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전남동부권 물부족 비상① ... 주암댐과 섬진강이 말라간다
입력: 2023.03.23 00:00 / 수정: 2023.03.23 13:33

주암댐 저수율 17.8% 고갈 직전 ... 제한급수 불가피
섬진강도 수량 부족 '샛강' '섬진해' ... 확연한 생태계 변화


기상관측 이래 최장, 최악의 가뭄으로 인해 전남도내 물부족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오는 5월 초까지 큰 비가 오지 않으면 전남도민과 광주광역시민들은 제한 급수에 따른 불편을 감내해야 할 형편이다. 특히 전남 동부권 여수국가산단과 포스코를 비롯한 광양국가산단내 기업들도 공장 가동 중단이라는 위기상황에 놓여있다. 전남동부권인 여수, 순천, 광양 등 3개 시의 경우 대규모 공단을 끼고 있는데다 기업체 수는 해마다 늘어나면서 공업용수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때문에 식수로 쓰이는 생활용수는 물론 공업용수 확보가 지역의 최대 현안이 되고 있다. 하지만 물 문제를 관장하는 환경부와 수자원공사의 물 부족 상황에 대처는 언발에 오줌누듯 단기 대책에만 매달릴 뿐 큰 그림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더팩트>는 물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대책을 모색하기 위해 현 상황과 공단과 정부의 소극적 대응 등을 3회에 걸쳐 시리즈로 연재한다. <편집자 주>

주암조절지댐(상사댐)이 오랜 가뭄과 수요량 중가로 인한 수량 부족으로 소규모 저수지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순천=유홍철 기자
주암조절지댐(상사댐)이 오랜 가뭄과 수요량 중가로 인한 수량 부족으로 소규모 저수지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순천=유홍철 기자

[더팩트ㅣ순천·여수·광양=유홍철 기자] 50년만의 최악의 가뭄 때문에 광주·전남 최대 광역상수원이자 공업용수원인 주암댐이 말라가고 있다. 전남동부권 공단과 시민의 젖줄이자 광양과 하동 어민의 생활터전인 섬진강도 샛강으로 변했다.

22일 현재 주암댐 저수율은 17.8로 떨어졌다. 주암댐과 연결된 주암조절지댐(상사댐)도 21.4%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5일 주암댐 저수율이 19.9%를 기록하면서 20%대가 무너졌는데 이는 2009년 4월 20일 19.8%를 기록 이후 14년 만이다.

당분간 큰 비 소식도 없어 주암댐은 시시각각 고갈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암댐과 상사댐의 가까운 부분에만 샘물처럼 물이 고여 있을 뿐이다. 거대한 댐의 대부분이 수몰 당시의 원형을 그대로 드러낸 채 잡풀로 뒤덮혀 있다.

이런 극심한 가뭄이 오는 5월까지 지속되면 전남 동부권 순천, 여수, 광양 시민들과 고흥, 보성군민들은 제한급수를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주암댐 물에 의존하는 전남 서부권 목포와 나주시, 함평과 영광 군민들도 큰 불편을 겪게 되기는 마찬가지 상황이다.

주암조절지댐 상류쪽은 수몰되기 전의 바닥을 그대로 드러낸 채 수풀로 가득찬 상황이다. / 데일리저널 제공
주암조절지댐 상류쪽은 수몰되기 전의 바닥을 그대로 드러낸 채 수풀로 가득찬 상황이다. / 데일리저널 제공

150만 광주시민의 생명수 화순군 동복댐도 저수율이 20% 이하로 내려간 지 오래다. 당분간 큰 비가 오지 않으면 5월 초에는 광주시민들이 제한급수에 직면하게 된다.

통상 6월말 시작되는 장마철을 맞기에 이때 하늘의 선처를 기다려야 하지만 근래들어 비가 적게 오는 건장마를 경험한 터라 이마저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광주시는 다급한 상황에 내몰리자 2~3급수인 농업용수인 영산강 물을 생활용수로 활용하는 비상 수단을 강구하기에 이르렀다.

전남 동부권 젖줄인 섬진강 물도 쫄아들어 섬진강 생태계도 큰 변화를 겪고 있다.

22일 현재 섬진강 물줄기는 샛강처럼 졸졸 흐르는 모양으로 변했고 하상 곳곳에 거대한 모래 둔덕이 형성됐고 잡풀과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섬진강이 수량이 줄어들면서 강바닥이 대부분 모래둔덕을 이루고 있고 물 줄기는 샛강처럼 쫄아들었다. /광양=유홍철 기자
섬진강이 수량이 줄어들면서 강바닥이 대부분 모래둔덕을 이루고 있고 물 줄기는 샛강처럼 쫄아들었다. /광양=유홍철 기자

섬진강 수량 부족은 장기 가뭄이 일차적인 원인이지만 섬진강 수계 곳곳에서 생활용수나 공업용수로 끌어다 쓴 탓도 큰 요인이다.

섬진강 상류에 위치한 전북 임실군 섬진댐에서 정읍, 김제 광역상수도와 동진강 유역 농업용수로 빠져 나가고 있다.

또한 섬진강 하류 지점에 위치한 광양시 다압면 수어댐에서 섬진강 물을 하루 최대 40만톤 가량을 끌어오고 있다. 수어댐물은 광양시와 여수시의 생활용수, 포스코와 여수국가산단 공업용수로 공급되고 있다.

섬진강 수량이 부족해지면서 광양만 해수가 섬진강 하류 깊숙이 올라오는 바람에 섬진강변 어민들은 ‘섬진해’가 됐다고 푸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광주·전남 등 남부 지역 가뭄 장기화와 관련, 섬진강 물을 끌어다 전남 여수·광양국가산업단지에 공급하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한 것에 대해서도 재첩생산 어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강물이 줄어들면서 해수가 치고 올라와 염도가 높아지고 재첩이 자라는 장소도 이동되면서 재첩 서식지가 파괴되고 있다는 것이다.

섬진강 넓다란 하상의 한 쪽 편에 흐르는 물 줄기도 바닥 모래를 드러낸 채 힘없이 졸졸 흐르는 상황이다. / 광양=유홍철 기자
섬진강 넓다란 하상의 한 쪽 편에 흐르는 물 줄기도 바닥 모래를 드러낸 채 힘없이 졸졸 흐르는 상황이다. / 광양=유홍철 기자

수자원공사가 섬진강 물을 수어댐에 끌어오는 취수장도 당초 다압면 사무소 근처에 있었다. 해수가 섞여들어오는 상황에 직면하자 취수장을 3㎞ 가량 상류쪽으로 옮겨야 했던 것도 섬진강의 환경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이다.

기후변화와 함께 5∼7년마다 가뭄이 찾아오곤 했지만 10년 전부터는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국지적 가뭄이 해마다 발생하고 있다.

주암댐과 섬진강 고갈상태는 반복되는 국지적 가뭄에 따른 자연재해가 일차적 원인이다.

여기에 여수국가산단과 포스코가 있는 광양국가산단, 순천율촌산단 등 전남동부권의 대규모 산업단지들이 필요한 공업용수를 주암댐과 섬진강 물에 전적으로 의존한 것도 또다른 요인이 되고 있다.

전남동부권 물부족(중)편에서는 전남동부권 여수산단과 포스코 제철소 등의 대규모 업체들의 용수대책에 소극적인 상황을 다룬다.

forthetru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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