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 경북지사, 일본식 표기 안동소주(酎) 들고 유럽서 ‘엄지척’
입력: 2023.02.27 17:27 / 수정: 2023.02.27 18:43

경북도, 일본식 지명·표기 없애고 우리 지명 찾기…이철우 지사, 유럽서 ‘안동소주’ 대대적 홍보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영국에서 안동소주를 홍보하고 있다/경북도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영국에서 안동소주를 홍보하고 있다/경북도

[더팩트 | 안동=김은경 기자]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지난 25일 영국에서 경북지역 전통주 안동소주 홍보에 나선 가운데 안동소주의 한자 표기가 일본식 표기를 쓰고 있어 논란이다.

27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안동소주(安東燒酎)의 한자표기가 일본식 표기로 나타났다. 또 독립운동의 성지 안동에서 해당 표기법 그대로 지역 특산품으로 상표등록까지 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경북도는 지난 2021년부터 지명정비 사업을 통해 일본식 지명 정비, 도시화로 사라진 지명 폐지, 미등록 지명 고시 등 3100여 건의 지명을 정비하고, 한자를 왜곡한 일본식 표기를 우리것으로 바로잡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5일 안동소주 유럽 홍보에 나선 이철우 경북지사는 “이번 영국 방문으로 유럽시장 진출 교두보가 마련됐다”며 “지난해 농식품 수출 첫 1조원 돌파와 함께 올해도 전 세계 소비자에게 경북 우수 농식품을 현장에서 발로 뛰며 세일즈 하겠다”며 안동소주를 들어 보였다.

이를 두고 지역민들은 “일본식 표기의 ‘안동소주’를 들고 홍보에 나선 것은 일제의 잔재를 바로잡는 경북도의 정책을 무색하게 한다”고 맹비난했다.

안동소주의 직접적인 기원은 몽골군에 의해 안동에 소주가 전래된 것으로 전해지며 고려와 조선시대 고대문헌에도 안동소주가 언급돼 있지만, 여기에 쓰인 소주의 한자 표기는 燒酒(사를 소, 술 주)이다.

제비원 안동소주 상표에는 일본식 한자표기가 없다/더팩트DB
제비원 안동소주 상표에는 일본식 한자표기가 없다/더팩트DB

하지만 일제강점기인 1916년 7월 25일 일본제국주의가 총독부의 수탈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술에 부과하는 ‘주세령’을 만들면서 증류식 소주의 표기를 일본식 표기인 燒酎(사를 소, 전국술 주)로 강제 변경했다.

일본소주(왼쪽)와 안동소주(오른쪽)의 한자표기가 같다/안동=김은경 기자
일본소주(왼쪽)와 안동소주(오른쪽)의 한자표기가 같다/안동=김은경 기자

燒酎 しょうちゅう(쇼츄)는 소주와 유사한 일본 증류주를 말하며, 한국의 소주를 지칭하는 燒酒 しょうしゅ(쇼슈)와는 발음도 다르다. 일본의 燒酎는 한국의 燒酒와 연원이 같고 제조법도 거의 같지만, ‘전국술(군물을 타지 않은 진국의 술)’, ‘3번 빚은 술’이라는 뜻의 酎를 사용해 진한 술임을 강조하면서 다른 명칭을 갖게 됐다.

한국의 전통 문헌에도 燒酎라고 쓴 용례는 없다. 현재 시판되는 증류주 가운데 유일하게 안동소주의 겉포장과 술병에만 ‘安東燒酎’라는 일본식 표기가 쓰이고 있다.

안동시도 지난 2019년 안동소주의 명성과 우수성을 지리적 표시로 보호하고 소비자의 신뢰와 이미지 제고를 위해 ‘안동소주 지리적 표시 증명표장’ 상표등록을 특허청에 출원했다.

tktf@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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