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 안동대출신 권기창 시장, 권순태 총장 의리 지키나
-안동시, 불법증개축 알고도 ‘자진신고서’받으려 기다려
국립안동대 종합스포츠센터 3층 불법시설물에서 체육학과 학생들이 정규과목인 골프수업을 하고있다/안동=이민 기자 |
[더팩트ㅣ안동=이민 기자, 최헌우 기자] "우리가 남이가? 안동은 정치든 학교든 안동권씨, 안동김씨 문중에서 다 장악한지 오래됐죠. ‘현대판 조선시대’라 불려도 손색없어요"
국제교육도시를 자부하는 경북 안동의 유일한 국립대학인 안동대가 종합스포츠센터 3층 골프연습장을 불법으로 만들어 10년간 회비를 받아챙긴 가운데 안동시가 미온적 대처로 일관해 논란이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안동대 교수출신인 권기창 안동시장과 권순태 안동대총장이 같은 문중사람이라 봐주기식 행정을 한다는 의혹도 나와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19일 <더팩트>취재를 종합하면 안동대 종합스포츠센터는 정부예산 105억원을 투입해 2009년 8월 착공, 총면적 4043㎡,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골프연습장과 수영장, 웨이트 트레이닝실, GX룸(Group Exercise Room) 등을 갖춰 2012년 11월 준공했다.
그러나 국립안동대는 설계도와 건축물대장에도 없는 3층 골프연습장 20개 타석(비거리 직선 180m, 최대 300m)을 이용해 10년간 회원들로부터 강습비를 받아 챙기고 체육학과 정규과목인 골프수업까지 한 것으로 밝혀져 지난 9월 언론의 뭇매를 맞았다.
지난 9월 15일 안동시가 안동대 종합스포츠센터 3층 골프연습장에 대해 점검후 불법시설물임을 확인했다/안동=이민 기자 |
언론 보도가 이어지자 안동시 건축과 담당자는 지난 9월 시설점검을 통해 "해당 건축물이 불법건축물과 시설이 맞고, 불법 상행위까지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며 "현장조사를 통해 과태료를 부과하고, 불법시설물에 대해 철거명령을 내릴 방침이다"고 답했다.
하지만 안동시는 어떤이유인지 안동대 불법시설물에대한 행정조치를 차일피일 미루다 지난 1일 안동대로부터 ‘자진신고서’를 접수받았다. 이마저도 대학측이 제출한 불법건축물 면적과 안동시 조사면적과 달라 다시 제출을 요구했고, 두번째 자진신고서는 대학측이 ‘자진신고서 변경제출’을 했지만 안동시가 또다시 자진신고서 재작성을 요구해 지난 1일 세번째 자진신고서를 받았다.
게다가 안동시는 해당 불법시설물에 대해 철거명령과 같은 행정조치없이 이행강제금 과태료만 한차례 통보후 서류만으로 합법화 시킬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1지방선거 당시 안동대학교 심재창 교수를 포함한 대학교수 107명이 권기창 안동시장 예비후보 지지를 선언했었다/더팩트DB |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지역 건축사 A씨(52·강남동)는 "이제부터 모든 불법건축물은 적발되도 자진신고서를 들이밀면 양성화 시켜주는것이냐"며 "안동대 교수출신인 권기창 시장이 권순태 안동대총장과 같은 문중사람이라 봐주기식 행정을 하는것이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지역민 B씨(55·여·명륜동)는 "권기창 안동대 교수가 안동시장에 취임했지만, 안동대 교수직을 사임하지않고 휴직으로 처리한것도 이런경우를 대비한 것이었냐"면서 "권순태 안동대총장이 같은 안동권씨 문중사람이라 문중감싸기를 하는것으로 보인다"며 강한 의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안동시 관계자는 "국민 신문고로 접수하거나 직접 민원을 제기하는 두 가지 경우가 있지만, 안동대의 경우 기사로 먼저 나와 불법사실을 인지했으나 정식적으로 민원이 제기 됐다고는 할 수 없다"며 "안동대교수 출신인 권기창 시장의 지시는 절대 아니고, 지시가 있어도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며 강력히 부인했다.
지난 6·1지방선거 당시 안동대학교 심재창 교수를 포함한 대학교수 107명이 권기창 안동시장 예비후보 지지를 선언했었다. 권기창 시장은 안동시 유권자 총 13만 5862명중 투표인수 7만 2327명이 투표해 4만 6315표만 받았다. 이는 안동시 유권자 9만표가량이 권기창 시장을 지지하지 않는것을 반증한다. 또 안동시 인구 15만여 명 가운데 안동 권씨가 12~3%, 안동 김씨는 10% 정도로 두 성씨가 차지하는 비율은 안동 인구의 25%로 약 4만여 명이다.
경북 안동시 역대 국회의원 현황/더팩트DB |
한편 안동에는 세도가(勢道家·정치상의 권세를 휘두르는 집안)정치가 활개를 친다. 이들은 바로 ‘안동김(金)씨’와 ‘안동권(權)씨’로 제헌국회부터 21대국회까지 총 75년의 역사속에 67년을 두 집안에서 안동시 국회의원직을 싹쓸이했다. 이들 두 문중 가운데 안동김씨가 더 많이 국회의원을 만들어냈다. 안동김씨는 김익기 전 의원을 시작으로 김시현·김대진·김상년·김광림·김형동 의원 등 제헌국회부터 21대국회까지 총 12번의 국회의원 금배지를 달았다.
안동권씨는 6대 국회부터 17대 국회까지 총 6번의 국회의원을 당선시켰다. 안동김씨와 안동권씨 두 문중에서 한번도 국회의원이 되지 못한 선거는 민주화 직후인 1988년 4월 13대 총선과 1992년에 치러진 14대 총선이 유일하다.
안동의 문중 세도정치는 국회의원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아 역대 안동시장은 정동호(1대, 1995~1998·2대, 1998~2002), 김휘동(3대, 2002~2006·4대, 2006~2010), 권영세(5대, 2010~2014·6대, 2014~2018·7대, 2018~2022)로 역시 이들 문중에서 20년을 이어오다 지난 6·1지방선거에서 권기창 시장이 당선돼 4년을 추가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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