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과거 유신정권으로 돌아간 것 아니냐" 비판 대다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달 16일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제43주년 부마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행정안전부 홈페이지 갈무리 |
[더팩트ㅣ경남=강보금 기자] 지난달 16일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제43주년 부마민주항쟁 기념식'과 관련, 기념식 3주전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의 문화예술공연 사전검열 의혹이 불거져 빈축을 사고 있다.
앞서 기념식을 주관한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은 가수 이랑을 섭외해 대표곡 <늑대가 나타났다>를 공연하려 했지만, 공연 3주를 앞둔 지난 9월 말 행안부가 가수 교체를 지시하고 이를 수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문제가 됐다.
이에 여론은 "유신정권으로 돌아간 것이냐",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공개된 블랙리스트가 돌아온 것 같다"는 식이 대다수다.
행안부는 이에 대해 "행사에서 미래 지향적이면서 밝은 느낌의 기념식이였으면 좋겠어서 제안을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번 기념식의 총연출을 맡았다가 교체된 강상우 감독은 행안부의 해명에 반기를 들었다.
그는 언론을 통해 "가수 이랑 섭외 및 공연곡은 8월 초 이미 결정된 사안이었다. 젊은 세대도 함께 부마항쟁 의미를 나누고 공감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로 제가 제안드렸고 재단 또한 수용했다"며 "하지만 기념식에 VIP, 즉 윤 대통령이 올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오면서 해당 노래를 문제 삼았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의 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제3조 5에서 "예술인은 국가기관등의 예술 정책에 관한 정보를 제공받고 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제5조 2에서 "국가기관 등은 예술을 검열하여서는 아니 되며, 예술인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예술지원사업의 결정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적시했다.
만약 행안부의 이번 부마민주항쟁 기념식 공연에서 사전검열을 했다면 위의 법률을 모두 어긴 셈이다.
‘부마민주항쟁’은 1979년 10월 16~20일 부산과 마산 지역에서 박정희 정부의 유신독재체제를 항거해 일어난 시민항쟁이다.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과 함께 대한민국 현대사 4대 민주항쟁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으며, 지난 2019년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
이러한 가운데, 가수 이랑의 노래 <늑대가 나타났다>는 지난해 3월 발표한 이랑의 3집 앨범으로,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반'과 '최우수 포크 음반' 부문을 수상한 노래다.
<늑대가 나타났다>의 가사는 이렇다. "이른 아침 가난한 여인이/굶어 죽은 자식의 시체를 안고/가난한 사람들의 동네를 울며 지나간다/중략/마녀가 나타났다/부자들이 좋은 빵을 전부 사버린 걸/알게 된 사람들이 막대기와/갈퀴를 들고 성문을 두드린다/폭도가 나타났다/배고픈 사람들은 들판의 콩을 주워/다 먹어 치우고/부자들의 곡물 창고를 습격했다/늑대가 나타났다/중략/이단이 나타났다/도시 성문은 굳게 닫혀 걸렸고 문밖에는 사람이/내 친구들은 모두 가난합니다/이 가난에 대해 생각해보세요/이건 곧 당신의 일이 될 거랍니다/생략"
가수 이랑은 한국대중음악상 수상 당시 "광화문 집회 현장에서 부를 만한 민중가요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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