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공사이행 약속 어겨 귀책사유 발생...사업자, 대안 마련해 협상 요구했지만 '거절'
공사가 멈춘 '상상플랫폼' 사진/더팩트DB |
[더팩트ㅣ인천=김재경 기자] 인천시가 추진하고 있는 '상상플렛폼' 리모델링 사업 관련, 사업자 선정 위해 진행한 '인천시 공유재산(상상플랫폼) 대부' 공모 절차가 법에 저촉됐던 사실이 <더팩트> 취재결과 확인됐다.
시는 공모 절차상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현 사업자와의 공사 계약 해제 또는 해지방침을 세워 자칫 시민 혈세 약 300억~350억원 낭비가 우려되고 있다.
시민사회 단체는 사업 해제 또는 해지 쪽으로 방향 잡고 행정을 펼칠것이 아니라 정상화 방안 및 좋은 콘텐츠가 있다면 열린 마음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21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시는 지난 2019년 CJ의 '상상플랫폼' 리모델링 사업 포기로 2020년 9월 무영CM 컨소시엄을 새로운 사업자로 선정했다.
무영CM 컨소시엄은 무영CM, 경우종합건설, 국보디자인으로 구성됐으며, 시공은 반도건설이 맡았다. 상상플랫폼은 내항 8부두 내 폐 곡물창고를 리모델링해 복합문화관광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중구 북성동1가 4-161외 4필지, 부지면적 2만4029㎡, 연면적 2만6256㎡를 공적공간(연면적의 30%)과 사전공간(연면적의 70%)으로 나눠 공적공간은 인천시가, 사적공간은 무영CM컨소시엄이 공사를 진행했다.
현재 452억원이 투입된 공적공간은 공사가 마무리된 반면 사적공간(공사비 231억원)은 공사비 지급 문제로 지난 4월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현재 공정률은 82%다.
◇ 첫 단추 잘못 끼운 인천시…공모절차 문제점 드러나
인천시는 지난 2020년 7월 '인천시 공유재산(상상플랫폼) 대부' 공고를 냈다. 공고문 '바'의 2를 보면 낙찰자 부담 의무사항으로 상상플랫폼 사적공간의 리모델링 사업비를 부담토록 했다.
이 시설물은 공유재산인 영구시설이기 때문에 사업자에게 리모델링 비용을 부담하게 해서는 안 된다.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제13조를 보면 해당 지방자치단체장 외의 자는 공유재산에 건물 도랑, 교량 등의 구조물과 그 밖의 영구시설물을 축조하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시는 공고에서 부속동(주차타워 등)과 외부 토목공사 등은 인천시에 부담하도록 했지만 낙찰자와 협상 과정에서 토목 조경 설계비, 주차타워 신설, 교통영향평가 용역 및 이행, 오배수관 연결, 전기 인입공사를 낙찰자에게 전가시켰다.
시가 사업자에게 시설물 설치 등 공사비용을 전가한 것은 법에 위배되는 사항으로 보인다.
공사비 미지급 등으로 공사가 중단된 상상플랫폼 리모델링 사업은 시작부터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채 출발했다.
공사비 미지급으로 유치권이 행사중인 '상상플랫폼' 사진/더팩트DB |
◇ 인천시 일방적 사업 해지 시 배상금 300억~350억원 지급해야
공모 및 협상 과정에서 법을 위반한 인천시가 낙찰자와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제 또는 해지할 경우 약 300억~350억원을 배상해야 한다.
지난 2021년 9월 인천시와 무영CM 컨소시엄이 작성한 사업협약서 제18조 6항을 보면 발주자(인천시)가 협약의 해제·해지 후 2년 이내에 무영CM 컨소시엄이 투자해 설치한 사적공간 시설물에 대해 현존 가액을 감정평가해 지급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사업 협약서 내용대로 감정할 경우 완공 기준 380억원에 현 공정률(82%)을 계산하면 310억원이 넘는다. 이 금액을 인천시는 2년 내에 사업자(낙찰자) 측에 배상해야 한다.
무영CM 컨소시엄이 설립한 SPC관계자는 <더팩트>와의 전화통화에서 "공사 완공 기준으로 감정한 결과 감정가가 380억원이었다"며 "이 금액을 기준으로 현 공정률(82%)를 계산하면 배상금액이 311억6000만원이며, 여기에 별도로 들어간 인테리어 비용을 더하면 약 350억원 가량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인천시 '상상플랫폼' 사업 직영 검토…사업자 피해 커질 듯
인천시 류윤기 제물포르네상스기획단장은 지난 9일 열린 인천시의회 건교위 행정사무감사에서 "지난달 25일까지 공사 재개를 요구하는 공문을 수차례 사업자측에 보냈지만 진전이 없었다"며 "내년 상반기 준공 및 시설물 개관을 목표로 사업자가 공사를 재개하지 않을 시 사업 해제 또는 해지 등 후속절차에 착수할 것이다"고 말했다.
