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농 가옥' 향토문화유산 지정 놓고 찬반 팽팽
입력: 2022.11.29 17:21 / 수정: 2022.11.29 17:21

한 번 소멸되면 되살리기 어려운 건축물 VS 친일 행적 정당화 시킬 수 있어

광주 남구가 향토문화유산 지정 행정예고한 일농가옥에 대한 지역사회의 찬반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사진은 일농가옥 전경 / 광주 = 나윤상
광주 남구가 향토문화유산 지정 행정예고한 일농가옥에 대한 지역사회의 찬반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사진은 일농가옥 전경 / 광주 = 나윤상

[더팩트 l 광주=나윤상 기자] 지난 17일 광주 남구가 ‘일농 가옥’에 대한 향토문화유산 지정 행정예고한 것을 두고 지역사회의 찬반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광주 남구는 사동 129-2번지의 목조건축물 일명 ‘일농 가옥’ 1동에 대한 건축학적으로 가치가 높은 문화재에 대해 효율적인 관리를 통해 원형을 보존하고자 한다며 행정예고 기간 내에 시민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중이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일농가옥 소유주였던 최모씨의 친일행적을 문제삼아 반대하고 나섰다.

(사)한말호남의병기념사업회와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광주전남지부, 진정한광복을바라는시민의 모임은 “이 가옥의 향토 문화재 지정을 결단코 반대한다”며 “대일 항쟁기 당시 소작 농민들에게 소작료를 60%부터 많게는 70%까지 부과하고 전남도의회 평의원을 지내는 등 친일에 앞장 선 댓가로 조선총독부로부터 목배와 감수 포장을 받은 이력의 인사의 가옥을 향토 문화재로 지정한다는 자체가 친일을 정당화 시키는 행위다”고 반대의 입장을 피력했다.

29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해 보면 최모씨는 1914년과 18년에 조선총독부로부터 목배를 받은 이력과 37년에는 국방위문금 500원 헌납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모씨는 친일인명사전에는 등재되지는 않았다.

일농 가옥의 문화유산 지정에 반대의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모씨의 행적이 친일행적만 있는 것이 아니고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되어 있지도 않은 마당에 건축물 지정을 안 할 경우 애꿎은 역사적 사료인 건축물만 소실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학호남진흥원 천득염 원장은 “최모씨의 행적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설사 친일행적이 있는 인사의 건축물이라 할 지라도 그것이 역사적 가치가 있는 것이라면 보존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며 “건축물은 우리 역사의 한 부분이다. 건축를 통한 역사도 우리가 기억해야 할 사실이고 그것은 건축물을 보존함으로써 이룩될 수 있다”고 의견을 말했다.

광주의 한 향토사학자는 “최모씨의 행적이 친일 행적이라고 하지만 그가 독립운동을 지원했다고 하는 부분도 있다. 당시 거대 지주였던 그의 신분을 생각하면 일제시대에 그 정도의 행동은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시대와 상황을 너무 일방적인 해석으로 몰아가는 것을 경계했다.

향토문화유산 지정에 반대하는 측은 전 소유주의 친일행적을 들고 찬성하는 쪽은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인물때문에 문화유산이 무너져가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라는 입장이다./ 광주 = 나윤상
향토문화유산 지정에 반대하는 측은 전 소유주의 친일행적을 들고 찬성하는 쪽은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인물때문에 문화유산이 무너져가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라는 입장이다./ 광주 = 나윤상

이렇게 찬반이 극명하게 나뉘자 한 시민은 중재안을 내기도 했다.

광주시민인 김모씨는 “건축물에는 죄를 물을 수 없다”면서도 “그 건물에 얽힌 사연이 사실이라면 건축물 보존을 한 후 그 앞에 안내문을 써서 그의 행적 등을 알리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광주시민 이모씨는 “건축물은 한 번 없어지면 되살리기가 어렵다.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인물때문에 건축자산을 없애야 하는지 고민해봐야 한다”면서 “다른 국가에서도 제국시대의 건물을 오히려 역사적 건물로 보존해 관광에 활용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오히려 그런 장소로 활용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남구청도 시민들의 이러한 움직임에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 며 “행정예고기간인 12월 16일까지 시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들어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시민들의 의견에 대한 위원회의 결정이 나와도 최종 판단은 결국 남구청의 몫일 것”이라며 섣불리 결과를 예단하는 것을 경계했다.

kncfe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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