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 그날, 거기서 왜 돌아오지 못했는지를 물어야 한다”
입력: 2022.11.21 07:27 / 수정: 2022.11.21 09:30

이태원참사 희생자 전북김제 유족 인터뷰
“‘몸이 덜덜 떨리고’ 시간이 멈춘듯하다”
정부에 내팽겨진 느낌…유족 교류 절실


이태원 참사 유가족은 국가애도기간이 끝나고 정치권의 정쟁이 아쉽다고 했다. 그러면서 희생자들이 숨진 경위에 대한 명확한 진상규명과 마땅히 책임져야 할 사람들에 대한 철저한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더팩트DB
이태원 참사 유가족은 국가애도기간이 끝나고 정치권의 정쟁이 아쉽다고 했다. 그러면서 희생자들이 숨진 경위에 대한 명확한 진상규명과 마땅히 책임져야 할 사람들에 대한 철저한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더팩트DB

[더팩트 | 김제= 김도우 기자] "살릴 수 있었는데도 살리지 못했어요 내 동생이 ‘왜 그곳에 갔는지’ 물을 것이 아니라 ‘왜 돌아오지 못했는지’를 물어야 합니다"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故 서모(34) 누나는 "(인터뷰 하는 지금도) 몸이 덜덜 떨리고, 시간이 멈춘듯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태원 참사로 사랑하는 동생을 떠나보낸 희생자 유가족 서씨는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을 고심 끝에 수락했다.

동생을 잃은 슬픔과 제 역할을 못 한 정부에 대한 분노, 댓글로 인한 상처와 두려움까지 희생자 가족들이 갑자기 감내해야 하는 것들이 힘들고 버겁다고 말했다.

하지만 진상 규명을 하기 전에 참사가 잊혀지고, 유가족 목소리가 사라져선 안 된다고 생각해 인터뷰에 응했다고 밝혔다.

최근 몇 년 사이 동생과 많은 시간을 보내며 같이 하고 싶은 게 많았다.

동생은 아무것도 못한 채 죽음을 맞이했고 그 후 가족들의 평범한 일상은 사라졌다.

동생은 술도 못 먹는데 이태원에 왜 갔는지. 처음에 의아해 했다.

지금 생각하면 누구나 갈 수 있고, 사람이 모이면 안전장치를 해야 하는 데 그렇게 못한 것이 아쉽고, 답답하다.

서씨가 말한 동생은 가족에게 살갑게 하는 늦둥이 막내다. 아빠 옆에서 같이 자고, 매일 아빠하고 영상 통화했다.

엄마하고 형제는 서울에 살고, 아빠하고 서씨는 전북 김제에서 산다. 부모의 사업 관계로 떨어져 지냈다.

서씨는 늘 가족을 생각하는 동생이었고 아빠와 함께 서울에서 같이 살려고 했다.

그는 "(다행이 동생) 핸드폰 열어봤다 그 속에 부동산 알아보고, 열심히 살았던 흔적을 보니 마음이 무너졌다"며 "사진을 보면 아직도..." 말을 잊지 못했다.

서씨는 "별 이야기 다 나오는데, 핼러윈 그날, 하루 행복하게 보내고 싶어서 간 것"이라며 "열심히 살았던 동생은 사람들 보며 즐겁고, 대화를 나누고, 평범하게 즐기고 싶었던 것 뿐"이라고 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 서씨는 자신의 의견이 전체 유가족 입장은 아니라는 점을 밝히며, 참사 이후 자신이 접촉했던 유가족 대부분은 희생자 명단 공개에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전주=김도우 기자
이태원 참사 유가족 서씨는 자신의 의견이 전체 유가족 입장은 아니라는 점을 밝히며, 참사 이후 자신이 접촉했던 유가족 대부분은 희생자 명단 공개에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전주=김도우 기자

◆ 가족들 시간은 정지, 삶은 무너져

마음 같아서는 동생 장례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그대로 곁에 두고 싶었다.

