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무급 공약은 결국 조합원 기만 행위"
박기열 조합장 "대의원 총회에서 월급 받으라고 결정 나서 받은 것"
박기열 전북 남원농협 조합장이 지난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조합원들에게 배부한 공보물. /남원=이경민 기자 |
[더팩트 | 남원=이경민 기자] 선거 공고물에 무급 공약을 내건 단위 농협 조합장이 억대 연봉을 받아 온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조합원 7300여명으로 구성된 전북 남원농협은 도내에서 규모가 가장 큰 조합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조합의 조합장은 박기열(69)씨다. 그는 지난 2015년 3월 12일에 치러진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고, 현재(2023년)까지 조합을 이끌고 있다.
당시 남원농협 조합장 선거 구도는 3선을 노리는 심상길 전 조합장과 이를 저지하려는 박기열, 강병윤 후보 간 대결 구도로 형성됐었다.
박기열 후보는 조합원들에게 배부하는 선거 공보물에 파격적으로 ‘조합장 억대 연봉 마감하고 월급 없이 발로 뛰며 봉사하겠다’(사진 참조)고 표기했다. 그러면서 그는 ‘비상임 조합장 시대, 젊은 조합장이 확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비상임 조합장’이란 법적 울타리는 조합장의 모든 권한을 가지면서도 정치 활동에는 법적 규제(조합법과 공직선거법)를 받지 않는 사각지대다. 그렇다고 자치단체장처럼 3선 제한(상임조합장은 3선 제한)도 없다.
박기열 후보의 ‘무급과 비상임 조합장 시대를 바꾸겠다’는 공약은 심상길 전 조합장의 3선 연임을 저지하기 위한 최고의 공약이었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결국 박 후보(2657표 득표)는 725표 차이로 심상길 전 조합장의 3선을 저지하고 당선됐다.
하지만 공약과 달리 박 조합장은 최근까지 매년 고액 연봉을 챙겨온 것으로 파악됐다.
남원농협 내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박 조합장의 연봉은 1억4000여만 원(성과급 포함)이며, 2015년 무급 공약으로 당선된 이후 최근까지 수억 원의 가까운 돈을 수령한 셈이다. 이는 조합원들을 기만한 행위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기열 조합장은 "약속대로 당선된 이후 첫 해는 급여를 받지 않았지만, 대의원 총회에서 ‘조합장 품위 유지’를 위해 급여를 지급받으라는 결정이 났기 때문에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현재까지 조합에서 지급받은 급여는 좋은 곳에 사용하기 위해 적립해두고 있으며, 선거법 때문에 아직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자세한 적립액과 연봉은 밝힐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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