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가 뭉개버린 2016 다당제 ‘싹’ … 한국 정치사에 ‘뼈아픈’ 대목
입력: 2022.12.21 16:35 / 수정: 2022.12.21 16:35

국민의당 51석 강력한 제3세력 구축하고도 당 해산, 다당제 개혁 움직임 속 다시 ‘설왕설래’

안철수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4월 18일 자신을 다당제 신봉자라면서도 소수정당으로는 다당제 정치제도 개혁이 불가능해 합당했다고 합당의 명분을 밝히고 있다. /더팩트 DB
안철수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4월 18일 자신을 '다당제 신봉자'라면서도 "소수정당으로는 다당제 정치제도 개혁이 불가능해 합당했다"고 합당의 명분을 밝히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양당 독식 소선거구제 폐지를 통해 다당제로 정치구조를 바꾸자는 개혁 이슈가 급부상하고 있다. 또한 이 의제는 지역과 여야를 초월해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성취 여부에 특별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야 청년 정치인들의 초당적 모임인 ‘정치개혁 2050’은 지난 달 29일 광주시의회에서 간담회를 열고 "현행 소선거구제가 1번과 2번 당선만 보장하며 양당 독식과 혐오 정치를 양산한다"며 "2024년 22대 국회의원 선거 전까지 소선거구제 폐지에 사활을 걸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서 천하람 국민의힘 비대위원은 "국민들은 민주화 이후에도 짜장면과 짬뽕만 선택해야 하는 ‘양당 정치’를 강요받고 있다"며 양당 독식 정치의 폐해를 설득력 있게 주장해 박수를 받았다.

국회에서도 선거제도 개편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월 한 선거구에서 2~3인의 대표를 선출하는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지역구 국회의원 127명을 중대선거구제로 선출하고 지역구 의원 수만큼 권역별 비례대표를 뽑는 내용이다.

다수의 의원들이 개혁논의에 참여하고는 있지만 아직은 성취를 장담할 수는 없다. 여야가 극한 대립하고 있는 현 정국에서 중대선거구 개혁 입법 논의는 설 자리를 마련하기가 아직은 요원한데다, 추진동력도 미미할 수밖에 없다.

거대 여야가 서로 얼음벽을 쌓은 동토의 정치구도에서 정치 다양성의 싹을 틔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소수 정치세력들의 이 지난한 노력을 지켜볼 때마다 뼈아프게 기억되는 지난 정치사의 한 대목이 있다.

2016년 제 20대 총선 결과의 양상이다. 지역구 253석 중 더불어민주당 123석, 새누리 122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무소속이 11석을 얻었다. 비례대표는 민주당이 13석, 새누리당이 17석, 국민의당이 13석, 정의당이 4석을 차지했다.

특히 안철수 대표가 이끈 국민의당은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민주당 독과점 지역인 호남에서 타 정당에 5석을 내주고 싹쓸이 하는 대첩의 기록을 세웠다. 더더구나 민주당 정치 심장부인 광주에서 8개 선거구 전 의석을 휩쓸었다. 당시 ‘안철수 돌풍’이라는 표제가 전국 모든 매체의 지면을 뒤덮었을 정도다.

국민의당이 서울 2석을 비롯해 비례 포함 51석을 획득한데다 민주당 호남 독과점 구조까지를 깨트린, 한마디로 제3의 강력한 대안정당의 출현을 통한 다당제 정치개혁의 기틀을 마련한, 한국 정치사에 기록될만한 선거결과였다.

이후 안 대표는 2019년 대선에서 국민의당 후보로 출마, 3위로 낙선했으며, 호남계 의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바른정당과 합당 바른미래당을 창당함으로써 안철수 돌풍이 만들어낸 다당제 체제는 종말을 맞게 됐다.

다당제 정치개혁 청년모임 관계자는 "다당제 정치개혁 운동을 하며 양당의 적대적 공생 체제가 난공불락의 요새와 같다는 점을 비로소 확인하고 있다"고 말하며 "어려움을 피부로 체험하면서 2016 선거로 만들어낸 다당제 체제가 무너진 정치사는 정말 아쉬운 대목이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처럼 한국 정치에서 다당제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안 후보는 지난 대선 때 윤석열 후보와의 단일화를 통해 또 한 차례 양당제 구조에 힘을 보탰다.

평소 ‘다당제는 자신의 소신이다’는 말을 줄곧 반복해 온 안철수 의원의 말을 이제 진정으로 믿을 국민은 없을 것이다.

forthetru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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