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아 작가는 "빨치산·장례식 얘기 읽힐 줄 몰랐고 20대 독자도 편견없이 본다"고 했다./전주=김도우기자

[더팩트 | 전주=김도우 기자] "다른 소설은 전략 없이 써 내려갔다면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두 가지 생각으로 쓴 소설입니다 ‘가볍고·경쾌하게, 아버지 냉소적으로 바라보기’ 관점에서 작성 했습니다"

정지아(57) 작가는 8일 전주 베스트웨스턴플러스 호텔에서 열린 ‘정지아 작가와의 대화’에서 아버지의 해방일지의 뜨거운 반응에 대해 이 같은 소감을 밝혔다.

빨치산 이야기, 시골 노인네 이야기, 그것도 장례식 이야기 등 주류에서 빗겨 난 인물과 시대를 그려냈는데도 많은 사람의 호응을 얻고 있다.

정 작가는 "빨치산의 딸로 알려지면서 서울로 이사 가는 데 구례를 벗어나는 게 너무나 좋았다"며 "(지금도) 구례 다음 역부터 다 외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모님 사람들, 아버지가 꿈꾸는 사회주의 이야기를 소설로 쓴다는 게 쉽지 않았다"며 "(그러나) 아버지 장례식장에는 좌우가 있었고, 시대상이 있어 소설로 쓰기로 마음먹었다"고 책 쓴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정 작가는 "초등학교, 중학교 때 아버지가 감옥에 계셨고, 당연히 찢어지게 가난했다 내 아버지가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때는 미움과 원망이 있었다"며 "(그러나) 대학 시절부터 부모님을 다 이해했다 그리고 갈등 없는 세상이 어디 있겠나. 그래서 사회주의자를 억압하는 세상에 대해서도 현실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왜 팔리는지 저도 궁금해서 물어보면, 일단 웃기잖아, 그런 얘기를 많이 한다. 무거운 이야기를 가볍게 썼다는 거, 그게 중요한 거 같다 그 다음은 우리 사회가 이데올로기 가지고 진보 보수가 싸우는데 그런 갈등을 녹여내고 있다는 것. 소설 안에서는 진보 보수가 화해한다. 그게 독자들에게 후련함을 주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작가는 "진지해지지 않게"를 되뇌며 "가벼워지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제목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모방한 듯해 반대했다. 작가가 생각한 제목은 ‘이웃집 혁명전사’다.

출판사에서 책이 팔리고 싶다면 제목을 바꾸라고 제안해, 고심 끝에 수락했다는 것이다.

표지 이야기도 들려줬다.

표지 디자인도 빨치산이야기 인줄 모르게,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기 위해 따뜻한 함을 표현했다고 작가는 말한다.

9월에 창비에서 출간된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시대의 아픔과 희로애락 뿐 아니라 유시민 작가의 추천이 마중물 역할을 했다.

16만부가 팔린 이 책은 베스트셀러 대열에 올랐다.

정지아 작가와의 대화는 전북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5월동지회. 전북지역대학민주동문회협의회 공동주최로 진행했다. /전주 = 김도우 기자

이 소설은 빨치산 출신 아버지의 장례에서 일어난 이야기 이지만, 딸이 아버지의 관계와 삶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이념 갈등에 대한 객관적인 시선, 특유의 유머, 시골사람들의 정겨운 이야기를 더해 책이 완성됐다.

책은 아버지의 죽음 이후 3일간의 시간을 다루고 있지만, 해방 이후 70년 한국 현대사의 질곡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작가는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40~50대, 60대 남성 독자의 호응을 크게 얻었으며, 20대~30대 독자도 열린 마음으로 책을 본다"고 했다.

그는 "독자 리뷰를 보니 20대 독자는 빨치산은 지리산 옆 어떤 산"이라며 "오히려 이데올로기에 편견이 없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빨치산을 어휘로 받아들이지, 비극으로 떠올리지 않았다 우리보다 진보된 사회에서 자란 20대~30대의 경쾌함, 발랄함이 이 책의 반응을 가능하게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작가는 "독자 리뷰를 통해 배우기도 하고 깨달음도 얻는다"며 "책을 본 분들이 더 깊이 있게 읽어 소 뒷걸음질 친 느낌이 들 때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저는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란 말을 많이 했는데, 아버지는 그럴 때마다 ‘사람이 오죽하면 그러겠느냐’라고 하셨다"며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어리석은 딸이 아버지에게 보내는 헌사이자, 조금 부드러워진 제가 담긴 소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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