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 전경/대구=김채은 기자

[더팩트ㅣ대구=김채은 기자] 마약 밀매 총책을 위법하게 체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구 경찰관 5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대구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이상오)는 직권남용체포 혐의로 기소된 대구 강북경찰서 소속 경찰관 A경위(52) 등 5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31일 밝혔다.

A경위 등은 지난해 5월 25일 경남 김해의 한 모텔에서 마약류 불법유통 및 불법체류 혐의가 있는 마약 밀매 총책 D씨(30대·베트남)를 위법하게 체포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지난 5월 A씨 등은 D씨의 소재에 대한 소재를 파악한 뒤 검찰에 체포 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혐의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며 체포 영장을 기각하고 보강수사를 지시했다. 체포 영장이 없었던 A씨 등은 D씨가 불법체류자인 점을 이용해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현행범 체포를 시도했다.

검찰은 A씨 등이 D씨 일행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적법한 영장 없이 체포를 감행한 점, 체포과정에서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은 점, 수색영장 없이 모텔 방을 뒤진 점이 ‘위법한 수사’라며 체포된 D씨 등 3명을 모두 석방하고, A씨 등 경찰 5명을 기소했다.

재판에서 A씨 등은 현행범 체포의 요건을 갖췄으며, D씨를 제압하는 과정이었을 뿐 과한 폭력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들의 변호인은 "마약사범의 대부분이 공격적이고 돌발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기 때문에 강력한 제압을 하지 않으면 위험하다"며 "최소 10년 이상 30년 가까이 일한 베테랑 형사들이 자신들의 몸을 던져 한 행위로 처량한 처지에 놓여있다"며 무죄 또는 선고유예를 요청했다.

또 A씨 등은 "마약사범을 붙잡는 것은 목숨을 걸 정도로 위험하지만, 사명감으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애써왔다"며 "열심히 일한 결과로 결국 재판정에 서게 돼 가족들에게도 미안하고 심적으로 힘들다"고 호소했다.

재판에서 검찰은 "A씨 등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검거를 위해 형사소송법과 영장주의 대원칙을 위반한 것은 용납될 수 없다"며 "외국인이고 불법체류자라는 이유로 위법한 체포가 정당화된다면 마구잡이 수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A경위 등 2명에게 징역 2년에 자격정지 3년을, B경위(44)에게 징역 3년에 자격정지 5년을, C경위 (43) 2명에게 징역 6개월에 자격정지 1년을 각각 구형했다.

재판부는 "현행범 체포 요건을 갖췄으며, 마약 사범으로 강력하게 의심되는 불법체류자를 방치해 도주하도록 묵고 하는 행위가 오히려 직무유기"라며 "미란다 원칙도 D씨 등이 외국인인 점을 고려할 때 통역인이 필요했고, 미란다 원칙 고지까지 불과 10분 내외 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독직폭행 혐의도 체포과정에서 수반되는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된다"며 "경찰공무원은 범죄 현장에서 생명의 위험을 감수하고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처벌에 있어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무죄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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