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뜬눈으로 지샜어요" 대전 산불에 노인·장애인시설 900여명 대피
입력: 2023.04.03 14:23 / 수정: 2023.04.03 14:23

산림 414ha, 민가와 암자 각각 1채 전소

임시대피소에서 밤새 뜬눈으로 지샌 산불 이재민들 / 대전=최영규 기자
임시대피소에서 밤새 뜬눈으로 지샌 산불 이재민들 / 대전=최영규 기자

[더팩트 | 대전=최영규 기자] "이렇게 대피하기는 처음이네요, 밤새 한숨도 못 잤습니다"

대전 서구 산불로 인해 긴급하게 대피소로 몸을 옮긴 이재민들은 밤새 뜬눈으로 불길이 잡히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산불 현장에서 가까운 노인시설 6곳과 장애인시설 8곳 등 총 10곳의 시설 입소자와 종사자 등 900여명은 2일 오후 인근 종합복지관과 경로당으로 이동해야만 했다.

2일 낮에 발생한 산불이 강풍으로 인해 불길이 어디로 갈지 몰라 대전시가 급하게 대피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대전 서구 산직동 산불 / 대전소방본부
대전 서구 산직동 산불 / 대전소방본부

시설 입소자들은 고령이거나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대부분이어서 긴급 대피는 쉽지 않았다.

장애인시설 종사자 이 모 씨는 "오후 1시쯤 연기가 나서 산에서 불이 났구나 정도로 생각하고 소방차가 와서 괜찮겠거니 생각했다"며 "점점 연기가 자욱해지면서 상황이 심상치 않아 입소자들을 옮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 "시설에 계신 분들은 80~90%가 거동이 불편한 분들인데 휠체어가 부족해서 구급차 있는 곳까지 한분 한분 직접 안아서 옮길 수 밖에 없었다"며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복지관으로 대피한 이재민들은 좁은 공간에 옹기종기 모여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했다.

시설 종사자 김모 씨는 "거동이 불편한 분들이라 지켜보면서 돌봐야하는데 대피 공간이 충분하지 않다보니 좁은 곳에서 많은 분들이 함께 있어 힘들었고 죽을 드셔야하는데 음식 만드느니라 어려웠다"고 호소했다.

대전 서구 기성중학교에 대기 중인 소방차 / 대전=최영규 기자
대전 서구 기성중학교에 대기 중인 소방차 / 대전=최영규 기자

3일 현재 안전을 확보한 시설 입소자들부터 복귀가 진행 중이다.

한편 대전 서구 산직동 산불은 전날 낮 12시 22분쯤 산불감시원의 신고로 알려졌으며 불이 번지면서 오후 3시 30분쯤에는 시와 구청 전 직원 동원 명령이 내려졌다. 오후 8시 30분에 산불대응 3단계로 강화돼 산림청장이 화재 진압을 진두 지휘했다. 진화에 소방관과 군인, 공무원 등 3000여명과 헬기 16대가 투입됐다.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산림 414ha, 민가와 암자 각각 1채가 전소됐다.
andrei7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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