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배가 산으로 가는 현상…군산시의 엉뚱한 공조직 만들기 구설   
입력: 2023.02.10 16:45 / 수정: 2023.02.10 16:45

-강임준 시장, 3년 전 시민발전소에 이어 장학재단 사무국 구성 지역 시끌
-시민발전소 선거 개입 압수수색


군산시청 전경. /더팩트DB
군산시청 전경. /더팩트DB

[더팩트 | 군산=이경민 기자] 강임준 전북 군산시장이 올해 벽두부터 군산 지역 학교 장학금 운영을 위한 사무국 설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금까지 군산시가 내부에서 운영했던 장학금 지급 업무를 외부 조직을 만들어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군산시 정가 및 관가에서는 시장 선거 이후 측근들을 공조직에 배치하기 위한 일환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런 시각에는 2년여 전 공조직 형태로 출범한 시민발전소의 운영이 반면교사다. 이와 관련된 사안을 종합 진단해 봤다. /편집자 주

◇강임준 시장, 18년 만의 정관 개정

군산시 장학재단은 지난 2005년 설립됐다. 50억원의 규모로 출범했다. 지난 18년간 군산시 내부 교육지원과에서 이를 관리했다. 시장이 당연직 ‘이사장’이다.

그런데 강 시장이 재선에 성공하자 바로 장학재단 운영 관련 정관을 개정했다.

개정안의 골자는 두 가지다. 공동 이사장제 도입(정관 제19조 임원의 선임)과 사무국 설치안(정관 제24조)이다.

공동 이사장제의 경우는 당연직 이사장(시장)을 놓고 이사 중 1명을 이사장으로 선임한다는 내용이다.

정관 24조가 문제다. 기존 안에는 ‘사무국장은 군산시 담당과장’으로 명시되어 있다. 개정안은 이 조항을 삭제했다. ‘이사장은 사무국장 1인과 필요한 사무직원을 둘 수 있다’는 문구도 넣었다. 그리고 ‘직원 채용은 공개채용을 원칙으로 하고 법인의 조직과 운영 및 운영에 관한 사항은 이사회 의결을 거쳐 별도의 규정으로 정한다’는 내용을 신설(3항)했다.

이 같은 정관 개정은 18년 만이다. 그동안 별다른 민원이나 불편, 아울러 사무국에 대한 설치을 위한 논의 한번 없었던 상황이다.

◇공동 이사장 선출 후 조직 구성 박차

강 시장은 정관이 바뀌자마자 공동이사장을 선출했다. 지난 1월 5일 이항근 전 전주교육장을 공동이사장으로 선출하고 임명장을 수여했다. 사실상 2023년 첫 임명장이자 업무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군산시는 곧바로 ‘군산교육발전진흥재단 사무국’이라는 이름을 공식적으로 내걸고 이를 ‘교육협력센터’라는 별칭을 이용한 계획안을 작성했다. 부대 예산도 1억8000만원이나 세워놓았다. 이 같은 추진 과정을 볼 때 군산시는 강 시장 재임 직후부터 준비했다고 볼 수 있다. 군산시가 마련한 사무국 규모는 정직만 총 7명이다. 이사 10명과 감사 2명, 공동이사장인 강 시장은 제외된 인원이다.

군산시가 매년 관내 학교에 지급하는 장학금 규모는 2억여 원. 지난해의 경우 2억4000만원 정도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니까 2억원의 장학금 지급을 위해 7명의 전문가가 연간 3억원(사무국 임대와 관리비 포함) 정도의 예산을 지출하겠다는 것이 군산시 계획이다.

군산시는 이 사무국 직원에 전북교육청 파견 1명과 군산시 파견 1명을 포함시켰다. 이들 파견 직원의 급여는 사무국이 아닌 교육청과 군산시가 담당한다. 이 예산까지 포함하면 사무국 운영비는 연간 장학금 지금액을 두 배 이상 상회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군산시 정·관가에서 ‘배꼽이 배보다 크다,’ ‘배가 산으로 가고 있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군산시의 해명 – 다른 시·군 장학재단 운영과 정반대

군산시는 이 같은 장학 조직 구성을 전주시와 익산시 등 비슷한 규모의 시군과 보조를 맞추고 장학 기금 운영의 폭과 전문성을 넓히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군산시는 이에 따라 군산교육발전진흥재단 사무국은 철저히 교육전문가들로 채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더팩트>가 전주시와 익산시의 경우를 확인한 결과 군산시의 주장은 거리가 있다.

