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 경남 내 폐공장, 공사장 부근 공터, 돼지 농장 등 곳곳서 투견 도박으로 동물학대해
최대 1억 원의 판돈을 걸고 투견 도박을 벌인 30대가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 없음./픽사베이 |
[더팩트ㅣ창원=강보금 기자] □2020년 8월 30일, 경남 한 폐축사.
살기 위해선 ‘순이’의 살을 물어뜯어야 한다. 확실한 방법은 목덜미를 물어 단번에 숨통을 끊어 놓는 것임을 나는 안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재미없는 경기’라는 평을 받고 쇠 방망이로 죽지 않을 만큼 맞을지도 모른다.
이것은 쇼다. 목숨을 건 쇼. 그러나 이 쇼에서는 진짜로 너 아니면 내가 죽는다. 이 쇼에서 감정을 갖는 순간 목숨을 잃는 것이다.
나는 오늘 경기에서 우선 머리와 몸통 쪽의 살점을 상대방에게 조금씩 내줬다. 내가 피를 흘리며 아슬아슬한 쇼맨십을 보여줘야 저 철창 넘어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기 때문이다.
□2020년 9월 24일, 지계-남산도로 공사장 부근 공터
공터에는 개 짖는 소리가 총소리처럼 날카롭게 울려 퍼지고 있다. 오늘 견주는 ‘청도 털보형님’ 대신 키워 온 4마리의 선수를 경기장에 데려갔다.
이번 경기는 이름도 모르는 상대방과 무작위로 붙는 경기다. 결국, 4마리의 청도 털보형님의 개들은 100만 원과 50만 원, 또 50만 원 그리고 40만 원이란 이름으로 사각 철제 링에 갇혀 고통받아야 했다.
□2020년 11월 10일, 함안 돼지 농장
오늘은 나 대신 견주가 키우는 투견 중 ‘깡순이’가 함안에 있는 한 돼지 농장으로 가 ‘로즈’라는 예쁜 이름의 투견과 사람들을 위한 링 위의 선수로 나섰다. 오늘 견주는 "이번 경기는 큰 건이니까 잘해야 해"라는 느낌으로 ‘1억’이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리고 그날 밤 늦게 ‘깡순이’는 피투성이가 되어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게 축 처져서 돌아왔다. 견주는 돌아와서도 ‘1억’이라는 말을 되풀이할 뿐이었다.
□2021년 4월 10일, 밀양 쓰레기 매립장 부근 야산
이 싸움은 언제 끝이 날까. 나를 보는 저 사람들의 눈빛은 짐승의 눈빛이다. 웃음소리 또한 괄괄거리는 짐승과 닮았다. 사람들은 우리와 다를 바 없다. 아니, 우리보다 더 악독한 냄새를 풍기는 짐승이다.
그들의 눈빛에 홀려 나는 피를 부른다. 피는 사람들을 더 흥분시킨다. 그리고 사람들이 성스럽게 생각하는 돈을 부른다. 그리고 나는 지쳤다. 머리와 몸통의 살을 뜯기고 말라가고 있다. 살려줘...
위 내용은 판결문을 보고 작성한 픽션이다.
‘난이’, ‘깡순이’, ‘단비’ 등의 견주 A(38)씨는 결국 불법 투견 도박 참여 등의 혐의로 붙잡혀 재판에 넘겨졌다.
창원지법 형사6단독 차동경 판사는 동물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보호관찰 및 사회봉사 80시간과 벌금 500만 원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동물을 학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투견 도박에 관여해 죄질이 상당히 불리하다. 또 여러 차례에 걸쳐 투견 도박 및 동물 학대를 한 사안으로 범정 또한 무거운 편인 점은 불리한 정상이다"라고 양형의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하지만 대제적으로 잘못을 인정하고, 피고인의 사실혼 배우자가 피고인에 대한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은 유리한 정상이다"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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