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특집] 부산을 집어삼키는 '기후재난'
입력: 2023.03.10 13:01 / 수정: 2023.03.24 19:19

온실가스 이대로라면 60년 후 부산 겨울 사라져
10년간 국내 풍수해 재산피해 절반 부산서 발생


온실가스 줄이지 않으면 60년 후 부산의 겨울이 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더팩트DB
온실가스 줄이지 않으면 60년 후 부산의 겨울이 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더팩트DB

[부산=조탁만·김신은 기자] # 1. 사망·실종 2. 부상 3. 구조·대피 4. 전복 5. 정전·단수 6. 지하철·철도 중단 7. 교통통제 8. 고리원자력 발전 정지 9. 재산피해 10. 복구대책

역대 가장 강력했던 태풍으로 꼽히는 '매미'가 만든 2003년의 악몽이다. 매미의 상륙으로 부산에서는 불과 3시간 만에 7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강서구 신호동 해안 주택가에 해일이 덮쳐 60대와 90대 부부가 인근 해상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강서구 녹산동에서는 해일로 인해 주택이 침수돼 2급 지체장애인 A씨가 파도에 휩쓸려 실종됐다 숨진 채 발견됐다.

동래구 안락동에서는 60대 B씨가 정전된 집을 수리하려다 감전돼 숨졌다. 수영구 남천동에서는 아파트 공사장 대형 크레인이 소방차를 덮쳐 소방교 B씨의 우측 발목이 절단되고 뇌 손상을 입는 등 소방관 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2020년 7월에는 부산에서 집중호우가 발생해 동구 초량동 제1지하차도에 물이 차면서 차량 6대가 침수, 시민 3명이 목숨을 잃었다.

기후재난은 사회적 약자부터 덮친다. 그러나 정작 이들은 기후변화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 세계적으로도 기후재난은 개발도상국에서 가장 약한 사람들부터 집어삼킨다.

◆ 온실가스 줄이지 않으면 60년 후 부산 겨울 사라진다

기후변화는 현재 인류가 맞닥뜨리고 있는 가장 복잡한 문제 중 하나다. 기후변화는 전 세계적인 문제로 앞으로 수십에서 수백 년 동안 각 지역에서 그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기후변화를 유발하는 온실가스 배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온실가스의 80%는 이산화탄소로, 산업화를 일궈낸 화석연료(석탄·석유·천연가스 등)를 소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즉 인구, 경제활동, 화석연료 소비,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 등 전 지구적인 인간 활동 증가가 다양한 기후반응을 유발한다는 뜻이다.

기상청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6차 평가보고서상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와 작년 산출한 남한 고해상도(1㎞) 기후변화 시나리오 등을 토대로 한 지역별 기후변화 전망을 지난해 12월 공개했다.

이 전망에 따르면 온실가스를 현재와 비슷하게 배출할 경우 부산·대구·광주·울산·전북·전남·경남·제주 등 8곳은 이번 세기 후반기(2081~2100년) 겨울이 '0'일일 것으로 예측됐다. 말 그대로 60년 후에는 겨울이 사라지는 것이다.

겨울이 사라지면서 여름이 늘어나 제주는 금세기 말 1년의 약 60%(211일)가 여름일 것으로 예상된다. 폭염과 열대야도 빈번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광역지자체 폭염일은 4.8~32.4일인데 이 전망에 따르면 금세기 말 69.1~120.1일로 11.6~96.7일이 늘어나는 것이다. 강수량과 호우일 역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문제는 부산지역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들지 않아 기온 변화가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부산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5년 2432만t, 2016년 2549만t, 2017년 2482만t, 2018년 2674만t, 2019년 2468만t 등으로 크게 늘지는 않았지만, 줄지도 않았다.

부산에서 기상관측을 시작한 초기 10년(1905~1914년)과 최근 10년(2012~2021년)을 비교하면, 평균기온은 13.4도에서 15.3도로 1.9도 상승했다. 평균최고기온은 17.4도에서 19.5도로 2.1도 상승했고, 평균최저기온은 9.9도에서 12.0도로 2.1도 상승했다. 연강수량도 1443.2㎜에서 1646.9㎜로 203.7㎜ 증가했다.

◆ 풍수해, 전염병, 해안재난, 폭염 발생 빈도 증가

기후변화로 이상기후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풍수해, 전염병, 해안재난, 폭염 등의 발생 빈도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특히 부산은 산지 및 지면의 급한 경사, 낙후된 원도심 및 쪽방촌, 해안가 저지대 등이 넓게 분포해 풍수해와 해안재난에 취약한 특징을 갖고 있다. 지난 10년간 풍수해에 의한 우리나라 주요 도시 재산피해의 절반가량이 부산에서 발생한 이유기도 하다.

