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서 국경없는 인류애 보인 '샤비르'씨…경남이주민센터 감사장 전달
입력: 2022.11.21 16:01 / 수정: 2022.11.21 16:01

샤비르씨, "언어 소통의 어려움으로 더 많은 생명 구하지 못 해 안타까워"

이태원 참사 현장에 있었던 샤비르씨./경남이주민센터 제공
이태원 참사 현장에 있었던 샤비르씨./경남이주민센터 제공

[더팩트ㅣ창원=강보금 기자] "여기요! 이쪽에 자동심장충격기(AED)를 좀 전달해 주세요. 그러면.. 혹시 더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을 텐데..."

파키스탄의 대도시 카라치에 있는 인두스 병원에서 8년차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무하마드 샤비르(29)씨는 아직까지도 종종 그 때의 일이 꿈 속에 재현된다.

아무리 소리 쳐도 샤비르씨의 목소리는 다른 이에게 닿지 못하고 안개처럼 흩어져 버린다. 한국어를 잘 하지 못하는 샤비르씨의 외침이 긴박한 생명의 전선에서 통할 리 없지만 샤비르씨는 얼굴이 새빨갛게 되도록 목청을 높였다.

샤비르씨는 이 기간 형제들과 함께 한국에 방문해 여행을 하던 중이었다. 자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핼러윈 축제가 서울 이태원에서 열린다는 것을 알게된 샤비르씨와 형제들은 참사 당일 저녁 친구들과 함께 이태원을 찾게 된다.

그 순간, 샤비르씨는 한 곳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마치 돌이 된 것 마냥 발도 떼어지지 않았다.

샤비르씨는 당시를 "바로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끔찍한 참사가 발생했다. 순간 당황하긴 했지만 현장을 피하지 않고 본연의 직업정신을 발휘해 인명 구조 활동에 참여했다"고 회상했다.

결국 샤비르씨와 형제, 친구들은 다음날 해가 어슴프레 떠 오르는 새벽 5시 무렵까지 구조 활동에만 매진했다.

샤비르씨는 이날 수십 명의 시민들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해 4명의 생명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동행한 친구 역시 부상을 입었지만 먼저 상황이 심각한 사람들부터 먼저 구조하고 친구는 마지막에 의료 처치를 했다.

경남이주민센터 이철승 대표가 샤비르씨에게 감사장을 전달하고 있다./경남이주민센터 제공
경남이주민센터 이철승 대표가 샤비르씨에게 감사장을 전달하고 있다./경남이주민센터 제공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국격없는 인류애를 보인 샤비르씨의 이같은 선행은 뒤늦게 해외 언론으로부터 알려졌다. 해외 네티즌들은 그를 "유니폼 입지 않은 천사"로 부르거나 "한 사람을 구하는 것은 세상을 구하는 것이라는 경전의 말씀을 실천한 사람" 등의 찬사를 보냈다.

이에 이 소식을 알게 된 경남이주민센터는 지난 19일 샤비르씨를 경남 창원에 초대해 한국 시민을 대표해 감사장을 전달했다.

샤비르씨는 "언어 소통의 어려움으로 더 많은 생명을 구하지 못한 아쉬움에 시달리고 있습니다"면서 "심폐소생술을 실시해도 숨이 돌아오지 않는 사람에게는 자동심장충격기(AED)를 동원해야 했지만, 주변의 경찰과 구급대원들에게 소리를 질렀음에도 자신의 의사가 전달되지 않아서 너무나 안타까웠다"고 오히려 미안함을 드러냈다.

이에 경남이주민센터 이철승 대표는 "정부가 샤비르 씨의 선행을 확인하고 표창을 하거나 감사를 표했으면 좋겠다. 또 생명이 오가는 현장에서 있었던 샤비르 씨가 트라우마를 겪지 않도록 보상이나 지원도 강구하기를 바란다. (샤비르씨는)내달 귀국할 예정이라고 하니 서둘러 추진했으면 좋겠다" 강조했다.

hcmedi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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