일단 전북도에는 전북애향장학재단과 전주지역한마음 장학재단 등이 활동하고 있다. 전북애향운동본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전북애향장학재단은 14명의 후원자(이사)가 중심이 돼, 사무국장 1명이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 조직은 1982년부터 운영되고 있다.

전주시는 시가 공적으로 운영하는 장학재단은 없다. 다만 각 학교 조직과 각급 동창회, 사학재단 등에서 직접 운영하는 장학재단이 10여 개 존재한다. 전주시는 이들 조직을 지원하는 업무에만 나서고 있다. 이중 법무부가 출자한 (재)전주지역한마음장학재단이 눈에 띈다. 이 조직은 2005년 군산시 장학재단과 같은 시기에 출범했다. 역시 사무국은 일반 직원 1명이 관리한다.

익산시의 경우 정헌률 익산시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재)익산사랑장학재단이 설립되어 있다. 임원 16명(이사 14명-감사2명)은 모두 비상임이다. 여기에 각 학교 동창회장으로 구성된 장학생 선발심사위원 6명이 선발돼 있다. 이 역시 비상임이다. 이들이 총 관리는 사무국 직원 1명이 배치돼 있다.

각 초·중·고등학교에서 장학생을 선발하고 이들 대상으로 1인당 100만원 안팎의 장학금을 지급하는 일이 전문성을 요구하는 일이냐는 것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그것도 연간 2억원여 규모의 예산 배분을 전문가 7명이 담당해야 하느냐는 반문이 나온다.

◇강 시장, 장학 사무국 이용 측근챙기나

군산시가 7명 정규 사무직 요원으로 구성하려는 장학재단 사무국은 사실상 전북 내 최초이고 전국적으로도 사례가 드물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일찍이 군산 시내에서는 지난 연말부터 장학재단을 이용, 시장이 선거 운동에 동원됐던 측근들을 챙기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많았다.

특히 이항근 전 전주교육장이 퇴임 이후 강 시장 측근에서 선거를 도운 인물로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공동이사장으로 선출되자 의심이 사실화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 전 교육장은 강 시장과 군산고등학교 동문으로 공직 퇴임 후 전북도교육감 선거직에 출마를 준비했던 인물이다.

여기에 군산 시내에서는 실질적으로 사무국을 운영할 인물까지 거론되고 있다. 아직 물 위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강 시장 선거 조직원으로 활동했던 인물로 전해지고 있다. 군산시와 전북교육청 파견직을 제외한 나머지 3명 일반 직원들도 이미 선거 지원 조직 내에서는 암암리 채용자가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강 시장 조직 만들기 제2탄 – 제1탄 시민발전소 정치 조직 전락 재판 중

강 시장이 공조직을 이용, 선거 지원에 나선 인물들을 채용한 사례는 군산시민발전소가 대표적이다. 군산시민발전소는 지난 2020년 9월 1일 발족했다. 21대 총선이 끝난 직후다. 당시 군산시의회 의원들은 강 시장이 태양광 투자를 빌미로 내걸고 선거 공조직을 만드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품고 시민발전소 설립을 극구 반대했다. 그러나 강 시장은 밀어붙였고 결국 대표이사(사장)를 필두로 한 6명의 사무국 직원들로 구성된 회사가 설립됐다. 사장엔 강 시장의 대표적 선거지원자가 선임됐다. 이 대표는 강 시장 선거에 개입했다가 사무실 압수수색을 물론 본인에 대한 구속영장까지 발부된 바 있다. 구속은 면했지만 현재 재판 중이다. 모두 선거법 위반이다. 강 시장도 이와 관련 재판에 회부 된 상태다. 현재 시민발전소는 대표도 없이 사실상 업무가 중단된 상태다. 태양광과 관련된 각종 투자 유치도 사실상 정지됐고 오히려 기존 투자자들의 반발이 시작될 시점에 와있다. 이런 상황에서 남아 있는 사무국 직원은 현재도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향후 어떻게 되나-강 시장 물의하지 않을 것

일단 강 시장의 계획은 답보 상태를 맞고 있다. 사무국 설치안이 시민에게 알려지면서 군산시 내부 조직의 반감과 함께 교육계 내부에서조차 부정적 시각이 강하다. 특히 업무 협조를 받은 전북도교육청이 난감해하고 있다. 직원 파견이 문제다. 장학재단을 위해 직원을 파견한 사례를 전북도교육청은 찾고 있다. 아직까지 군산시의 이에 대한 공적인 답변이 나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군산시민발전소에서 시작된 선거법 재판이 오는 3월부터 본격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강 시장의 행보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scoop@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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