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삐선으로 결박 당하고 머리와 가슴엔 총탄'...아산서 유해 40여 구 발굴
입력: 2023.03.28 16:15 / 수정: 2023.03.28 16:15

진실·화해과거사정리위 '아산 부역혐의 희생사건' 유해발굴 현장 공개
유가족 "유전자 검사로 아버지 유해 찾길 기대"


‘아산 부역혐의 희생사건’ 유해발굴 현장에서 40여 구의 유해가 발굴됐다. / 진실화해위원회
‘아산 부역혐의 희생사건’ 유해발굴 현장에서 40여 구의 유해가 발굴됐다. / 진실화해위원회

[더팩트 | 아산=김경동 기자] 충남 아산 성재산에서 한국전쟁 당시 부역 혐의로 희생당한 유해가 대거 발굴됐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28일 ‘아산 부역혐의 희생사건’ 유해발굴 현장을 공개했다.

폭 3m, 길이 14m 남짓 방공호에서 발견된 40구의 유해는 대부분 무릎이 구부러지거나 앉은 형태였다. 손목에는 군용 통신선인 일명 ‘삐삐선’이 감겨있었다. 말로만 전해지던 한국전쟁 당시 부역 혐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무자비한 학살의 현장이 고스란히 담겼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지난 7일부터 20여일 간 배방읍 공수리 성재산 방공호 일대에서 한국전쟁 당시 부역 혐의로 희생당한 이들의 유해를 발굴해왔다.

발굴을 통해 확인된 유해는 최소 40구로 대부분 20~40대 사이의 남성으로 추정되고 있다.

유해와 함께 이들을 결박했던 군용 통신선과 학살의 도구로 보이는 탄피와 탄두도 발견됐다. 유해는 대부분 온전한 형태로 사망 당시 모습 그대로 발굴됐다. 대부분 저항조차 하지 못한 채 가슴과 머리에 총탄을 품고 있었다.

‘아산 부역혐의 희생사건’ 유해 발굴 현장에서 40여 구의 유해가 발굴됐다. 유해는 대부분 온전한 형태로 총탄과 함께 발굴됐다. / 아산=김경동 기자
‘아산 부역혐의 희생사건’ 유해 발굴 현장에서 40여 구의 유해가 발굴됐다. 유해는 대부분 온전한 형태로 총탄과 함께 발굴됐다. / 아산=김경동 기자

이번 유해 발굴지는 1950년 10월 4일 온양경찰서 업무가 정상화되면서 좌익 부역 혐의 관련자와 그 가족들을 매일 밤 1~2회에 걸쳐 40~50명씩 트럭에 실어 성재산 일대와 온양천변에서 학살하고 그 시신을 유기한 곳이다.

또 1951년 1·4후퇴 시기인 1월 초에는 도민증을 발급해 준다며 배방면사무소 옆 곡물창고 2개와 모산역 부속창고에 좌익 부역 혐의 관련자와 그 가족들을 구금한 후, 한 집에 남자아이 1명만 제외하고 수일간 수백 명을 집단학살하고 유기한 지역이기도 하다.

유해 발굴을 진두 지휘한 박선주 충북대 명예교수가 현장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 아산=김경동 기자
유해 발굴을 진두 지휘한 박선주 충북대 명예교수가 현장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 아산=김경동 기자

이번에 발굴된 유해들은 세척 등을 통해 다음 달 중순까지 수습 작업을 하게 된다. 이어 인근 아산시 염치읍 백암리 새지기 2지점에서 아산 부역 혐의 희생사건 유해 발굴을 계속할 예정이다.

김광욱(78) 아산 부역혐의 희생사건 유가족은 "지난 70년간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유해라도 찾고자 지금껏 살아왔다"며 "부역혐의 가족이라는 연좌제로 제대로 된 교육도 받을 수 없는 등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없었던 세월이었다"고 소회했다.

이어 "집단 학살 장소가 발견된 만큼 유전자 검사를 통해 반드시 아버지의 유해를 찾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진실화해위위원회 관계자는 "아직까지 신원 확인 비율이 상당히 낮게 나오고 있는데 이를 높이려면 유해 발굴을 모두 마치고 수거한 다음에 해야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추가적인 예산을 확보해 단계적으로 유해 발굴을 확대한 후 신원 확인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김광욱 아산 부역혐의 희생사건 유가족이 유전자 검사를 통해 가족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 아산=김경동 기자
김광욱 아산 부역혐의 희생사건 유가족이 "유전자 검사를 통해 가족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 아산=김경동 기자

thefactcc@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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