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성변전소 건설 백지화해주세요!"…장성 동화면 주민들 뿔났다
입력: 2023.02.25 14:02 / 수정: 2023.02.25 14:02

장성군 "사업추진 어렵다" 산자부에 검토의견 제출
김 군수 “주민 반대 의견 반영해 한전에 대응하라”…해당 실·국장 지시


24일 오전 10시 장성군청 4층 회의실에서 동화면 피해 주민이 신장성변전소 건립 관련, 한전 광주전남 건설지사 관계자와 장성군청 담당 공무원에게 따져 묻고 있다. / 장성=김건완 기자
24일 오전 10시 장성군청 4층 회의실에서 동화면 피해 주민이 신장성변전소 건립 관련, 한전 광주전남 건설지사 관계자와 장성군청 담당 공무원에게 따져 묻고 있다. / 장성=김건완 기자

[더팩트 l 장성=김건완 기자] "군수님! 제발, 신장성변전소와 초고압 송전탑 건설사업 백지화해주세요."

24일 오전 10시 전남 장성군 동화면 일원 30여 명의 주민이 장성군청을 찾아 볼멘소리를 터트렸다. 한전이 7년 동안 신장성 변전소 건설사업을 불투명하게 진행했고 이에 군은 뒷짐 행정으로 일관했다고 원성을 쏟아냈다.

이날 자리에는 군 관계자 2명과 한전 송로 건설 담당 직원이 함께했다. 회의는 장성군청 4층 회의실에서 2시간 반가량 문답 형태로 진행됐다. 차분하게 시작된 회의는 대화 과정에서 한전측의 불성실한 답변만 계속됐다. 또 군 관계자가 한전 측에 끌려가는 모습에 주민들은 성난 목소리로 그동안 쌓인 불만들을 성토했다.

주민들은 한전과 장성군에 △생존권을 반영한 송전선로 변경 △투명성 있는 입지선정위원회와 회의내용 △변전소와 송전선로 건설사업 백지화 등을 따져 물었다.

주민 B씨의 "입지선정위원회의 선정과 투명성을 위해 회의록을 공개해 달라"는 질문에 한전측은 "공개사항인지 검토하겠다. 책임자가 아니어서 여기서 답변드리기 어렵다"고 답하자 C씨는 "한전이 이렇게 나오면 장성군청이 나서 회의록 정도는 공개해야 한다. 군은 주민들을 위해 반드시 그렇게 해줘야 한다"고 질문을 덧붙였다. 이에 군 담당자가 "우리 군은 한전측이 안주면 어쩔 수 없다"고 말해 참석한 주민들의 공문을 샀다.

이에 P씨가 "장성군과 한전은 협의기관으로 알고 있다. 군은 주민을 먼저 살펴야지 한전이 변전소 건설을 위해 산자부에 사업 승인을 신청했다고 말하지만 마치 사업 신청이 확정이라도 난 것처럼 군이 나서서 주민들에게 선전하지 말라. 군도 한전의 밀어붙이기식 사업 진행에 얼마든지 제동을 걸 수 있는 협의기관이 아니냐"고 군 담당자를 향해 거세게 쏘아붙였다.

어어 주민들의 항의성 질문이 쏟아졌다. G씨는 "그렇다면 군은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의 원인인 변전소 건립부터 백지화해 처음부터 검토해야 한다. 앞으로 진행될 장성군의 행정행위 등을 속 시원히 알려달라"면서 "군수님은 고통받는 동화주민들을 위해 공청회 등을 다시 열어 결단 있는 행정을 해줬으면 한다"고 군을 질타했다.

회의가 점심시간을 넘기자 주민 B씨는 "앞으로는 책임 있는 한전의 담당자와 군 담당자가 자리에 나와 달라"며 "광주 광산지역에 필요한 전력을 위해 변전소와 송로 건설사업이 동화면에 들어서는 것을 원치 않는다. 생존권을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며 추후 일정을 요구했다. 이에 군 담당자는 "군도 적극적으로 행정에 나서겠다"며 "최대한 빨리 일정을 잡아 연락 올리겠다"고 답하며 자리를 에둘러 마쳤다.

회의를 마친 N씨와 J씨는 "대도시에서 살다 맑은 하늘과 한적한 장성이 좋아 신랑과 모든 것을 정리하고 귀농 귀촌해 면장님도 인구 유입에 도움이 됐다고 좋아했다"며 "하지만 새로 장만한 집 가까이 초고압선과 변전소가 설치된다고 해 하늘 무너진 줄 알았다. 군수님이 나서서 직접 해결해 주실 줄 믿고 있다"고 소감을 말했다.

전남 장성군 동화면에 건설 예정인 변전소와 초고압 송전송로 예정지. / 장성군
전남 장성군 동화면에 건설 예정인 변전소와 초고압 송전송로 예정지. / 장성군

◇장성군의 대응은

장성군 공고 등에 따르면 한전은 옥외 GIS형 주변압기 345kv/ 154kv 500MVA, 38bank(최종 48bank)와 본관건물 1동을 지난해 6월부터 2025년 4월까지 약 35개월에 걸쳐 사업을 시행한다. 신장성변전소 설립사업은 한전 광주전남건설지사가 변전소 건립, 154kv송전선로, 345kv송전선로 등 3개 사업 부분으로 나눠 진행한다. 사업팀들은 주민들을 따로 만나 설명회를 열고 있다.

앞서 한전은 신장성변전소 설립사업을 추진하면서 주민공모사업을 폐기해 4차례나 선정 후보지를 인근으로 바꿨다. 또 한전은 주민공모제를 잘 살피지 않고 진행했다가 실패하자 기존방식으로 변전소 건설을 무리하게 밀어붙여 감사원으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았다.

한편, 장성군은 지난해 11월 345kv전원개발 건설사업 승인 신청에 따른 검토의견을 산업자원통상부에 제출했다. 제출된 내용은 같은 해 10월 열린 전원개발촉진법에 따른 공청회 개최 의견도 담고 있다. "공모 당시 예정부지 변경에 따른 재공고 불이행과 주민들의 반대의견이 심해 사업추진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 돼 주민들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이와 함께 24일 오전 김한종 장성군수는 신장성변전소 건설에 있어 동화면 주민들의 고충과 관련해 해당 실·국장을 불러 호되게 지적했다고 알려졌다. 관련 국장은 "한전의 막무가내식 사업진행을 지켜볼 수 없으니 현황을 다시 한번 처음부터 주도면밀하게 살펴 대응하라"며 "더 이상 주민 갈등과 고충이 없게끔 한전과 협의기관으로서 군 행정에 최대한 집중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전했다.

앞으로 <더팩트>는 한전의 주민공모제 변전소 건설사업 실패 탓에 마을 공동체가 분열돼 각종 반목·질시 등을 받는 피해 제보와 함께 취재를 잇는다.

niceyach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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