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사건] 살인하고도 집행 유예 판결을 받았다고
입력: 2023.03.01 00:00 / 수정: 2023.03.17 08:12
지난해 양산의 한 주거지에서 남편을 살해한 30대 여성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픽사베이
지난해 양산의 한 주거지에서 남편을 살해한 30대 여성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픽사베이

[더팩트ㅣ경남=강보금 기자] <더팩트>는 최근 일어난 법정 선고의 판결문 등을 토대로 다양한 사건·사고의 뒷얘기를 더 심도있고 생동감 있게 전달해 보고자 한다.<편집자주>

# 남편의 커피에 수면제를 타 살해한 여인...

최근 서울에서 첫 돌 무렵부터 뇌전증으로 지적장애와 마비 등의 장애를 앓던 딸을 38년간 돌봐온 어머니. 엎친데 덮친 격으로 딸은 대장암까지 걸렸다.

고통스러워하는 딸을 보고 있자면 억장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다. 절망감이 쌓여 어느덧 우울증까지 왔다. 결국 딸을 살해하기에 이르렀다.

법원은 살인 혐의로 기소된 이 어머니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살인을 저지르고 집행유예를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아마도 재판부는 기구하다 못해 열악한 어머니의 상황을 최대한 고려한 게 아닌게 싶다.

이런 이례적인 판결이 최근 또 나왔다. 경남 양산에 세 자녀를 둔 여자는 남편을 무참히 살해했다. 사랑해서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세명이나 둔 한 여인의 극단적인 범행을 살펴봤다.

2004년 그는 남편과 만남을 시작했다. 연애한지 1년 만에 결혼까지 했다. 하지만 연이은 사업 실패로 남편은 '술꾼'이 돼 있었다. 남편은 점점 난폭해졌다. 술을 마시면 폭행을 일삼았다. 그는 술에 취한 남편을 다스리기 어려웠다. 그러면 그럴수록 사업 실패를 항상 가족 또는 아내 탓으로 돌리며 남편은 더 난폭해졌다.

몸과 마음이 지쳐갔고, 자연스레 정신과의원을 찾았다. 어느날 정신과의원에서 타온 수면제를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된 남편이 마시던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탔다. 아니, 타기 시작했다. 남편이 잠들며 횡포가 잠시나마 멈추기 때문이다.

사건이 일어난 그날 역시 남편의 술주정을 받아 주기가 너무나 버거웠다. 새벽 5시 30분쯤 잠을 자던 중 남편은 가차없이 깨워 거실로 데리고 나왔다. 가학적인 성관계를 요구했고 잘 되지 않으면 크게 화를 냈다. 아침 해가 뜬 시각에도, 아침식사를 만들던 중에도, 아이를 유치원에 보낸 후에도 가학적이고 폭력적인 요구가 이어졌다. 더군다나 주방에서 흉기를 들고오라고 윽박지르는 남편을 보면 무서움을 넘어 공포감이 든다.

그는 다시 남편의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수면제 다량을 몰래 넣었다. 잠든 남편을 바라보던 그는 평소와 달리 "이대로 계속 가다가는 결국 남편이 나를 죽이거나 가족을 모두 죽이겠다"는 마음이 깊은 곳에서부터 솟아올랐다.

결국 "남편이 없으면 모든 사람이 편하겠다"는 생각이 든 그는 남편을 살해했다.

지난 16일 울산지법 제11형사부(박현배, 박관형, 임미경 판사)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30대 A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A 씨는 국민참여재판을 받았다.

재판부는 "사람의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고 어떠한 경우에도 보호해야 할 절대적인 가치로서 이를 침해하는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다"고 꾸짖었다.

그러면서 "다만,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수년간 피해자로부터 지속적으로 가정폭력을 당해왔고, 이 사건 범행 당일에도 새벽부터 몇 시간 동안 피고인의 폭력적인 행동과 가학적인 성관계 요구가 이어지자 이 사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범행 동기에 특히 참작할 사정이 있다고 보인다"고 양형의 이유를 밝혔다.
hcmedi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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