동생의 죽음을 받아 들일수가 없었다. 놔두고 싶었다. 하나도 해결된 것이 없어서다.

가족들은 시간이 정지되어 있고 삶은 무너졌다. 잊혀 지지 않는다. 그냥 사는 것이다. 부모님 더 신경 써야 한다는 생각 밖에 없다.

참사 이후 정치권은 일제히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국가 애도 기간이 끝나고 시간이 지날수록 정치권 공방은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국회 국정조사에 대한 여야 이견은 좁혀지지 않고 있고,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일부 언론에 대해 여야 주요 논쟁 소재가 되고 있다.

서씨는 "(저는) 지금 우리나라는 무정부 시대 같다"고 말한다.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故 서모(34)씨 신발. /유가족 제공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故 서모(34)씨 신발. /유가족 제공

◆ 정부가 유가족 목소리 들으려하지 않아

서씨는 자신의 의견이 전체 유가족 입장은 아니라는 점을 밝히며, 참사 이후 자신이 접촉했던 유가족 대부분은 희생자 명단 공개에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그는 "정부가 여론몰이를 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이게 2차 가해"라며 "유가족이 모이면 정부 비판하니까 신경을 안 쓰는 것 같다"고 말한다.

유가족과 소통하고 추모공간을 마련해달라고 했는데 아무런 답변이 없다고 말한 그는 "(지금 유가족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희생자 추모하고,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 대화하고, 소통하고 추모하는 공간"이라고 했다.

이태원 참사의 다른 유가족들을 만나고 싶은데 이를 연결해주는 정부의 노력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했다.

◆ 원인 규명 첫째는 사망 시간인데...

서씨는 꼭 알아야 할 게 있다. 사망시간이다.

병원 가다가 사망했는지. 치료를 받다 사망했는지 알아야 했다.

사망진단서(검안서)에는 10시15분 이전 ‘사망추정’인데 정확하지 않다는 게 서씨 생각이다.

다른 유가족하고 이야기 하다 보니, 10시17분, 10시20분에 찍였던 사진도 있다는 것이다.

구급차도 늦었고, 병원 이송도 늦은 것으로 알고 있다는 서씨는 "사망시간도 모르고 동생을 보냈다"며 안타까워했다. 원인규명의 첫 번째 조건이 정확한 사망시간이라고 몇 번을 강조했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골목의 한 철문. 손자국처럼 보이는 흔적이 남아 있었다. 성인 남성의 손 크기쯤 될까. 추모공간 자원봉사자 강모 씨는 눈시울을 붉히며 이를 ‘절규의 손자국’이라고 일러줬다. /더팩트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골목의 한 철문. 손자국처럼 보이는 흔적이 남아 있었다. 성인 남성의 손 크기쯤 될까. 추모공간 자원봉사자 강모 씨는 눈시울을 붉히며 이를 ‘절규의 손자국’이라고 일러줬다. /더팩트

◆ 정부차원에서 지원이나 참사 설명도 없어

서씨는 정부가 유가족들을 위해 하는 게 없다고 했다.

담당 공무원을 배치한다고 했는데 대통령 조화 받을 건지 물어보고, 다른 것 없었다.

공무원은 장례 절차에 대해서만 설명했다. 그 이후는 전혀 연락도 없다.

전북 김제시에서 장례 관련 연락 몇 번 온 거 이외는 참사 관련은 아무것도 없었다.

유가족들은 21일 국민의 힘 관계자 만나 대화하고, 22일(화요일) 기자회견 하기로 했다.

대통령은 우리 목소리 듣지 않으려고 하고, 민주당도 아무런 대책이 없다.

핼러윈데이 축제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 않나, 몇 년 전 부터 했고, 신고도 많이 했다. 예방이 가능한 사고였다는 게 서씨 생각이다.

책임을 회피하는 책임자들, 그 책임을 희생자에게 돌리는 시각에 참담하다는 그는 희생자들이 숨진 경위에 대한 명확한 진상규명과 마땅히 책임져야 할 사람들에 대한 철저한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scoop@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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