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매화축제 '짧은 꽃 감상, 긴 교통 불편'...이미지 훼손 우려
입력: 2023.03.13 11:32 / 수정: 2023.03.13 11:32

반복된 극심한 교통 체증... 둔치 주차장에 4시간 갇혀
외지인 "다시는 광양 안 온다" ... 광양시 대책없이 우왕좌왕


광양매화축제장 주변 도로가 밀려든 차량으로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독자
광양매화축제장 주변 도로가 밀려든 차량으로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독자

[더팩트ㅣ광양=유홍철 기자] "모처럼 화사한 봄날에 매화꽃을 보며 힐링하러 왔어요. 그런데 주차장에 갖혀 4시간을 움직이지 못하니 왕짜증이 났어요. 여기저기 방법을 물어봐도 방법이 없다는 거예요. 다시는 광양에 오지않을 겁니다."

부산에서 왔다는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김 모씨 부부가 축제 첫날인 지난 10일 광양 매화축제에 왔다가 화사한 매화꽃에 좋은 기분은 잠시 뿐 교통체증에 막혀 주말 오후를 완전히 망쳤다며 불평을 터뜨렸다는 게 매화마을 한 주민의 전언이다.

매화축제가 마지막 열렸던 4년 전에도 반복됐던 교통체증과 주차난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탓에 축제장을 찾은 상춘객들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한 것이다.

축제 개막 이튿날인 11일 오전 11시부터는 다압면 입구를 알리는 표지석부터 축제장까지 약 5㎞ 길이의 편도 1차선 도로가 주차장을 연상케 할 정도였다. 일부 운전자들은 도로 옆 좁은 주차 공간이 보이면 차량을 주차하고 걸어서 이동하기도 했다.

주말을 맞아 2명의 어린이를 동반한 진주에서 온 30대 젊은 부부도 "매화꽃 향기에 취하고 싶었으나 매화마을까지 들어올 때나 나갈 때 교통체증에 막혀 움직일 수 없었다. 구례 산수유축제장으로 가려는 다음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며 부산의 김 모씨와 비슷한 불편한 감정을 쏟아냈다.

이들은 주차 안내원에게 물어봐도 아무런 대책이 없이 "잠시 기다리면 풀릴 것이다"라는 말만 반복할 뿐이었고 홍보물에 나온 전화번호로 전화했더니 받지 않았으며 광양시에 전화를 했더니 "미안하다. 죄송하다. 현장에 연락해 보겠다"는 대책없는 답변만 들었다는 것이다.

매화축제 주 무대에서 3㎞ 가량 떨어진 신원리 둔치 주차장에 차를 세워둔 시각이 오전 11시였는데 빠져 나온 시각은 오후 4시였으니 한 시간가량 꽃구경 시간을 빼면 3~4시간을 주차장에 갇혀 있었다는 것이다. 이같은 일이 다반사였다는 게 여행객들의 이구동성이다.

이 같은 주차불편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시외버스를 이용한 상춘객들도 큰 불편을 겪기는 마찬가지였다.

광양매화축제장으로 가는 섬진강 변 도로에 차량 행렬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 /다압면 주민
광양매화축제장으로 가는 섬진강 변 도로에 차량 행렬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 /다압면 주민

광양시와 금호고속은 관람객들의 편의를 위해 지난 10일부터 19일까지 광주에서 오전 9시~오전 11시까지 각 시간마다 40명을 실을 수 있는 버스 1대씩의 시외버스를 운행하고, 매화축제장에서 출발하는 버스편의 경우 오후 1시 30분, 오후 2시 30분, 오후 4시 30분에 각각 1대씩 투입했다. 예상 운행 시간은 2시간이었지만 실제 도착시간은 4시간 이상이나 걸렸다.

오전 11시 광주에서 출발한 시외버스는 오후 3시 30분이 넘어서야 겨우 주차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광주에서 시외버스를 이용했던 조모(51)씨는 "오후 1시쯤에 도착해 여유있게 둘러보고 오후 4시 30분 버스를 타고 귀가하려는 일정을 짰는데 너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30분 정도밖에 구경하지 못하고 귀가 버스를 서둘러 타야 했다"고 광양시의 교통대책을 아쉬워했다.

광양시는 4년 만에 다시 개최되는 매화축제의 교통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2곳의 주차장을 신설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했다. 다압 섬진지구에 대형버스 37대와 소형차량 61대를, 도사지구엔 대형버스 29대, 소형차량 118대를 수용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또 신원리 둔치 주차장에서 주 무대까지 무료 셔틀버스까지 운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도 토요일 하루 상춘객 17만명, 차량 5만여대가 몰려오니 많은 관광객을 수용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 같은 수용시설도 과제로 남아있지만 광양시의 축제운영 능력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신원리 둔치주차장의 경우 주차선이 없어 주차안내에 애를 먹었고 둔치에 리버장터 허가로 주차장이 좁아지는 문제점이 드러났다.

축제장에 배치된 공무원 간의 즉시 소통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오왕좌왕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고 이로 인해 주차와 교통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 못한 점도 지적되고 있다.

광양시는 축제 이튿날인 토요일 17만명의 상춘객과 5만여 대의 차량이 몰려들어 교통마비 상태에 이르자 방문 자제를 요청하는 공지문을 시 홈페이지에 올렸다/ 광양시 홈페이지 갈무리
광양시는 축제 이튿날인 토요일 17만명의 상춘객과 5만여 대의 차량이 몰려들어 교통마비 상태에 이르자 방문 자제를 요청하는 공지문을 시 홈페이지에 올렸다/ 광양시 홈페이지 갈무리

이 때문에 시는 급기야 토요일 오후 늦게 시청 홈페이지에 "방문객 안전을 위해 매화축제장 방문자제를 요청하며 평일에 방문해 주시기 바란다"는 공지문을 올리는 촌극을 빚었다.

광양매화축제는 올해에 전남도 선정 10대 축제에 진입했고 봄을 알리는 남도의 첫 축제로 널리 알려졌지만 기반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도리어 광양시의 이미지에 손상을 입히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광양시 다압면 다사리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민간인 땅을 매입하거나 일시적으로 임대해서 주차장을 대폭 확충해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4차선으로 차선을 넓히는 등의 예산을 투입하고 좀 더 많은 노력을 하지 않으면 매년 반복되는 교통지옥을 피할 길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른 주민은 "자고 먹고 즐기는 인프라가 전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한두 시간 눈요기 관광에 지나지 않는 현 매화축제로는 지역민 불편만 초래할 뿐 지역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보면 반쪽짜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forthetru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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