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미분양 1700여호 달해…고금리 등에 이사 기피 현상
가구업체·이사업체 "특수 실종, 예년의 60~70% 수준 그쳐"
제주 이사철 모습. |
[더팩트ㅣ제주=허성찬 기자] 1만8000여 신들의 고장이라는 신화와 설화의 섬 제주도.
신들의 고장이라는 제주에는 특별한 이사풍습이 하나 있는데 바로 '신구간(新舊間)'이다.
24절기 가운데 대한 후 5일~입춘 전 2일을 의미하는 '신구간'은 지상에 내려와있던 모든 신들이 옥황상제에게 새로운 직책을 맡으로 하늘로 올라가기 때문에 건축과 수리, 이사 등 생활과 관련한 모든 일을 하는 기간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제주 사람들은 이 기간에만 새집으로 이사하고 집수리를 하는 등을 해왔다. 다른 시기에 집수리 등을 하면 동티(신의 노여움을 사는 일)가 나서 집에 가환이 닥치고 액운을 면치 못하게 된다고 믿었던 풍습에서 기인한다.
실제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제주의 이사는 신구간에만 집중돼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가구 및 가전제품 판매량이 급증했으며, 이사업체를 예약하기가 하늘에 별따기였다. 더불어 행정에서 수거하는 대형폐기물 역시 이 기간에 집중되며 장비와 인력이 추가로 투입됐음에도 처리난이 반복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신구간의 의미 역시 퇴색되고 있는 현실이다.
최근 몇년째 이어지고 있는 주택 과잉공급으로 도내 미분양 가구만 1699호(지난해 11월 기준)에 달한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수치는 배로 늘어날 것이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고금리 등이 이어지며 주택 구입 절벽이 이어지고 있으며, 타시도에서 제주로의 유입인구가 늘며 연중 이사 풍습으로 전환되고 있는 추세다.
올해 신구간인 1월 25일부터 2월 1일은 어떨까. 신구간 특수는 있지만 예년만큼 못하다는게 업체들의 설명이다.
불과 10여년전과 비교해도 신구간 기간동안 가구매출은 반토막이며, 가전제품 매장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고 한다.
이사업체는 업체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평년의 60~70% 수준이라고 한다.
한 이사업체 관계자는 "신구간 기간 동안 이사 예약이 17건이다. 평년에 30건 내외였음을 감안하면 절반보다 조금 나은 상황"이라며 "연중 이사로 바뀌며 신구간 의미가 퇴색된지 오래다"고 설명했다.
제주시 관계자는 "신구간 기간 중 대형폐기물 배출건수는 일 평균 1017건으로 평상시 850건 대비 약 20% 증가하고 있고, 올해는 일평균 937건으로 신구간이 다가올수록 증가하고는 있다"며 "예년만큼 신구간에 이사가 집중된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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