무영CM 컨소시엄은 지난 2020년 9월 11일 인천시와 사업협상서를 체결 한 다음해 2월 15일 (주)월미상상플랫폼(SPC1)을 설립한 뒤 같은 해 9월 17일 (주)인천상상플랫폼(SPC2)를 설립했다.
SPC1의 출자금은 49억5000만원이고, SPC2의 출자금은 5000만원으로 SPC2는 페이퍼 컴퍼니다.
시는 출자금이 많은 SPC1에 사업자 지위를 주지 않았다. 공모당시 참여했던 경우건설과 국보디자인이 지분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무영CM컨소시엄은 지난해 10월 인천시에 SPC1과 SPC2 합병을 요청 승인 받았지만 같은 해 12월 시공을 맡은 반도건설의 거부로 합병하지 못했다.
결국 실제 컨텐츠 구성 등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SPC1은 사업자 지위를 얻지 못해 인천시와의 공사 재개 협상에서 배제됐다.
이 사업이 해제 또는 해지될 경우 가장 많은 피해를 보는 업체는 SPC1에 참여했던 피에이엔(34.4%, 17억500만원)과 반도건설(20.1% 9억9500만원), 경인방송(9.1% 4억5000만원)이다.
36.4%(18억원)의 지분을 갖고 있는 무영CM은 SPC1으로부터 설계 및 감리용역비 등의 명목으로 출자 지분을 넘는 금액을 받아갔다
사업자 지위가 없기 때문에 발주처인 인천시가 사업협약 해제 또는 해지 시 사업자 지위를 갖고 있는 SPC2에 보상금을 지급하면 SPC1에 참여한 주주들의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완공 18%를 남기고 공사가 중단된 '상상플랫폼' 사진/더팩트DB |
◇해제 또는 해지 전 SPC1과 정상화 방안 협상해야…시, 사업자 지위 없어 '불가'
인천시는 '상상플랫폼' 정상화 방안에 대해 많은 출자금과 함께 실제 콘텐츠를 구성하고 있는 SPC1과는 협상을 하지 않고 있다.
사업자 지위가 없다는 이유다.
SPC1 관계자는 "사업 정상화를 위해 300억 원 넘는 자금 투자계획을 마련, 시와 협상을 시도하고 있으나 사업자 지위가 없다는 이유로 의견을 받아주지 않고 있다"며 "실제 투자 및 콘텐츠를 구성하고 있는 우리와는 일체 협상을 하지 않으려 하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어 "시는 페이퍼 컴퍼니인 SPC2와 협상만 하려 한다. 실제 자금 집행은 물론 사적 공간에 들어갈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는 우리와는 일체 협의를 하려 하지 않는다"며 "아무리 사업적 지위가 없다 하더라도 대화를 일체 거부하는 것은 낙찰자의 사업권 해지 또는 해제를 위한 명분 쌓기로 밖에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지난 8월 청문회를 통해 계약이행 준수를 요구했다. 아직도 유치권 행사를 풀지 못하고 있다"며 "무영CM 컨소시엄은 수차례 공사 약속을 어겼기 때문에 행정절차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SPC1이 억울한 측면은 있지만 공모에 참여한 업체 3곳 중 2곳이 SPC1에 참여하지 않아 공모에 위배되는 만큼 사업 지위권한을 줄 수가 없다"며 "사업권 지위가 없는데 어떻게 협상을 할 수 있겠느냐. 피해금액에 대해서는 법인간의 문제인 만큼 소송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게 맞는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초 공모에 문제가 있었건 것은 시의회에서 밝혀졌다. 하지만 현재 현 사업자가 수차례 공사 정상화 약속을 어겨 귀책사유가 발생했다"며 "당장이라도 유치권을 풀고 공사를 재개한다면 협약은 유효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해지 또는 해제 후 재정사업 또는 추가 공모를 통해 사업을 정상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시민단체는 큰 틀에서 열린 마음으로 사업자와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제물포 르네상스 프로젝트가 무엇인지 정확한 방향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자와 실질적인 논의도 없이 해지 방침을 세운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사업자가 제시하는 정상화 방안이 실현성이 있는지 그리고 콘텐츠 구성이 어떠한지 정확히 분석한 뒤 해지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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