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 기획]무인아이스크림 업주의 하소연…"어리석고 멍청했다"
입력: 2022.12.31 07:00 / 수정: 2022.12.31 07:00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 2017년 880개~올해 4000여개 급증
코로나 19 여파 이후 무인 점포 확산 및 절도 등 범죄 증가


아이스크림 등을 판매하는 무인점포에서 수백만원 상당의 물품을 절취한 40대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더팩트 DB.
아이스크림 등을 판매하는 무인점포에서 수백만원 상당의 물품을 절취한 40대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더팩트 DB.

[더팩트ㅣ부산=조탁만 기자] 코로나 19 여파로 무인 점포 업종이 마구마구 쏟아졌다. 코인노래방, 인형뽑기 등 일부 업종에 국한됐던 무인 매장은 카페, 독서실, 빨래방 등 업종으로 확산되고 있다.

비대면 사업인 무인 점포 사업이 각광을 받는 배경엔 단연, 인건비가 들어가지 않는다는 장점이 크게 부각된 게 크다. 이 중 무인아이스크림 매장을 얘기하려 한다. 아파트 상가나 주거지 밀집 지역 등 주변을 돌아다니다 보면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매장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것을 볼 때마다 '과연 돈을 잘 버는 걸까, 수익은 얼마나 될까'라는 단순한 궁금증이 생겼다.

더군다나 인건비가 들지 않아 고정 비용이 없는데다 상품만 채워넣기만 하면 고객이 스스로 계산까지 하는 구조다 보니 특별한 운영 경험이 없더라도 매장 관리 자체가 그다지 어렵지 않아 보인다.

누구나 그러하듯 이런 생각을 가지고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을 운영하기 시작한 30대 여성 A 씨를 만났다.

마치 A 씨가 매장 운영을 하면서 돈만 만지기만 할 것 같았던 터라, 아마도 '웃음꽃이 피어 있지 않을까'라는 상상을 했는데 섣부른 판단이었다.

"특별한 기술도 인력도 필요없어 매장을 차렸는데, 너무 어리석고 멍청한 생각이었다"는 첫마디와 함께 A 씨는 혀를 내둘렀다. 매장 운영을 한 지 불과 3개월 밖에 안된 그의 속사정을 들어봤다.

가맹 본사의 로열티, 타 가맹 업종의 교육비 등 비용이 전혀 없다. 인테리어나 판매품목도 제한이 없어 가맹점주가 자율적으로 진행하면 된다. 이에 따라 가맹점주의 사업 역량이 약해도 누구나 창업할 수 있다.

그런데도 그는 무인 아이스크림 창업을 너무 쉽게 봤다며 후회한다. 무인 점포의 경우 특별한 기술도, 인력도 필요 없는 덕에 수익 구조만 생각했다. 현실을 맞닥뜨려보니 매장 운영은 탄탄대로일 것만 같았지만, 보이지 않는 벽을 절실히 실감하고 있다.

고정 비용인 인건비가 없는 대신, 물건 정리 등은 여러 가지 자질구레한 사무나 일은 모두 업주의 몫이다. 주변 편의점이나 슈퍼마켓과의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선 상품 발품은 필수인데, 그렇다고 해서 마진율 높은 품목의 거래처를 찾기란 여간 쉽지도 않다.

가장 큰 스트레스는 좀도둑들을 상대하는 것. 남녀노소 연령 불문하고 일부 이웃들이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없이 상품을 훔쳐 가곤 한다. CCTV 영상에 잡힌 절도 모습을 보여줘도 오리발을 내미는 경우엔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특히 순수한 얼굴의 초등학생의 절도를 적발한 뒤 부모에게 알려 사과를 요청했는데 오히려 '경찰에 신고하라'며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일 때면 분한 마음을 삭힐 방법 또한 없다.

물론 대다수 고객들은 제대로 계산을 잘 한다지만 일부 고객들의 절도 탓에 3건의 절도건을 경찰에 신고하며 두 차례 조사까지 받았다. 이웃들의 범죄 행위를 보고 있으면 그 정신적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여기에다 피해 금액조차 제대로 돌려 받지도 못할 뿐더러 매일 절도로 인한 손해 비용을 줄이기 위해 24시간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고 있다. 그는 "24시간 내내 CCTV 영상만 들여다보니 어느새 피폐해진 스스로를 마주한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빙과업계는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의 경우 전국 기준 2017년 880개, 2019년 2200개, 올해 4000여개 등으로 급증하고 있다고 추정한다.

보안업체 에스원이 2020년 1월~올해 6월 고객사의 무인점포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1년과 2020년만 놓고 절도 건수를 비교하면 85.7%나 늘었다. 절도범은 10대가 가장 많았다.

경찰청이 발표한 무인점포 절도 발생 건수도 살펴 보면 지난해 3~12월 3514건이다. 올해 1월~6월 2830건인데, 이는 지난해 월평균 351건에서 올 들어 471건으로 34%만큼 껑충 뛰어오른 수치다.

이렇듯 무인 점포 사업이 확산되면서 절도뿐 아니라 재물 손괴, 쓰레기 무단 투기와 같은 다양한 문제가 발생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무인 점포 대상 절도 등 범죄의 경우 대다수가 주말이나 휴일에 발생하는 만큼 올 연말을 시작으로 내년 설 연휴를 전후해 무인점포 관련 범죄 예방을 위한 사정 기관의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는 일각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hcmedi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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