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만 노리고 강도 상해 및 강도 살인 범행…검찰, 사형 구형
부산지법 전경./부산=조탁만 기자. |
[더팩트ㅣ부산=조탁만 기자] "한편으로는 비통하고, 한편으로는 애석할 뿐이다."
과거 한 재판부의 판결을 재조명했다. 전직 판사가 북받쳐 읊어대는 듯하는 A 씨 양형 이유에 유독 뭉클하다. 사회적 약자만 노리고 연이어 살인 등 강력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를 향한 그의 노여움은 판결문에 담긴 '정제된 글'에서도 숨길 수가 없었다.
2007년 6월 15일 당시 부산지법 제 형사5부 고종주 부장판사는 강도살인, 강간상해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다.
고 전 판사의 양형 이유를 보면 결기가 느껴진다. 판결문을 보면 "처음 보는 젊은 여성을 별다른 이유 없이 철제로 된 속칭 ‘깔깔이 복스’로 온몸을 무차별 가격, 살해했다"고 쓰여 있다.
또 "범행을 시인하고 반성하며 뉘우치기는 커녕 ‘혼재성인격장애’ 등을 내세웠다"면서 "자신이 무슨 정신병자인 것처럼 행세하며 처벌을 면하거나 그 죄책을 경감받을 궁리만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더구나 이 사건 이전에도 수 차례에 아무런 이유 없이 여성들을 공격해 수 년간의 수형생활을 거쳤다"며 "그럼에도 그 범행 방법과 공격 정도, 그리고 결과가 훨씬 중대한 이 사건의 범행을 자행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간 구금과 교정교육이 아무런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음을 보면, 심히 안타깝고 절망스러울 따름이다"고 덧붙였다.
고 전 판사가 맡은 이 사건은 2006년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그해 12월 4일 자정쯤 부산 사상구의 한 아파트 입구 앞 길거리에서 20대 한 여성 B씨의 뒤를 쫒아가 강간하려다 지나가는 주민을 의식하고 그대로 도망갔다.
당시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을 들으며 귀가하던 B씨는 난데없는 A씨의 무차별 폭행을 당한 탓에 얼굴 등을 크게 다쳐 전치 6주 상당의 부상을 입었다.
A씨 범행은 대범했다. 범행을 저지른지 불과 13일만인 같은해 12월 17일 밤 11시쯤 부산 사상구에 있는 한 공원 인근 골목길에서 10대 여성 C 씨를 뒤따라가 미리 준비한 철재 재질의 속칭 '깔깔이 복스(길이 50㎝·2.5㎏)'로 마구 후려쳤다. A 씨는 바닥에 쓰러진 C 씨의 지갑에서 2만4000원을 훔쳐 달아났다. 당시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는 길에 봉변을 당한 C 씨는 결국 숨졌다.
사법 기관은 수사에 나서 A 씨를 붙잡았고, 재판에 넘겼다. 동종 범죄 전력이 있는 A 씨는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지 않고 잘못을 뉘우치지 않았다. 재판 과정에서 감정 통제를 할 수 없는 이른바 '혼재성인격장애'를 앓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범행에 대해 줄곧 ‘안 했다’고 진술하기 보다는 ‘기억이 없어 안 했다'는 취지의 진술만 늘어놓았다.
하지만 주치료감호소와 부산대학교 정신과 전문의의 각 감정결과를 토대로 A 씨의 신체와 정신 상태에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이후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그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변심한 과거의 애인에 대한 원망 등 그 원인이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심리적 이유 등으로 평소 젊은 여성에 대한 잘못된 감정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면서 "과거, 이 사건과 동종 범행으로 4년여 동안 수형생활을 했음에도 전혀 그 성격과 행동의 개선이 없는 상태에서 다시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됐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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