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억 횡령 의혹 대형교회 A집사 극단적 선택, 신도들 ‘충격’
입력: 2022.12.21 15:31 / 수정: 2022.12.21 15:47

신도모임, 교회회계 수년간 불투명 운영이 빚은 사태…담임목사 배임‧횡령혐의 검찰에 고소
담임목사... '회계집사 개인 일탈'


광주 광산구 대형교회에서 37억 횡령사건이 일어나 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신도모임 측과 담당목사 측 의견이 맞서고 있다. 신도모임은 14일 담당목사 등을 업무상 횡령과 배임 등 으로 광주지검에 고소했다./ 픽사베이 갈무리
광주 광산구 대형교회에서 37억 횡령사건이 일어나 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신도모임 측과 담당목사 측 의견이 맞서고 있다. 신도모임은 14일 담당목사 등을 업무상 횡령과 배임 등 으로 광주지검에 고소했다./ 픽사베이 갈무리

[더팩트 l 광주=나윤상 기자] 광주 광산구에 위치한 한 대형교회에서 수십억 횡령사건 의혹이 불거져 파문이 커지고 있다.

신도 2000여 명을 거느리고 있는 이 교회에서는 지난 9월 A회계집사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A집사는 본인이 횡령한 37억 원을 감당하지 못한 압박감에 시달리다 이 같은 행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이 문제를 제기한 신도모임 측에 따르면 37억은 교회의 건축계정에서 나온 돈으로 교회가 교육관 등 부수건물 등을 짓기 위해 만든 계정이다. A집사는 이 계정을 관리하다 27억 정도의 횡령한 금액으로 주식과 코인투자 및 사채 상환 등 주로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10억은 어디에 쓰였는지 베일에 쌓여있다. 하지만 교회 회계가 B 담임목사의 주먹구구식 사용으로 용처가 불투명하다는 의혹이 신도들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신도들은 알지 못하는 교회 자금

이 교회의 계정은 두 개로 되어 있다. 하나는 일반계정으로 신도들의 십일조와 헌금 등의 돈을 관리하는 계정이고 다른 하나는 부속건물을 짓기 위한 건축계정이다.

이번 사고로 결성된 신도모임 C대표는 “일반계정은 직원과 목사님 급여와 판공비 등이 사용되는 계좌다.” 며 “이 계좌에서 남은 잉여자금은 건축계정으로 넘긴다” 고 말했다.

이어 “건축을 위해 농협과 신협 등에서 25억을 대출받았다.” 며 “건축계정은 이 원리금을 갚으려고 만든 계정이다” 고 말했다.

감사 자료를 보면 2013년에 25억이 대출되었다. C대표의 설명대로라면 그 후 건축계정에서 원리금이 상환되어야 하는데 2022년까지 2014년과 2017년 단 두 번만 원리금 상환이 되었고 나머지는 이자만 갚고 상환기한이 연기가 된 상황이다.

일반 신도들은 당연히 대출이 상환되고 있다고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는 원금은 그대로인 채로 이자만 상환되고 기한 연장이 되고 있었다.

C대표는 “이런 정황을 알고 있는 사람은 B담임목사와 그의 측근 몇 명뿐이다.” 고 말하며 “농협에서 제출된 자료를 보면 대출 기한 연장 때 당회 회의에 참석한 장로들과 담임목사의 도장이 들어가 있다” 며 A회계집사의 횡령에는 B담임목사가 깊게 관여한 정황이 짙다고 주장했다.

교회를 둘러싼 두 건의 감사보고서. 하나는 신도모임 측의 감사보고서이고 다른 하나는 담임목사 측 감사보고서이다. /광주 = 나윤상
교회를 둘러싼 두 건의 감사보고서. 하나는 신도모임 측의 감사보고서이고 다른 하나는 담임목사 측 감사보고서이다. /광주 = 나윤상

◼︎ 담임목사가 지배하는 불투명한 구조

신도 2000여 명이나 되는 대형교회의 회계부정이 수년간 지속될 수 있었던 구조에는 강력한 B담임목사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

B담임목사는 1997년 이 교회를 개척하여 현재까지 이끌고 있어 실질적으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는 정년을 3년 남겨놓고 있다.

C대표가 보여준 감사보고서를 보면 차입금 관리 소홀뿐만 아니라 △담임목사 대외협력비(접대비) 사용 부적정 △담임목사 퇴임 준비 위한 충당금 선교비 위장 적립 △담임목사 자녀 구제비로 결의하고 장학금(생활비) 지급 △사택 처분 시 헌금 유용 및 회계처리 부적정 등이 나열되어 있다.

감사 결과 거의 대부분의 회계부정이 B담임목사를 둘러싸고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런 상황인데도 수십 년간 일반 신도들은 이 교회의 회계 불투명성에 이의를 제기한 사람은 없었다.

교회조직을 잘 아는 광주의 한 목사는 <더 팩트> 취재진에게 “카리스마 있는 목사이고 본인이 개척해서 일군 교회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 이라며 “아마 교회의 성금 자체가 본인의 쌈짓돈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A회계집사의 죽음 없었다면 몰랐을 일

지난 14일 C대표를 비롯한 신도 290여 명은 담임목사를 포함하여 6명을 업무상 횡령, 업무상 배임, 사문서 위조 등으로 광주지검에 고소했다.

신도모임 공동대표 D씨는 “A회계집사의 죽음이 없었다면 이런 상황 자체를 몰랐을 것” 이라며 “교회가 믿음 공동체이다 보니 그냥 믿었는데 이렇게 부정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며 분노했다.

이어 “담임목사가 말씀하기를 ‘믿는 것이 철학이니 믿어라’ 라고 하더라” 며 “교회가 하는 일에 본인은 모르는 일이다 면서 발뺌을 했다” 면서 허탈해 했다.

이에 대해 이 교회 B담당목사는 “횡령 사건에 대해서 외부감사를 통하여 A회계집사 개인의 일탈행위임이 다 증명된 상태다” 면서 본인과는 전혀 무관한 일임을 강조했다.

이어 “담임 목사와 14명의 장로들이 한 달에 한 번 당회를 열어 나온 보고서를 신도들에게 투명하게 알린다” 며 “불투명한 회계라고 하는 것 자체가 오류다” 고 말했다.

취재진이 검찰 고소 건에 대해서 묻자 “고소했다고는 들었다” 면서도 “아직 검찰청에서 어떤 연락이 온 것이 없다. 연락이 오면 그에 맞게 대처하겠다” 고 말했다.

kncfe00@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