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장선거 앞두고 10월부터 무차별 관광성 행사 잇따라
내부 관계자 "사업계획 및 수지예산 없는 행사" 주장
"이 버스가 맞나?" 지난달 28일 전북 완주군 고산농협이 진행한 경북 포항 호미곶-죽도시장 선진지 견학 버스에 고산면 부녀회장들이 탑승하고 있다. /완주=이경민 기자 |
[더팩트 | 완주=이경민 기자] 전북 완주군 고산농협이 내년 3월 7일 치러질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앞두고 사전선거 운동이 의심되는 관광성 행사를 남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대의원과 임원, 조합원 등을 물론 조합과 상관없는 지역 내 영농회장과 부녀회장, 재배농가까지 이번 관광성 행사에 포함시키면서 조합 예산낭비까지 도마에 올랐다.
하지만 위탁 선거인 조합장 선거는 공직선거법과 달리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면서, 고산농협은 선거법 사각지대에서 아슬아슬한 기부행위 줄타기가 이어지고 있다.
9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고산농협은 지난 10월 5일부터 이날까지 조합원과 대의원, 임원, 지역 주민 등을 대상으로 모두 13건의 관광성 행사를 진행했다. 고산농협은 또 비봉과 동상면 영농회장과 부녀회장을 대상으로 선진지 견학(?) 행사를 앞두고 있다.
2500여 명의 조합원으로 구성된 전북 완주 고산농협의 조합장은 국영석 씨다. 국 조합장은 지난 2005년 제12대 조합장으로 취임, 13대, 14대에 이어 현재 15대 조합장을 지내고 있다. 정치로 치면 4선 조합장이다. 이런 그가 내년 3월 8일 실시되는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에 출마해 5선에 도전한다.
고산농협이 올해 하반기에 진행한 관광성 행사를 살펴보면 10월에는 70세 이상 조합원을 대상으로는 유람선 코스가 포함된 ‘원로조합원 문화탐방’을 6차례 진행했다. 행사에 동원된 버스만 19대로 대규모였고, 고가의 중식이 제공된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이 이어지는 대목은 이 행사가 2022년 사업계획 및 수지예산에 포함된 행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하는 한 고산농협 관계자에 따르면 "70세 이상 조합원을 대상으로 진행된 대규모 행사는 선택적인 선심성 행사다. 여수에서 비싼 중식이 제공됐고, 올해 사업 계획에 없는 행사였다"고 주장했다.
11월에는 지역 내 영농회장과 부녀회장 및 재배농가 등을 상대로 선진지 견학이라는 명분으로 관광성 행사가 잇따라 진행됐다.
선진지 견학(先進地見學)이란 기술이나 경영이 뛰어난 지역을 실제로 찾아가서 눈으로 보고 배우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농협들도 선진문물 및 농업기술을 둘러보고 환경을 체험하는 것을 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더팩트> 취재진이 직접 고산농협이 진행한 선진지 견학을 14시간 동안 밀착 취재한 결과, 휴게소-바닷가 구경-제철 대게 코스 식사가 전부였다. [12월 8일 보도: ‘이슈추적, 고산농협 선진지 견학...실제 바닷가 관광지, 1인당 6만 원 식사하고 끝]
농협의 한 관계자는 "고산농협이 진행한 행사에 대해 전년도에 사업계획 및 수지예산이 편성된 사업인지, 또는 집행된 예산을 편법으로 전용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산농협이 주관한 이번 관광성 행사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음주가무가 주로 이뤄졌던 행사였다. 평소 가기 힘든 곳을 구경도 하고 비싼 제철 음식을 공짜로 먹어서 기분은 좋지만, 내 돈이 아니라고 생각하니 솔직히 찝찝하다"고 말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조합장 선거는 위탁선거이기 때문에 공직선거와 적용되는 법률이 다르다고 해석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고산농협이 진행한 행사들이 자체 사업계획과 수지예산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면 불법으로 보기 어렵다"면서 "자세한 것은 조사를 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임원워크샵을 제주도에서 열고 배우자까지 참석시켜 눈총을 받는 고산농협은, 오는 12일에는 동상면 영농회장과 부녀회장을 대상으로 ‘선진지 견학’을, 14~15일에는 1박 2일 일정으로 비봉면 영농회장과 부녀회장을 상대로 선진지 견학을 앞두고 있다. 이 행사에 동원 예정인 관광버스는 3대다.
지난 10월 5일 70세 이상 조합원을 대상으로 시작된 행사부터 이날 진행 중인 비봉 경영인 견학 및 비봉·동상면 행사까지 동원된 관광버스만 무려 31대(예정 3대). 45인승 버스로 환산해 보면 작은 시골마을에서 1000명에 가까운 인원이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관광성 행사를 즐긴 셈이다.
<더팩트>가 고산농협에 10월부터 진행한 관광성 행사 참석자 수와 해당 행사가 사전에 사업 계획 및 예산이 책정 돼 있었는지 여부, 그리고 이에 대한 해명과 반론권을 제공하기 위해 고산농협측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회신이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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