또 최근 해운대 등 해안가 고층 빌딩 밀집지역에서 바람에 의한 피해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풍재해에 의한 위험 또한 크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풍수해는 감염병 발생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줘 기후변화에 따른 풍수해 발생이 증가하면 이로 인한 감염병 발생 또한 증가할 수 있다.

기후변화에 따라 기온이 상승하면 자연에 존재하는 병원체가 인간 체온에 가까운 고온에 적응하게 되는데, 이는 병원체의 체내 침투 시 인간 체온에 의한 면역체계를 무력화시켜 감염이 증가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에 따라 지난 80년간 유행한 신종 감염병의 대부분이 인수공통감염병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 중 약 70%가 야생동물로부터 비롯됐다. 대표적인 예로 에볼라, 신종플루, 사스, 메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을 들 수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부산은 잦은 풍수해, 해수면 상승, 낙동강 부영양화에 따른 낙동강 수질 하락으로 제2급 감염병 중 살모넬라균에 의한 장티푸스와 파라티푸스의 발병률이 전국 평균보다 높다. 제3급 감염병인 비브리오패혈증, B형간염, C형간염 발병률도 전국 평균보다 높다. 비브리오패혈증은 비브리오균에 오염된 어패류를 통해 발생하거나 피부의 상처를 통해 감염되는 감염병으로 여름철에 환자가 증가한다.

부산의 해수면은 연간 3㎜ 가까이 상승하고 있다. 국립해양조사원에 따르면 해수면은 1989년부터 2021년까지 33년간 매년 평균 3.01㎜씩 상승했다. 부산은 연 평균 2.80㎜, 가덕도는 2.73㎜, 울산은 2.57㎜, 통영은 2.16㎜ 등으로 파악됐다. 또 온실가스 배출 저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우리나라 해수면이 2050년 25㎝, 2100년에는 82㎝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해양조사원은 분석했다.

해수면 상승은 태풍의 빈도와 강도 증가, 폭풍해일 규모 증가, 연안침식 가능성 증대 등 주요 해안재난 증가를 야기한다. 또 연안 저지대의 잦은 범람으로 지하수의 염분 농도를 높여 수질을 악화시킨다. 부산지역은 해수면 상승률이 다른 지역보다 높아 기후변화로 인한 수질이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폭염 및 열대야 발생이 잦아져 이에 대비해야 하는 기간 또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10년간(2010~2019년) 부산지역 주요 자연재난 피해는 폭염, 한파, 풍수해, 지진, 설해 등이며 폭염, 한파, 풍수해 순으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2018년에는 기록적인 폭염에 의해 208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해 13이 사망했다.

부산은 해안지역의 특성에 따라 열대야가 빈번하게 발생하며, 노인, 장애인 등 재난취약계층의 증가와 맞물려 그 피해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비상사태…안주해서도, 유지해서도 안 된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지금은 기후 비상사태"라며 "더 이상 현 상황에 안주해서도, 현 상태를 그대로 유지해서도 안 된다"고 경고했다.

부산시는 지난해 4월, 기후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부산형 탄소중립 도시 실현을 위해 '글로벌 기후 리더십 도시, 탄소중립 도시 부산' 비전을 마련했다.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7%의 탄소를 저감하고, 2050년에는 탄소중립 도시를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7월 '부산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조례'를 제정해 제도적인 기반을 마련했다. 오는 2030년까지 기후대응기금 1000억원을 조성해 실현 추진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탄소중립은 정부나 지자체의 노력만으로 이행할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며 "모든 시민과 기업이 동참해 탄소배출 감축을 위해 노력해야 달성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업은 생산공정에서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줄이고, 건물 옥상이나 주차장을 활용한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 등의 실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가정에서는 실내 적정 온도를 유지하고, 사용하지 않는 제품의 콘센트를 제거하거나 고효율 가전제품 사용, 대중교통·자전거 이용, 텀블러 이용, 올바른 분리수거 등을 실천해 달라"고 당부했다.

부산연구원은 효과적인 기후변화 적응력 향상을 위해 자료 분석을 통한 재난 사전 예측, 대피를 위한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하천 홍수 및 내수침수 예·경보시스템 구축, 폭염 예·경보시스템 구축, 저지대 침수 완화를 위한 관거 개선 등을 제안했다.

또 기후정의를 고려한 기후변화 적응을 위해서는 적응 과정에서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이 충분히 이루어져야 하며, 취약계층 중심의 도시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취약계층 지원은 고령층의 경우 행동 능력을 파악해 재난 발생 시 도움이 필요한 주민을 미리 파악하고, 경제적 취약계층은 식수나 마스크 등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효과적인 도시관리를 위해서는 교육, 의견수렴 등 시민과 소통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tlsdms777@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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