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시 동호안 3만평 권리포기 왜 했나 ②– 수상한 공무원
입력: 2022.12.01 17:56 / 수정: 2022.12.01 17:56

정현복 전 시장의 이해할 수 없는 오락가락 행보
현직 과장의 거짓 답변 논란 등 지나친 기업 편향 '비판'


지난 2009년 8월 동호안 둑 붕괴사고 이후 15개 기관.단체로 구성된 동호안사고복구대책위는 2014년 최종 결론을 담은 의결사항을 만들고 각 기관.단체 대표가 서명했으나 정현복 시장은 사인하지 않았다. /광양시의원 제공
지난 2009년 8월 동호안 둑 붕괴사고 이후 15개 기관.단체로 구성된 동호안사고복구대책위는 2014년 최종 결론을 담은 의결사항을 만들고 각 기관.단체 대표가 서명했으나 정현복 시장은 사인하지 않았다. /광양시의원 제공

[더팩트ㅣ광양=유홍철 기자] 전남 광양시가 금호동 880인근 동호안 9만9200m2(약 3만평) 부지에 대한 사용권 포기와 관련된 광양시 전현직 공무원들의 행보가 도마에 올라있다.

3만평 부지 포기를 주도한 정현복 전 시장과 김 모 환경과장을 비롯해 환경과장을 오래했던 이 모 전 광양시 국장 등이 비판의 대상이다.

◇ 정현복 전 시장의 변심

우선 정현복 전 광양시장은 3만평 동호안 부지 사용권 포기의 주도적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9년 8월 동호안 둑 붕괴사고 이후 15개 기관.단체로 구성된 동호안사고복구대책위는 2014년 12월 15일 대책위의 최종 결론을 담은 의결사항을 만들었다.

사고대책위는 ‘광양시, 포스코 부지 대토 3만평+기존 3,4단계 복구’ 라는 의결사항을 도출하고 15개 기관‧단체장의 서명을 받는 과정을 밟았다.

하지만 이들 15개 기관‧단체장 중에서 광양시장에 당선된 지 채 6개월도 안된 정현복 시장만이 서명을 거부했다.

정 시장은 "3만평 부지를 광양시민과 환경단체가 싸워서 확보한 땅인데 I업체에 주는 꼴이 되면 동의할 수 없다"는 취지로 서명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고 책임자였던 I업체가 사고복구에 나서면서 3만평 부지의 지반 보강공사와 매립행위 등의 기초 공사를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사용권이 I업체로 넘어가게 된다는 논리 때문에 서명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5개 기관·단체장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정 시장의 서명 거부로 사고대책위가 의결했던 ‘광양시의 3만평 동호안 부지 대신에 포스코가 사용권을 갖고 있던 3만평 대토에 붕괴사고 대상인 3,4단계 폐기물을 옮겨서 사고복구를 하자’는 사고대책위의 복구방안은 무용지물이 됐다.

I업체는 고육지책으로 3,4단계의 폐기물을 자체 소유인 5단계로 옮겨서 사고복구를 완료했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정 시장의 행보에 별다른 의문을 제기할 수 없어 보였다.

2선 시장을 지낸 정 시장이 지난해 여러 불미스런 일과 개인 건강 악화로 인해 3선 도전 포기를 선언한 이후 임기를 6개월 가량 남겨둔 시점인 지난해 12월 14일 돌연 변심을 하기에 이른다.

시청 국장들로 구성된 ‘광양시 의무부담권리포기 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3만평 부지에 대한 사용권 포기를 내용으로 한 동의안을 만들어서 올해 1월18일 광양시의회 임시회 총무위원회에 제출한 것이다.

정 시장은 2007년부터 2009년도에 이성웅 전 광양시장 체제에서 부시장을 맡고 있었기에 동호안 둑 붕괴사고 속사정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당시 정 전 부시장은 시장실을 찾아와 이성웅 시장에게 3만평 부지를 I업체에 줄 수 밖에 없다는 식으로 보고를 했다고 한다.

이에 이성웅 전 시장은 "나는 임기가 있으니 그만두면 상관없지만 당신들은 평생 공무원을 할 사람들 아니냐. 쉽게 생각하고 특정 기업에 주는 식으로 처리해선 안된다."라고 충고를 했다는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성웅 전 시장은 본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당시 I업체에 3만평 부지를 주자는 의견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오래된 일이라 정 부시장인지 잘 기억은 안 나는데 그런 보고가 있어서 ‘장래 쓸모가 있는 땅이니 누구를 주고 그런일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던 기억은 있다"고 말했다.

종합해 보면 정현복 시장의 행보가 부시장 때는 I기업 편에 섰다가 시장 초임에는 I업체에 불편한 입장을 취했으며 임기 말에는 또다시 I업체 편에 서는 등 상황에 따라 오락가락 했다는 오해를 살 수 있는 대목이다.

