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모임, 日비위 맞추려 ‘인권상’ 주지 못하는 윤석열 정부…피해자들 죽기만 기다리나?
지난 9월 일제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가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전범기업 미쓰비시 사과와 배상을 윤석열 대통령께 촉구해달라는 손편지를 쓰고 있다./더팩트 DB |
[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일제강제동원 피해자들을 대하는 외교부의 행태가 도를 넘었다는 시민사회 비난이 들끓고 있다.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은 8일 국민 정서상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설마했던’ 일이 벌어졌다고 정부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시민모임은 성명서에서 국가인권위원회가 '2022 대한민국 인권상'에 근로정신대로 동원된 양금덕 할머니를 추천했지만, 행정안전부가 국무회의에 안건 상정을 하지 않아 최종 무산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심사를 거쳐 확정된 최종 추천 대상자가 국무회의 절차를 거치지 못해 수상이 무산된 경우는 처음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주관해 시상하는 ‘대한민국 인권상’은 인권옹호와 인권 발전에 뚜렷한 공적이 있은 인사에게 시상하는 것으로, 인권분야 최고 영예로 여겨지고 있다.
양 할머니는 초등학교 6학년 재학 중 ‘여자근로정신대’로 강제동원된 피해자로, 1992년 일본 정부를 상대로 첫 소송을 시작한 이래 올해 꼭 30년 동안 일제피해자 권리회복 운동에 기여해 온 대표적 인사다. 특히 2018년 대법원 승소했지만 미쓰비시중공업이 법원의 배상 명령을 4년 넘도록 이행하지 않으면서, 한국 내 자산 강제매각 문제를 두고 한일 간 갈등의 한 축에 서 있는 상징적인 표상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달 24일 추천단체인 시민모임 측에 ‘귀하(양금덕 할머니)께서 '2022 대한민국인권상' 수상자(훈격: 국민훈장모란장 예정)로 결정되셨음을 알려드리오며,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다만 국민훈장의 경우, 현재 국무회의 의결이라는 절차가 남아있어, 공문 송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됩니다. 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라는 문자 통지를 전한 바 있다.
그러나 수상은 무산됐다. 시민모임은 "대한민국 인권상과 서훈 수여가 무산되는 과정에 외교부가 개입했다"고 주장해 양 할머니의 수상을 기대하고 있던 시민들에게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시민모임은 "외교부가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의견을 제출한 것이 이번 인권상 수상 무산의 결정적 이유가 됐다"고 외교부를 성토했다. 국무회의 최종 심의 과정에서 관련 부처 의견을 듣는 것은 통상적인 절차의 하나로, 결격사유가 있지 않는 한 이견 없이 통과되는 것이 관례였기 때문이다.
시민모임은 "실무 주관 국가 기구인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미 적격성 여부 등 대상자에 대해 면밀한 심사를 거쳐 최종 추천한 상태에서, 외교부는 어떤 결정적 이유가 있어 협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인지, 당장 밝혀야 할 것이다"고 강조하며 "관련부처 의견 때문에 최종 수상자 선정이 무산된 경우가 과연 언제 있었는지 그 사례를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만약 외교부가 적격성 여부 등 수상에 심대한 흠결이 있음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순전히 윤석열 정부 들어 한일 관계 개선이라는 대일 기조에 따른 정치적·외교적 고려 때문이라고 밖에 규정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시민모임은 "일본 비위를 맞추려 윤석열 정부가 ‘대한민국 인권상’ 하나도 주지 못하나? 외교부가 앞장서서 추천해도 부족할 판에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며 30년 동안 일본과 한국을 오가고, 거리에서 시민들과 함께 고군분투해 온 한 많은 일제 피해자에 대해 일본도 아닌 우리 정부가 이렇게까지 집요하고 철저하게 짓밣을 수 있나?"라고 반문하며 "지난 9월 박진 장관을 만나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촉구해온 양금덕 할머니의 바람이 일본에 거슬리기라도 했던 것인가! 이것이 저자세 외교, 굴욕외교가 아니면 무엇인가?"라고 격하게 반발했다.
끝으로 시민모임은 정부가 대법원 강제집행을 방해한데 이어 국가인권위가 추천한 양금덕 할머니 ‘인권상’수상까지 외교부가 방해하는 것을 보면 "윤석열 정부는 피해자들이 빨리 죽기만을 기다리는 패륜정권에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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