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어민 선생 영어인터뷰 통과자만 뽑아
학부모 "사실상 사교육 조장…아이에게 열등감만"
천안시민한마음체육대회에서 영어 프리토킹존 부스를 운영한 천안시 초중고 원어민 영어 보조교사 모습.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 천안시 제공 |
[더팩트 I 대전=라안일 기자] 대전의 한 초등학교가 영어에 능숙한 학생들에 유리하게 방과후 영어회화반 신청을 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 학교가 균등한 교육기회를 보장하지 않고 선행학습이나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지적이다.
대전 유성구 소재 A초교는 지난 21일부터 3~6학년을 대상으로 1학기 방과후 영어회화반을 진행하고 있다. 3~4학년 1개반, 5~6학년 1개반 등 총 2개반을 운영하며 한 반당 정원은 10명이다.
첫 수업이 진행됐지만 모집과정에서 불거진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A초교는 방과후 영어회화반 모집 당시 가정통신문을 통해 학부모들에게 원어민 강사의 영어인터뷰 면접에 합격한 학생을 선발하겠다고 알렸다. 영어를 배우고 싶은 모든 아이들에게 기회를 준 게 아닌 영어에 익숙한 학생에게 유리한 조건을 단 것이다.
A초등학교 1학기 방과후 영어회화반 신청 안내 가정통신문. |
학부모들은 사교육을 받은 아이들에게만 기회를 줬다며 반발하고 있다. 학교 측에 무작위 추첨 등 시정 조치를 요구했지만 학교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영어인터뷰를 통해 참여 학생을 선발했다.
실제로 3~4학년에서 30명이 신청했지만 영어인터뷰를 통과한 10명만 선발했다. 균등한 교육기회를 박탈하고 탈락한 학생들을 '영어 못하는 아이'로 낙인찍은 셈이다.
학부모 B씨는 "어떻게 학교가 균등한 교육기회를 보장하지 않고 영어에 능숙한 아이들만 영어회화반에 들어갈 수 있게 하냐. 학교가 사교육을 조장한 것"이라며 "인터뷰에 떨어진 아이에게 열등감만 줬다"고 성토했다.
A초교는 영어에 능숙한 아이들을 우선 선발했다고 시인했다.
A초교 관계자는 "영어를 선행 학습한 아이들을 뽑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며 "2학기 방과후 영어회화반은 1학기에 뽑지 않았던 아이들을 다 수용하는 방향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raiohmygod@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