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진원 시인 세 번째 시집 '눈 맑은 낙타를 만났다' 출간
입력: 2023.03.15 16:22 / 수정: 2023.03.15 16:22

'밥 먹고 가라'를 권하던 그리운 시절…피폐한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유대감의 비상구' 찾기

전남 함평 출신 함진원 시인이 세 번째 시집 눈맑은 낙타를 만났다를 펴냈다. / 푸른사상사
전남 함평 출신 함진원 시인이 세 번째 시집 '눈맑은 낙타를 만났다'를 펴냈다. / 푸른사상사

[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함진원 시인이 '눈맑은 낙타를 만났다'를 펴냈다. '인적없는 숲길은 시작되었네', '푸성귀 한 잎 집으로 가고 있다'에 이은 세 번째 시집이다.

문학평론가 맹문재 교수(안양대)는 함 시인의 이번 시집을 ‘척박한 자본주의에서 우리를 보호하는’ 유대감의 비상구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했다.

맹 교수의 평론이 말하고 있듯이 함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밥을 나누는 공동체의 가치를 줄곧 되뇌인다.

‘밥’이라는 시에서 "나는 어떻게 살았길래 눈만 뜨면 밥타령. 많이 먹어라.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어"라고 말하며 ‘두레밥을 나누는 마음’이 ‘냉혹한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마음’이라고 토로한다.

함 시인의 이 전형적인 시상은 ‘밥 나누기’를 외면하는 사람들 혹은 자신을 향해 ‘비만한 일상’, ‘비겟덩어리 고지서’라는 도발적인 시어로 날카롭게 주시한다.

"살아있는 것이 죄다. 검붉은 죄다…인간사 내려놓지 못해 안달복달 버리지 못한 것 쌓여간다"는 시구는 곧 이 시대의 ‘진정한 삶의 길’을 묻는 시인의 통렬한 자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자본주의적 욕망의 전쟁터에서 삶을 빼내고 싶은 시인의 간절한 희망은 다시 ‘서로 밥을 권했던 시절’에 대한 그리움으로 환치된다. 또한 시인은 그 치유의 길을 찾는 일을 ‘시가 무슨 대수인가. 한 나무가 쓰러지면 옆에 나무들 따라서 쓰러져가기에’(고재종 시인 비평)라고 반문하며 시인이라는 존재마저 부정하고픈 자학의 몸짓으로 그 간절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문학평론가 맹문재 교수(안양대)는 함진원 시인의 이번 시집을 피폐한 자본주의를 넘어서기 위한 두레밥을 나누는 유대감에 대한 간절한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고 평했다./푸른사상사
문학평론가 맹문재 교수(안양대)는 함진원 시인의 이번 시집을 '피폐한 자본주의를 넘어서기 위한 '두레밥을 나누는' 유대감에 대한 간절한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고 평했다./푸른사상사

피폐한 자본주의를 살아갈 수밖에 없는 공동체의 절망을 함 시인은 ‘서로 밥먹고 가라고 말하는’(시 ‘라일락 꽃 그늘 아래서’ 시구 중에서)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회고하며,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항구적인 치유의 길임을 독자들에게 넌지시 귀띔하고 있다.

물론 함 시인의 주시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며 혼잣말을 하는 사적 잠언에만 머물지 않는다.

오랜 농촌살이를 하며 자식들을 키워 낸 어머니의 넋두리를 풀어낸 ‘봄이 다 가부렀어야’, 수수한 사람들이 국수집에서 국수를 먹는 풍경을 수채화처럼 그려낸 ‘비는 내리는데’ 등의 시를 통해 밥을 만드는 농촌과 이어진 ‘인간관계의 해체’라는 이 시대의 본질적인 모순을 날카롭게 들여다보는 담론의 장으로 나아간다.

고재종 시인은 "정녕 살아야 할 의미를 못 느껴 죽고싶은 사람들을 '엄마같은 마음'으로 달래는 이야기고 노래이다"라고 함 시인의 시를 평했다.

시인의 마음 속을 더 파고들면 ‘그들에게 밥을 먹이고 싶다’는 치열한 욕망이 숨어있을 듯 하다.

전남 함평에서 태어난 함진원 시인은 조선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95년 ‘무등일보’ 신춘문예에 ‘그해 여름의 사투리 조’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forthetru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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