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사실상 '제주 제2공항 추진' 발표…둘로 쪼개진 제주민심
입력: 2023.03.07 15:39 / 수정: 2023.03.07 15:39

찬성측 "늦었지만 조건부 동의 환영, 조속한 기본계획 고시"
반대측 "주민결정권 무시 처사, 국토부 주민투표 개시 촉구"


제주제2공항 반대 거리 퍼레이드./더팩트DB
제주제2공항 반대 거리 퍼레이드./더팩트DB

[더팩트ㅣ제주=허성찬 기자] '전략환경영향평가 조건부 동의.' 수년간 끌어온 제주 제주2공항과 관련한 환경부의 이 같은 '면죄부'에 제주 민심이 극심한 '찬-반'으로 갈렸다.

지난 8년간 이어온 제주 제2공항 후보지 결정 논란은 지난 6일 환경부의 전략영향평가 조건부 동의 논란으로 일단락 됐다. 사실상 '추진' 결정이다.

앞서 제주 제2공항 추진이 가시화된 것은 지난 2015년. 성산읍을 제2공항 후보지로 확정·발표하면서부터다.

포화상태인 제주국제공항이 결항과 지연이 잦아지며 제2공항 필요성이 제기됐고, 국토부는 2019년 제2공항 추진을 공식화하면서 환경부에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했다.

당시 환경부의 입장은 '반려 결정'이었다. 평가서에 미비점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후 2차례에 걸친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보완 요구가 있었으나 재차 반려되며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렸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전직 도지사였던 원희룡 국토부장관은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 용역을 진행하며 다시 한번 제2공항 카드를 꺼내들었다. 원 장관은 지사 시절에도 제2공항 추진을 누누이 강조해왔다.

갑자기 변경된 환경부의 조건부 동의 결정과 관련해서는 이 같은 맥락에서 풀이된다. 지난달에도 환경부는 40여년간 논란이 있어온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도 조건부 동의 결정을 내렸다.

문제는 이 같은 환경부의 결정이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제2공항과 관련한 제주 민심을 '찬-반' 둘로 쪼개는 화약고 역할을 한 것이다.

찬성단체들은 "늦었지만 조건부 동의를 환영한다"며 조속한 기본계획 고시를 촉구했다. 주로 경제인 단체, 관광단체 등이 선봉에 섰다.

제주제2공항 건설촉구 범도민연대는 "국토부는 적극적으로 절차를 진행해 제2공항 건설이 신속하게 추진돼야 한다. 찬반 갈등을 넘어 제주의 미래를 견인할 제2공항에 도정과 도의회도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촉구했다. 제주상공회의소, 제주관광협회 등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보탰다.

반면 반대단체들은 "주민결정권을 무시한 처사"라며, 국토부에 주민투표를 통한 추진 결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제주제2공항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는 "이번 결정은 환경부가 환경보전이라는 부처의 존재 이유를 파기한 것과 다름이 없다. 도민결정권이 무시된 이번 결정에 대해 도정과 국회의원, 제주도의회는 국토부에 주민투표를 요구해야 한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해 오영훈 지사는 6일 기자회견을 통해 "결정 여부를 떠나 이번 진행과정에서 제2공항 주체인 제주와 도민을 철저히 배제했는지 또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어떠한 정보 제공이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중요한 결정이 이뤄졌다"며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

그러면서 "국토부는 곧바로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가능성 검토 연구용역 결과를 비롯한 모든 내용을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며 "2021년 반려사유였던 항공기-조류 충돌영향과 서식지 보전 등 네가지에 대한 국토부의 보완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면밀하게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국토부가 기본계획 고시 절차를 하게 되면 제주도와 도의회의 동의 절차를 거치게 되는 '제주도의 시간'이 돌아온다. 반면 주민투표라는 열쇠는 온전히 국토부가 갖고 있다.

지난 8년여간 지속돼온 '찬-반' 갈등을 잠재우는데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할지, 이제야 치유의 첫발을 내딛은 강정 해군기지(민군복합형관광미항) 선례를 기억해야 한다.

forthetur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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