<더팩트>가 3만평 부지 권리 포기 동의안을 내는 등의 변심 이유를 듣기 위해 몇 차례 전화를 했으나 정 전 시장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 김 모 환경과장의 특정 기업 편향

김 모 환경과장이 이번 3만평 부지 사용권리 포기와 관련한 행보는 공무를 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 정도이다.

김 과장은 지난 1월18일 광양시의회 총무위원회에서 ‘광양제철소 슬리그처리장(동호안 3만평)내 부지 사용권리 포기 동의안’ 제안설명에 나섰다.

그는 I업체가 2014년 9차 사고복구대책위 ‘최종 의결사항’을 이행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설명하면서 (시의회가) 동의안을 의결해 줄 것을 요청했다.

김 과장은 사고복구대책위의 최종 의결사항에는 앞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I업체란 이름 자체가 나오지 않는데도 ‘I업체에 주기로 한 것’이란 것으로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문양오 전 의원이 "권리포기 했을 때 후일에 시민들에게 미치는 영향과 불이익이 하나도 없느냐"는 질의에 김 과장은 "예 그렇게(불이익이 없다고) 판단했다. 미래에 사용 계획이 아직은 없는 것 같다."고 답변했다.

서영배 의원이 "지금 이게 갑작스럽게 다시 수면 위로 올라 온 문제라서 환경단체 분들하고 숙의를 충분히 했습니까?"라고 묻자 김 과장은 "예, 충분히 했다. 전부다 동의를 하셨고..."라고 답변했다.

광양시 환경과 담당자는 환경단체와 협의하고 동의한 내용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한 곳의 환경단체를 방문해서 설명했다는 출장 복명서를 보여줄 뿐이고 동의한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몇몇 환경단체들은 붕괴사고 복구 방안에 대해 동의한 적은 있어도 3만평 포기에 대해 협의하고 동의 한 적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김 과장이 시의원 질문에 거짓 답변을 한 것 아니냐는 논란을 낳고 있다.

서영배 의원이 "I업체가 사고책임자인데 또 I업체에 줄 수 있느냐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 (사고복구대책위 협의 당시) 시장이 사인을 안 했는데 이번 동의안이 올라온 것은 어느 정도 협의가 됐다는 말이네요"라고 질문했다.

김 과장은 이에 대해 "I업체에 특혜를 주는 것은 아니고요. I업체가 적극성을 띠고 있고 120억원이라는 돈을 들여서 복구를 완료 했기 때문에 ...(3만평 부지 사용권 포기를) 동의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라고 답변했다.

의원이 특혜라는 단어를 쓰지도 않았음에도 김 과장이 ‘특혜가 아니다’고 제발 저리듯 설명하고 또 사고복구에 120억원이 투입됐는지 사실확인도 없이 그 액수가 마치 투입된 듯이 단정해서 말하는 것도 그의 특정 기업 편향적 태도를 엿볼 수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박말례 의원이 "환경부에서 보내온 회신에 ‘일반 폐기물에서 지정폐기물로 바꿔주면서 광양시가 직접 사용하거나 처분할 수 있음’ 이렇게 돼 있음을 볼 때 민간임대 등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이미 확보한 것이니까...."라는 질문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김 과장은 "....(환경부) 그 담당 사무관이나 과장이 이런 의견을 줬더라구요. 최근에 저희들이 환경부에 갔을 때 그 분들은 그런 내용이 아니라고 하니까 좀 어려움이 있다"고 답변했다.

김 과장은 환경부 장관의 직인이 찍힌 공문에 민간임대 등 처분할 수 있다는 규정을 굳이 부인하고 있다. 또 ‘지금와서 그런 내용이 아니라고 하더라’는 식으로 두리뭉실한 답변으로 피하면서 "위원님들이 동의해 주시면 지역민과 지역발전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위원들의 포기 동의에만 방점이 있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김 과장은 또 환경처장관과 동광양시장 간의 94년도 협정서, 2008년도 환경부 회신문, 2014년도 동호안 사고복구방안 결정의결 동의서, 2021년도 포스코의 부지교환 요청서, I업체의 사고대책위 회의결과 이행 요구서 등의 대해 정보공개 요구를 했음에도 어떤 자료도 주지않았다.

이 자료들은 이미 시의회에 보고되는 등 공개된 자료임에도 기자의 정보공개 요구에도 개인정보라도 있는 듯이 밀실 행정을 보인 것이다.

◇ 국장출신 전관의 불편한 행보

광양시 환경과장을 4년 가량을 역임했고 국장으로 퇴임한 이 모 전 국장은 지정폐기물 매립사업을 하는 I업체의 계열사인 G사 전무이사를 맡고 있다.

전관인 이 전 국장은 이전 8대 시의원 상당수를 만난 것으로 확인되고 있는 등 광양시의 3만평 부지 권리포기에 일정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광양시 국장 출신으로 퇴직한 한 인사는 "공무원의 역할과 사명이 무엇인지 망각한 처신을 볼 때면 같은 공무원 출신이지만 부끄러울 때가 있다"고 말하고 "광양시 발전과 광양시민의 복리 증진을 위한 공무에 충실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forthetru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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