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日시민단체 다카하시 "윤 정부 배상안, 2012년 미쓰비시 제시 협상안에도 못 미쳐"
입력: 2023.03.09 17:35 / 수정: 2023.03.09 17:35

11년 전 미쓰비시 제시 '장학금 지급' 다시 꺼내든 한국정부
일본 정부 ‘완승했다’는 日언론 보도, 너무 화난다


나고야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지원회 다카하시마코토 공동대표가 급거 광주에와 9일 오후 기자회견을 가졌다. 다카하시 대표는 윤석열 정부 배상안 발표에 일본정부가 완승했다는 日언론들의 보도에 너무 화가난다고 말했다./광주=니윤상 기자
나고야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지원회 다카하시마코토 공동대표가 급거 광주에와 9일 오후 기자회견을 가졌다. 다카하시 대표는 "윤석열 정부 배상안 발표에 일본정부가 '완승했다'는 日언론들의 보도에 너무 화가난다"고 말했다./광주=니윤상 기자

[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24년여 긴 세월 동안 일제 강제동원 조선인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일본 내에서 활동해 온 다카하시 공동대표(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지원회, 이하 소송지원회)가 9일 오후 광주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을 주관한 이국언 이사장(일제강제동원 시민모임, 이하 시민모임)에 따르면 다카하시 대표는 최근 윤석열 정부의 배상안 발표가 ‘너무 부당하다’는 생각에 광주에서 기자회견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다카하시 이사장은 "윤석열 대통령 발표를 듣고 할 말을 잃었다"고 허탈감을 밝히며 "이번 한국정부 배상안은 11년 전인 2012년 피해자 지원단‧미쓰비시 협상안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일본 소송지원회는 2007년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피해자 원고들이 패소하긴 했으나 강제연행‧강제노동‧임금미지불 등 불법행위를 인정한 성과를 바탕으로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지속적인 투쟁을 펼쳤다.

이들의 노력으로 미쓰비시는 지난 2010년 협상장에 나왔으며 이후 2012년까지 근로정신대 할머니 지원단과 총 16차례에 걸쳐 협상을 벌였다. 당시 미쓰비시가 제시한 협상안에는 △역사적 사실 인정 △힘든 고생을 한 피해자들에 대해 유감 표명 △한국의 젊은 세대를 위한 학술·교육지원(장학금 지급) 등 3항의 내용이 담겨있었다.

9일 오후 다카하시 기자회견을 주관한 이국언 대표는 2012년 피해자 측과 미쓰비시 간 협상안 내용을 일부 소개하며 법정싸움 때문에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국내에서는 처음 밝히는 내용이다고 말했다./광주=나윤상 기자
9일 오후 다카하시 기자회견을 주관한 이국언 대표는 2012년 피해자 측과 미쓰비시 간 협상안 내용을 일부 소개하며 "법정싸움 때문에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국내에서는 처음 밝히는 내용이다"고 말했다./광주=나윤상 기자

당시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피해자들(원고) 소송 대리인이 패소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미쓰비시 협상안 제시는 긍정적인 상황전개였지만, 할머니 지원단 측은 "피해 당사자가 외면한 장학금 방식을 수용할 수 없다. 문제 해결의 진정성이 있는지 의문이다"며 협상안을 거부했다.

최근 정부 발표안은 2012년 미쓰비시가 제시한 협상안에서 역사적 사실 인정, 유감표명 등 내용이 빠지고 ‘장학금 지급’ 만을 발췌한 안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시민모임의 이국언 이사장은 "당시 합의내용을 기록한 자료집이 있지만 그동안 법정싸움을 해왔고 또 앞으로도 계속해야 하기 때문에 전체 내용을 다 밝히지 못하고 있다"며 "오늘 밝힌 2012년 미쓰비시 협상안 내용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일부를 소개한 것이다"고 말했다.

다카하시 이사장은 지금 일본 매스미디어의 보도 행태를 보면 "진실을 밝히지 않고, 한일 간 강제동원 배상문제는 이제 완전히 해결됐다"고 보도하며 "일본정부가 ‘완승했다’ 표현을 쓰고 있어 분노를 참을 수 없다"고 격분했다.

이어서 다카하시는 "박진 장관이 지난해 9월 고령의 양금덕 피해자 할머니를 찾아와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겠다"고 말한 것을 환기시키며 "박 장관이 완전히 양 할머니를 속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2년 강제동원 피해자 측과 미쓰비시 간 협상내용을 정리한 자료집으로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공개됐다./광주=나윤상 기자
2012년 강제동원 피해자 측과 미쓰비시 간 협상내용을 정리한 자료집으로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공개됐다./광주=나윤상 기자

또 다카하시는 "한국 정부의 발표를 두고 일본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을 칭찬하고 있는 사실에도 너무 화가 난다"고 밝히며 "양국 정부가 미래를 위한 조치라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다카하시는 "한국 정부 발표로 30여 년 강제동원 피해 할머니들을 돕기 위해 고군분투해 온 일본 내 양심세력들이 지금 가장 곤란한 상황을 겪고 있다"고 밝히며 "강제동원 배상은 인류 휴머니즘에 관련된 일이다. 일본 정부는 사실을 인정하고, 사죄하고 배상해야 하며, 교과서에 진실을 기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다카하시는 "강제동원 문제는 일본 정부·미쓰비시와 피해자 당사자들 간의 문제이지 한국 정부가 나설 일이 아니다"고 규정하며 "앞으로도 꾸준히 일본 내에서 피해자들의 편에서서 진실을 밝히는 투쟁을 계속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다카하시 공동대표는 지난 1988년 올림픽 당시 광주를 찾아와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을 처음 만난 후 현재까지 피해자 소송지원, 미쓰비시 본사 앞 ‘금요행동’ 투쟁을 521회째 이어가고 있으며, 일제강제동원 진실규명과 사죄·배상을 일본 정부에 촉구해 온 일본 내 양심세력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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