사까지 불이 붙지는 않았지만 연기를 마시고, 밤새 사람들로 북적였던 탓에 소가 여물을 먹지 않아 걱정이다.

B씨는 "밤새 불길이 엄청났는데 농장까지 내려올까봐 조마조마했다"며 "집과 소를 지키느라 대피소에 갈 시간도 없이 물을 퍼다 날랐다"고 토로했다.

산림청과 충남도는 오전 6시부터 헬기 20대와 장비 154대, 인력 3372명을 동원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오후 2시 기준 약 66%가 진화됐으며, 잔여 화선은 약 8㎞다.

산불로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1054㏊가 소실되면서 주택과 축사 등 67동이 피해를 입었다. 바람이 거세지면서 산불이 잇따라 번지고 있어 피해 규모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충남 홍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 내포 = 김아영 기자
충남 홍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 내포 = 김아영 기자
충남 홍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휩쓸고 간 마을에 비닐하우스 뼈대만 남아있다. / 내포 = 김아영 기자
충남 홍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휩쓸고 간 마을에 비닐하우스 뼈대만 남아있다. / 내포 = 김아영 기자
충남 홍성에서 발생한 산불에 가재도구들이 모두 불에 탔다. / 내포 = 김아영 기자
충남 홍성에서 발생한 산불에 가재도구들이 모두 불에 탔다. / 내포 = 김아영 기자
충남 홍성에서 발생한 산불에 집이 무너져내렸다. / 내포 = 김아영 기자
충남 홍성에서 발생한 산불에 집이 무너져내렸다. / 내포 = 김아영 기자

thefactcc@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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